[fn★연말 결산-영화②] ‘돌연변이들’, 영화의 ‘新세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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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났지만 왠지 좋은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든 처음 만났을 때는 어색하다. 하지만 이 어색함은 끝까지 어색한 것만으로 끝날 수도 있고 큰 충격을 줄 수도 있다. 2015년 영화계도 신 장르, 새로운 소재들의 영화가 관객들을 찾아왔다.

2015년 한 해는 8월 한 달 동안 2편의 천만 영화가 탄생됐고, 인구 5천만인 대한민국에서 한국영화를 보는 관객수만 1억 명이 넘었다. 그래서일까. 다양한 장르 또는 새로운 연출법을 사용한 낯선 영화라도 영화의 질만 높다면 외면 받지 않고 관객들은 응답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유난히 한국 관객들에게 인기 있는 범죄물(‘베테랑’, ‘내부자들’등), 스릴러 장르(‘더폰’, ‘특종’, ‘성난변호사’등) 역시 이번 한해도 인기를 끌었지만, 우리에게 낯선 장르도 인기를 끌었던 것.

아무리 낯선 장르라도 영화가 옳으면 관객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덕분에 우리나라 영화 장르 역시 더욱 풍성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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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사제들’ (감독 장재현)

‘검은 사제들’은 위험에 직면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미스터리한 사건에 맞서는 두 사제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한국형 오컬트 영화로, 기존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소재와 장르적 시도를 통해 신선하고 독창적 재미를 갖춘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 냈다. 덕분에 ‘검은 사제들’은 영화계에 비성수기라 불리는 11월에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수 540만 명을 가뿐히 넘기며 비성수기와 새 장르라는 한계를 모두 극복하기도 했다.

외국에는 엑소시즘 영화가 있으며, 대부분이 가톨릭 국가인 만큼 그들에게는 낯익은 소재이다. 하지만 한국은 가톨릭 국가가 아니다. 작품 속에 나오는 구마예식이라든가 장미십자회에서 쫓는 12형상 등 낯선 단어들과 가톨릭 음악은 난생 처음 듣는 낯선 것들이다.

하지만 묵직한 강렬함을 뿜어내는 김윤석, 끊임없이 빠른 속도로 라틴어를 되뇌이며 분위기를 압도하는 강동원, 악령이 박소담인지 박소담이 악령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악령이 됐던 신예 박소담, 그리고 이들의 팽팽한 기싸움까지. 이 모든 요소들은 관객들을 집중시켰다. 오묘하고 기괴한 분위기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두 사제와 악령의 모습은 호기심을 자아냈던 것.

남들에게 보이지 않지만 끝까지 가야 했던 이들처럼 한국 영화계도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꿈틀거리는 존재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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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뷰티인사이드’ (감독 백감독)

‘뷰티인사이드’는 자고 일어나면 모습이 바뀌는 남자 우진과 그가 사랑한 여자 이수(한효주 분)의 판타지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우진이 남자든 여자든 아기든 노인이든 외국인이든 어떤 모습으로 바뀌더라도 이수가 사랑하는 사람은 단 한 명이었다는 사실을 잔잔한 감동으로 그려냈다.

이 작품은 멜로에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미해 관객들이 그동안 상상하지 못했던 즐거움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 ‘뷰티인사이드’는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올 한 해 로맨스 영화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다.

또한 신선한 설정, 새로운 장르뿐만 아니라 새로운 연출 방법으로 눈길을 끌었다. 무려 21인 1역으로, 21명의 배우가 우진을 연기하며 한효주와 호흡을 맞췄던 것. 게다가 유연석, 박서준, 이진욱, 이범수, 이동욱, 이현우, 천우희, 우에노주리 등 21명의 주연급 배우들이 한꺼번에 출연한 것도 한국 영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들은 이수에게 첫 눈에 반하는 우진, 이수에게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우진, 그녀의 고백을 듣는 우진 등 각자에 맞는 하루를 담당했고, 백감독은 배우 한 명 한 명에 초점을 맞췄다. 매일 모습이 바뀌기 때문에 배우 한 명 당 분량은 많지 않았고 백감독은 이를 자연스럽게 이어냈다. 이 방법은 짧은 시간 안에 승부를 보는 CF 감독 출신다운 편집 기법이기도 했고, 이에 ‘뷰티인사이드’는 ‘제 36회 청룡영화제’에서 편집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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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션’ (감독 리들리 스콧)

‘마션’은 NASA 아레스3탐사대가 화성을 탐사하던 중 모래폭풍을 만나고 팀원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분)가 사망했다고 판단, 그를 남기고 떠났지만 극적으로 생존한 마크 와트니가 남은 식량과 기발한 재치로 화성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험 SF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단순히 SF로만 보기엔 아쉽다. ‘화성판 삼시세끼’라는 애칭이 붙은 것처럼 와트니는 화성산 무공해 유기농 감자를 키우며, 본격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더불어 이 영화는 SF가 아니라 사실 디스코영화였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대장이 남기고 간 화려한 올드 디스코 음악은 와트니가 외로움과 두려움과 싸울 때 그의 정신 상태를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SF와 디스코라는 전혀 접점 없는 두 가지가 황당하게 만나면서 비관적인 상황은 아이러니하게도 흥겨워진 것.

또한 와트니는 화성에 혼자 남겨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발견한 디스코 테이프를 보며 대장의 음악 취향이 끔찍하다느니, 앞 창문도 없는 우주선에 탑승한 채 우주로 발사되는 두려움 속에서도 아이언맨처럼 날아가겠다는 발언을 하며 절망 속에서도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는다. 광활한 우주에서 혼자였지만 혼자가 아니었던 그에게서 우리는 유머와 휴머니즘, 그리고 도전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아직 개봉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대작의 냄새가 물씬 나는 특별한 작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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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말라야’ (감독 이석훈)

‘히말라야’는 히말라야 등반 중 생을 마감한 동료(정우 분)의 시신을 찾기 위해 목숨을 건 여정을 떠나는 대한민국 대표 산악인 엄홍길 대장(황정민 분)과 원정대의 실화를 그린 휴먼 감동 스토리다.

‘히말라야’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된 산악영화로, 대한민국의 대표 영화인들이 뭉쳐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올 한 해 최다 관객을 모은 영화 ‘국제시장’의 윤제균 감독이 제작을 맡고,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댄싱퀸’으로 남다른 스케일과 감동 스토리를 만들어냈던 이석훈 감독이 연출을, 쌍천만 배우 황정민과 ‘응답하라 1994’의 주역 정우 등이 주연을 맡아 엄홍길 대장의 실화를 진정성 있게 그려냈다.

해발 8,700m 히말라야 에베레스트는 데스존(Death Zone)이라 불리는 곳이다. 자신을 허락하지 않는 대자연 히말라야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이들의 모습은 긴장감을 자아내며 제대로 된 산악 영화를 그려냈다.

더불어 이 영화는 한국식 산악영화답게 단순히 모험영화, 재난영화를 뛰어 넘어 휴먼 감동 스토리를 적절하게 버무렸다. 이들이 산을 오르는 이유는 일반적인 산악영화와 달리 산을 정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들은 기록도 명예도 보상도 없이 동료인 무택의 시신을 데리고 오기 위해 목숨을 내던지고 사투를 벌인다.

이외에도 관객수로는 아쉬웠지만 도전한 것만으로 의미가 있었던 작품들이 있다.


# ‘돌연변이’ (감독 권오광)

‘돌연변이’는 약만 먹고 잠만 자면 30만원을 주는 생동성 실험에 참여한 청년 박구(이광수 분)가 신약의 부작용으로 생선인간이 된 후, 스타 생선에서 순식간에 세상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처하는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다.

이 영화의 제목은 ‘돌연변이’이고, 카피 문구는 ‘올해 가장 획기적인 영화의 탄생’이다. 모든 사람들이 예상한 것처럼 이상해 보이는 캐릭터와 그보다 조금 더 이상한 사회를 그린 한국형 극현실 재난영화다.

일단 소재부터 독창적이고 참신하다. 한 편의 우화로 볼 수 있는 이 작품은 현재 우리의 모습을 빗댄 가장 특별하면서도 가장 평범한 돌연변이 이야기를 선보여 공감을 이끌어냈다.

예능인 이광수가 자칫 웃겨보일 수 있는 생선인간 캐릭터를 현실성 있는 진솔한 청년으로 표현해냈으며, 국민 여동생 박보영이 박구를 팔아 인터넷 이슈녀가 되려는 주진 역을 맡아 캐스팅만으로도 많은 눈길을 모았으며, 개봉 전부터 부산국제영화제에 초대되며 “기발한 영화적 상상을 통해 다양한 한국 사회 현실을 재치 있게 풍자한 작품”이란 극찬을 받은 바 있다.

/fnstar@fnnews.com fn스타 이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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