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인터뷰-‘동주’③] 우리 앞에 선 송몽규, 그리고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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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춰져 있던 송몽규가 우리 앞에 섰다. 낯설어서 일까 아니면 시선을 사로잡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는 것일까. 영화 ‘동주’를 통해서 우리는 윤동주가 아닌 송몽규와 그를 연기한 배우 박정민에게 사로잡힐지도 모른다.

영화 ‘동주’(감독 이준익)는 이름도, 언어도, 꿈도 허락되지 않았던 어둠의 시대 속에서도 시인의 꿈을 품고 살다 간 윤동주(강하늘 분)와 열사 송몽규(박정민 분)의 청년 시절을 그려낸 작품이다.

대한민국이 기억하는 시인 윤동주, 그리고 누군가의 기억에 남아있지 않지만 누구보다 과정이 아름다웠던 열사 송몽규. 영화의 제목에서도 송몽규의 존재는 표면화되지 못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송몽규라는 존재를 몰랐기 때문에 우리는 감춰져 있었던 송몽규를 더 크게 만나게 된다. 더불어 송몽규 역할을 맡은 배우 박정민도 더 크게 다가온다.

송몽규라는 인물은 고요하게 아팠던 동주 옆에서 시대적 현실을 온 몸으로 맞섰던 인물이다. 신념을 위해 거침없이 행동하며 언제나 윤동주보다 한 발 앞서가 윤동주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벗이자 라이벌이었다.

박정민은 이런 열사 송몽규 역을 맡아 미완의 청춘을 그려내는데 힘을 보탰다. 주연작, 송몽규라는 인물의 무게감, 게다가 촬영 현장에서 이준익 감독은 배우들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정확한 디렉션보다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감독이기 때문에 더 많은 자유를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자유가 주어질수록 배우들의 부담감과 책임감은 더 커져갔다.

“송몽규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죠. 훼손되면 안됐기 때문에 끊임없이 자기 검열을 했어요. 허투루 하면 안 되니까 어떤 행동을 하려 할 때, 해도 될까 싶어서 항상 여쭤봤어요. 책임감의 질이 달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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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캐스팅 됐다고 연락이 왔던 그 날, 박정민이 느꼈던 그 순간은 한 마디로 “믿을 수 없다”였다. 송몽규라는 낯선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그는 학구적으로 공부했으며, 직접 만주에 있는 윤동주, 송몽규 생가에 다녀오기도 했다.

“매니저 형에게 이준익 감독님이 찍으신다는 영화 대본을 받았었어요. 대본이 좋은데 제가 하고 싶으면 하는거냐고 물으니 맞다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안 믿었어요.(웃음) 며칠 있다가 미팅을 한다는데도 믿을 수가 없어서 제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했죠. 미팅을 하고 결정을 할 수 있으니 2:8 머리를 하고 안경을 끼고 갔어요. 그런데 같이 하는게 맞더라고요. 그때부터 거기서 무슨 말을 못하겠더라고요. 제가 이상한 말을 하면 안 시켜줄 것 같았거든요.(웃음) 얘기 좀 해봐라 해도 아무 말도 못하고 ‘네네’거리만 했죠.(웃음)”

“그리고나서 서점에 가서 봐야할 책들을 다 뽑아왔어요. 우선 송몽규 평전을 봤는데, 사실 기록이 많이 남아있지 않거든요. 하지만 대사들을 이해해야 했기 때문에 그 분의 기록이 아닌 그 때의 상황을 공부했죠. 물론 이해하지 못하고 연기를 할 수도 있지만 제가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은 관객들이 받아들이실 때 분명 다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나의 대사를 위해 전체를 공부를 해야 했죠. 사실 사소한 대사도 없어요. 하나하나 폐를 찌르는 대사들이거든요.”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그는 조심스러웠지만 대사를 살짝 바꾸기도 했다. 예를 들어 초반부에 송몽규가 윤동주에게 정지용 시집을 선물로 주며 “형이라고 불러봐라”라는 대사가 있다. 이것은 대본에 없던 대사로 박정민이 직접 평전을 통해 읽었던 부분을 대사로 살린 것이다. 극 초반의 이 대사는 송몽규가 고작 3개월 늦게 태어났던 윤동주를 마치 동생처럼 여기며 평생 동안 지켜주려 했던 마음을 복선처럼 나타낸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몽규가 동주에게 일본에서 고국으로 돌아가자고 말하는 신 역시 사소하지만 섬세하게 바꿨다. 특히 이 신은 1층에 있는 몽규가, 2층에 있는 동주를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장면으로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이기도 하다.

“‘고향으로 가자’는 대사가 있었어요. 이것을 ‘우리 고향’으로 하면 어떨까 생각해봤죠. 조금 더 관계를 긴밀하게 나타낼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이 장면은 신경 써서 찍은 장면이기도 해요. 항상 이성적이고 날카로운 몽규가 이 때엔 동주의 감정을 우선하고, 감성적이던 동주가 차갑게 말하는 부분이거든요. 교차가 되는 장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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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규가 확고한 사람이었다면, 동주는 몽규에게서 오는 열등감으로 치열하게 자신을 내몰았던 인물이다. 박정민은 “세상에 동주와 몽규 둘만 있다고 가정한다면 동주에 가깝다”며 자신의 열등감을 털어놨다. 사실 어린 시절부터 성적은 상위권이었으며, 연기를 하면서부터는 줄곧 호평만 받아 왔던 그이기에 그의 열등감의 원천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저는 항상 열등감으로 살았던 사람이에요. 하고 싶은 것과 잘 하는게 달랐죠. 말씀대로 저는 공부를 잘 했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좋아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잘 해도 성취감이 없었죠.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당시엔 공부를 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사람들에게 열등감을 느꼈어요. 그리고 데뷔하고 나서는 그렇게 지는데 익숙하지 않았던 제가 계속 지는 것 같아서 열패감을 느꼈죠. 사실 이런 열등감이 저를 계속 움직이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저 스스로 제가 잘 했다고 생각하면 다음 일을 안 하거든요. 그래서 항상 부족하다, 안 된다 생각하고 저를 괴롭혀요.”

“호평을 받기도 했지만 제 덕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부족한 것을 너무나도 잘 아는데, 사람들이 잘한다고 할 때 그들을 속이는 것 같아서 가끔 고통스러워요. 그래서 칭찬해주면 못 견디죠. 저뿐만 아니라 자기 연기에 만족하는 배우가 많지는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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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박정민은 영화 ‘파수꾼’에서 배우 이제훈과 예민했던 청춘을 그렸으며, ‘들개’에서는 변요한과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위험한 인물을 그렸다. ‘전설의 주먹’에서는 황정민의 아역을, ‘신촌좀비만화’에서는 류승완 감독의 믿음을 연기로 담아냈다. 이외에도 SBS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주연부터 ‘응답하라 1988’ 특별출연까지 매 작품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항상 ‘충무로의 유망주’였지만, 이번 작품은 배우 박정민을 대중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켜줄 것 같다.

“캐스팅 됐을 때부터 조금 더 인지도가 생기겠다는 기대를 안 했다면 거짓말이겠죠.(웃음) 하지만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그건 덜 중요한 게 됐어요. 이 작품에는 더 중요한 의미가 있으니까 그것이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우리 이야기에서 많은 것을 얻어 가셨으면 좋겠어요.”

치열하게 살아온 그는 올해 서른이 됐다. 혼란스러웠던 청춘에서 멋진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 그의 앞날이 궁금했다.

“서른이 된 이후로는 계획을 하지 않기로 했어요. 예전에는 ‘~ 하기’ 목록이 있었는데, 이젠 ‘~만 하지 말기’로 바뀌었죠. 나중에 돌아보면 아무것도 안 해놨을 때의 실망감이 있잖아요. 그래서 이젠 ‘~만 하지 말고 열심히 살자’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서른이 돼서 조금의 변화가 있다면 더 열심히 할 수 있겠다 책임감과 자신감이 생긴 거예요.”

박정민을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 그를 알게 되면 안 좋아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박정민은 매력적인 배우다. 그 이유는 그의 작품을 한 번 보면 누구든 느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부연설명은 하지 않기로 한다. “다른 수식어 다 필요 없고, 연기를 ‘자아아아알’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너무 정직하고 단호해서 자신의 신념을 확고하게 밀어붙이던 송몽규의 모습이 얼핏 보였다.

한편 박정민은 ‘동주’ 외에도 ‘무서운 이야기3’, ‘지젤, 다시 태어나다’ 개봉을 앞두고 있다.

/fnstar@fnnews.com fn스타 이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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