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귀향’의 형법의 장소적 적용범위

0
201602291029288665.jpg

75,270명의 세계 각지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있습니다. 영화 ‘귀향’은 대한민국의 잊지 말아야 할 뼈아픈 역사 중 ‘일본 위안부’ 문제를 다뤘습니다. ‘귀향’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한 작품으로서 제작되는데 14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1943년, 경상남도 거창의 14세 소녀 정민(강하나 분)은 일본군에게 강제로 알 수 없는 2차 세계대전의 전장으로 끌려갑니다. 가족과 생이별을 겪으면서 전국 각지에서 강제로 끌려온 소녀들은 위안소에서 일본군에게 모진 고초를 겪으면서 죽임을 당하고, 심지어 불에 태워집니다.

당시 일제가 수십만 명의 소녀들을 강제로 끌고 가 저지른 만행은 형사적으로 간음 목적의 약취죄, 강간죄, 살인죄, 사체 손괴죄 등의 범죄를 구성합니다. 이와 같이 국내외에서 이뤄진 일제의 인권 유린 범죄에 대해서 우리나라 형법을 적용할 수 있는 법적근거는 무엇일까요?

201602291029290537.jpg

형법의 장소적 적용범위란 어떤 장소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 형법을 적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말합니다. 즉 한국인의 국내 범죄, 한국인의 국외 범죄, 외국인의 국내 범죄, 외국인의 국외 범죄에 대해서 우리 나라 형법을 적용할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자국 내에서 발생한 모든 범죄에 대해서 범죄인의 국적을 불문하고 자국 형법을 적용한다는 속지주의, 국외에 운항중인 자국의 선박 또는 항공기 내에서 행한 범죄에 대해서는 자국의 형법을 적용한다는 속지주의의 특별한 경우인 기국주의가 있습니다.

자국민의 범죄에 대해서는 범죄 장소를 불문하고 자국의 형법을 적용한다는 속인주의, 자국 또는 자국민의 법익을 침해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범인의 국적과 범죄 장소를 불문하고 자국형법을 적용하는 보호주의가 있습니다.

전쟁도발, 국제테러, 통화위조, 마약밀매, 민족학살, 인신매매 등 인류공동의 법익을 침해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범죄인의 국적을 불문하고 자국의 형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세계주의가 있습니다. 우리 형법은 속지주의, 기국주의, 속인주의, 보호주의, 세계주의, 이 모두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201602291029291629.jpg

그러므로 일제의 인권을 유린한 만행에 대해서 당연히 우리나라의 형법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형사재판에서 가해자의 자백이나 반성, 피해자의 용서는 형량을 감경하는 사유이지만 가해자가 범죄 사실을 부인하거나 증거를 위조하면 형량을 가중합니다.

용서와 화해는 피해자의 몫으로 강요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더더욱 피해자가 비난받을 이유도 없고 비난 받아서도 안됩니다. 하지만 가해자인 일본은 자백도 반성도 하지 않고, 오히려 역사를 왜곡하면서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어 줘야할 우리들 중 일부는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면서 화해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국가는 국민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해 피해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반성하거나 피해자 보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피해자로부터 어떠한 권한도 부여 받지 않은 채, 아무런 권한 없이 피해자 대신 합의를 하고 그 합의에 따르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로서, 망각하기 때문에 힘든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무리 힘이 들더라도 모든 것을 망각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것을 망각하는 때가 바로 사람이 사망하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민족과 국가도 마찬가지로 잊지 말아야 할 역사까지 모두 망각한다면, 바로 그 때는 보다 더 큰 치욕을 겪으면서 그 존재의 의미를 잃고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귀향’은 보기 편한 작품은 아닙니다. 하지만 한 번은 봐야 할 영화입니다.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201602291029292565.jpg

/fnstar@fnnews.com fn스타 조정원 기자

      

Facebook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