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명성 신시 대표 “프로듀서는 멍석 펼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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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 News1 임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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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 News1 임경호 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뮤지컬 제작자인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53)가 최근 신간 ‘이럴 줄 알았다’를 냈다. 이 책에는 예술과 비즈니스를 넘나드는 공연 프로듀서의 세계와 지난 20년간 숱한 화제작을 만든 박 대표의 노하우가 오롯이 담겨 있다. 그는 대형 뮤지컬 ‘맘마미아’ ‘시카고’ ‘아리랑’ 등과 연극 ‘렛미인’ ‘푸르른 날에’ 등을 제작해 ‘국내 최장기 공연’·’최다 관객동원’·’최대 매출’ 기록 등을 보유한 프로듀서다.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신시컴퍼니에서 만난 박 대표는 "공연은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난다"며 "프로듀서는 배우와 제작진이 마음껏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사람인 동시에 멍석 그 자체"라고 말했다.

그는 책 제목 ‘이럴 줄 알았다’에 관해 "망할 줄 알면서도 작품을 올렸기 때문에 제목으로 정했다"며 "프로듀서는 텅 빈 무대를 채울 공연을 맨 처음 꿈꾸는 예술가"라고도 했다. 이어 "실패하면 개꿈으로 끝나고 흥행하면 용꿈이 되겠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계속 꿈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프로듀서의 꿈이 모든 공연의 실마리가 된다. 그의 꿈이 작가를 만나 문장으로 바뀌고 배우를 통해 무대에 펼쳐지면 관객들과 꿈을 공유하게 된다. 프로듀서가 좋은 공연을 꿈꾸려면 시대의 흐름과 현장을 읽어내는 안목이 필요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박 대표는 ‘도덕적 투명성’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돈을 만져야 하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투명해야 하고 구설에 오르면 안 된다"며 "투명한 제작 과정이야말로 다른 예술가와 신뢰를 쌓는 첩경"이라고 했다.

다음은 박 대표와 일문일답이다.

-‘프로듀서’란.

▶꿈꾸는 사람이다. 무대 예술의 한 축을 담당하는 예술가다. 프로듀서는 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 잡다하게 모든 것을 챙겨야 한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다. 무대는 텅 비어 있고 객석엔 빈 의자만 즐비하다. 프로듀서는 ‘상상력’이란 입김을 불어 넣어 어둠 속에 갇혀 있는 무대를 살아나게 하는 사람이다. 공연이 성공하면 모두의 것이 되지만, 실패하면 모두의 책임감의 총량보다 더 많은 책임을 프로듀서가 져야 한다.

-프로듀서로 성공하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은.

▶도덕적으로 투명해야 한다. 프로듀서는 많은 제작비를 움직이기 때문에 절대로 구설에 오르면 안 된다. 그리고 당연히 예술적인 소양을 갖추고 시대의 흐름을 빨리 파악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작품을 고르는 능력이나 해석하는 시각이 남보다 뛰어나야 한다. 프로듀서가 작품의 진로를 결정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야기를 관객에게 보여줄지를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화제작을 만들려면 식지 않는 열정과 끊임없는 모험정신도 필요하다.

-프로듀서가 되기 위한 과정은.

▶그런 건 없다. 다만 나는 청년 시절부터 연극계에서 해온 온갖 허드렛일이 지금의 탄탄한 맷집을 갖게 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옛말이 딱 맞더라.

-언제부터 프로듀서를 꿈꿨나.

▶원래 배우가 되고 싶었다. 프로듀서가 되겠다고 처음부터 생각한 건 아니다. 대학로에서 연극배우로 시작해 조명기사부터 음향기사·조연출까지 10년이 넘게 무대 뒤에서 연극에 필요한 일은 거의 다 했다. 프로듀서의 길을 가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는 프로듀서라는 직업 자체가 없었다. 배우 일에 소질이 없어 시작한 연출 일이었지만, 눈앞이 캄캄했다. 그렇지만 무대를 떠나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공연계에서 앞으로 가능성은 있지만 아무도 선호하지 않는 길을 찾기 시작했고, 그 길이 바로 기획이었다.

-프로듀서의 보람은.

▶우리 공연에 만족한 관객을 볼 때다. 나는 신시컴퍼니의 작품을 항상 객석 맨 뒷자리에서 본다. 공연 첫날에는 자리에 앉지도 않고 맨 뒷벽에 서서 본다. 지금까지 늘 그래 왔다. 공연이 끝나면 제일 먼저 로비로 나와서 관객들의 표정을 살핀다. 관객이 만족한 표정으로 나오면 나도 행복해진다.

-신시컴퍼니만의 자랑은.

▶끈끈한 조직력, 막강한 앙상블, 가슴 뛰는 레퍼토리 작품 등 3가지다. 팀장 모두가 10년 이상 한솥밥을 먹었다. 그래서 제작자가 일일이 관여하는 다른 제작사와 다르게 신시컴퍼니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끈끈한 조직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막강한 앙상블도 자랑이다. 앙상블이란 주연 배우들을 받쳐주는 다수의 배우다. 일부 공연계 관계자들은 앙상블을 무슨 병풍처럼 생각하는데 큰 착각이다. 신시의 앙상블은 주·조연보다 소중한 자랑이다. 앙상블이 받쳐주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연기력과 가창력을 갖춘 주인공이라도 빛날 수 없다. 신시의 앙상블은 주연 배우를 받쳐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배역 하나마다 독자적인 캐릭터를 구축할 수 있다. 노래와 춤은 기본이고 연기력까지 갖춘 배우들로 채워졌다. 이들은 실력이 모자라는 사람이 아니라 아직 기획을 잡지 못한 잠재적인 스타들이다. 마지막으로 레퍼토리 작품들이다. ‘렌트’ ‘맘마미아’ ‘시카고’ ‘푸르른 날에’ 등 제목만 읊어도 내 가슴이 두근거린다.

-작품 선택의 기준은.

▶뚜렷한 기준은 없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다. 프로듀서가 무대를 향해 꾸는 꿈을 실무적으로 표현하면 바로 작품 선정이다. 신시컴퍼니는 ‘맘마미아’ 하나만으로도 10년 동안 1400여 회 공연하면서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작품 하나 흥행시키면 돈에 쪼들리지 않고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돈 되는 작품을 고르다 보면 오히려 돈에서 멀어진다.(웃음) 어렵고 골치 아픈 주제의 작품이나 관객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낯선 형식의 작품은 빼야겠지만 그건 부차적인 문제다. 나는 관객이 좋아할 것 같은 작품을 해오지 않았다. 창작이든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이든 내 가슴을 두근두근 뛰게 만드는 작품을 선택해서 밀고 나갔다. 망할 줄 알면서도 내 가슴을 뛰기 만들었기 때문에 작품을 올렸다.

-작품을 올릴 때 흥행 여부가 예상되나.

▶당연하다. 제작하다 보면 느낌이 온다. 흥행하겠다 싶은 작품이라 하더라도 나를 감동하게 하지 않으면 건드리지 않았다. 신시컴퍼니는 ‘쇼(Show)적’이고 오락적인 작품은 만들지 않는다. 내 가슴이 쿵쾅거리면 망할 것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질렀다. 뮤지컬 ‘갬블러’는 흥행에 참패했다. ‘댄싱 섀도우’도 7년 동안 45억원을 들였지만 망했다. 2015년에 초연한 창작 뮤지컬 ‘아리랑’은 흥행에 성공했지만 적자였다. 이 작품은 3년 동안 46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했다. "얼마나 망하는지가 문제"라고 직원들에게 농담을 던지곤 했다. 그래서 이번 책 제목을 ‘이럴 줄 알았다’로 정했다. 프로듀서의 수명이 끝나는 순간은 흥행에 참패했을 때가 아니다.

-프로듀서로서 가장 중요한 점은.

▶프로듀서는 끊임없이 저질러야 한다. 배우와 제작진이 마음껏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사람인 동시에 멍석 그 자체가 돼야 한다. 실패할까 겁나서 주저한다면 프로듀서의 생명은 끝이다. 판이 벌어지지 않으면 어느 배우가 무대에 올라갈 수 있나.

-건강관리는.

▶매일 아침 뛰고 두 다리 뻗고 잘 잔다. 10년 전 암 판정을 받았다. 레이저로 절개한 이후 10년 동안 술·담배 하면서도 멀쩡하게 살아 있는 걸 보면 ‘오진이 아니냐’고 주치의랑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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