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맨’ 노경은, 두산에서 영욕의 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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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은 [연합뉴스 자료사진]

<프로야구> ‘롯데맨’ 노경은, 두산에서 영욕의 14년

2003년 두산 입단…2012년 전성기 거쳐 두산 KS 우승에도 공헌

‘은퇴 번복’ 해프닝 이후 롯데로 이적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2002년 7월 18일 보도자료 하나를 냈다.

‘신인 1차 지명 선수인 우완 정통파 투수 노경은(18·성남고)과 계약금 3억5천만원, 연봉 2천만원에 입단 계약했다. 노경은은 올해 대통령배 서울시 예선대회에서 성남고를 우승으로 이끌며 우수투수상을 수상했다.’

언론은 노경은을 ‘두산 마운드의 즉시 전력감’이라고 평가했다.

첫 승리를 따낸 것은 2003년 9월 10일 광주에서 열린 기아 타이거즈전에서다.

선발 등판한 노경은은 삼진 3개를 곁들여 5이닝 동안 2안타 2실점을 기록해 프로 데뷔 첫 승리의 감격을 맛봤다.

2003년 5경기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4.12, 2004년 20경기에서 2승 2패 평균자책점 6.89을 기록했고 2005∼2006년 군 복무를 했다.

2007년 시즌 들어 불펜으로 나서던 노경은은 그해 7월 6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 등판했다.

외국인 투수 맷 랜들이 컨디션 난조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자 두산은 노경은에게 선발 중책을 맡겼다.

노경은은 당시 삼진 6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솎아내며 4안타 3볼넷 2실점으로 막고 팀에 승리를 안겼다.

이후 그는 장기간 잊혀 갔다.

잦은 부상과 들쭉날쭉한 제구력 등으로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했다. 2003년 데뷔 이래 2011년까지 통산 승수는 11승(10패)에 그쳤다.

전성기는 2012년이었다.

시속 150㎞ 안팎의 직구, 날카로운 슬라이더 등이 위력적이었다. 포크볼을 결정구로 장착하면서 다양한 구종으로 타자들과 맞섰다.

노경은은 2012시즌 투수 주요 기록 상위권을 휩쓸다시피 했다.

평균자책점은 2.53으로 KBO리그 전체 2위, 12승(6패)으로 다승 5위, 삼진 133개로 5위였다.

두 차례 9이닝을 혼자 책임져 모두 실점하지 않아 완봉 부문 1위에 올랐다.

시즌을 마치고 12월 서울 잠실구장에서 선수단과 팬이 함께 어울린 ‘곰들의 모임’ 행사에서 노경은은 최우수선수로 꼽혔다.

두산은 토종 에이스로 맹활약한 노경은에게 팀 내 연봉 최고 인상률(191%)로 화답했다.

노경은의 연봉은 2012년 5천500만원에서 2013년 1억6천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노경은은 "구단에서 진정 나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올해도 좋은 모습으로 구단에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3년에도 좋았다.

30경기에 나와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10승 10패)를 챙겼고 평균자책점 3.84를 기록했다.

2013년 한국시리즈 1차전에 선발로 나선 노경은은 6⅓이닝 동안 삼진 7개를 잡아내며 상대 타선을 4안타에 1실점으로 꽁꽁 묶어 생애 첫 KS 선발 경기에서 승리를 기록했다.

잘 던지니 팀이 그에게 의지하는 날이 많았다.

2003∼2011년에 한 번도 63이닝 이상 던진 적이 없었지만 2012, 2013년에 각각 146이닝, 180⅓이닝을 소화했다.

이런 혹사는 독으로 돌아왔다.

그는 2014년에 3승 15패 평균자책점 9.03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최다 패 투수의 불명예를 안고 말았다.

2015년에는 성적 부진에 개인적인 아픔까지 겹쳤다.

6월에 어머니를 여의었다.

노경은은 모바일 메신저에 ‘엄마 김치찌개 먹고 싶다’ 등의 문구를 올려 그리움을 나타냈다.

2015년 47경기에 나와 1승 4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4.47에 그친 노경은은 그러나 두산의 14년 만의 한국시리즈 제패에 공헌했다.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1⅔이닝 만에 강판당한 이현호를 구원 등판해 5⅔이닝을 2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팀에 승리를 선물했다.

노경은은 어머니의 유골함 옆에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한국시리즈 우승 기념 상패를 놓아뒀다.

김태형 감독은 2016시즌을 앞두고 노경은을 5선발로 낙점했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하지만 3경기에 선발 출격해 2패에 평균자책점 11.17로 부진했고, 결국 김 감독은 4월 22일 그를 2군으로 내려보냈다.

노경은은 ‘은퇴 선언’이라는 초강경 모드로 대응했다.

김 감독은 "선발로 쓰다가 바로 중간으로 돌리기가 좀 그래서 2군으로 내려보냈던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노경은은 자신의 임의탈퇴 공시 요청 사실이 알려진 지 사흘 만인 5월 13일 은퇴 선언을 번복했다.

이 과정에서 두산과 노경은은 얼굴을 붉혔다.

결국, 노경은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롯데 유니폼으로 갈아입게 됐다.

이제 노경은은 롯데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다. 자신이 14년간 몸담았던 두산의 선수들을 상대로 공을 던지는 날도 있을 것이다.

노경은 야구 인생의 새 막이 곧 열린다.

ksw0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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