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 확인한 슈틸리케호…그래도 유럽원정은 ‘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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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에 빠진 슈틸리케 감독 (프라하=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울리 슈틸리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3일 오전(한국시간) 체코 프라하 에덴 아레나에서 체코와 유럽 원정 2차 평가전을 앞두고 가진 팀 훈련에서 축구공 위에 앉아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2016.6.3

위치 확인한 슈틸리케호…그래도 유럽원정은 ‘보약’

한계와 가능성 확인…최종예선 준비 만전 기해야

(프라하=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아시아 최강’으로 승승장구했던 슈틸리케호의 거품이 걷혔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이번 유럽 원정을 앞두고 세계적인 강호를 상대로 한국의 객관적인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슈틸리케 감독의 의도는 달성됐다. 대표팀은 스페인에는 1-6으로 대패했지만,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30위인 체코에는 2-1로 승리했다.

아직까지 스페인 같은 세계적인 강팀과 대결할 수준은 안 되지만 그렇다고 유럽 국가에 일방적으로 밀리는 수준도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는 대표팀이 스페인전에서 20년 만의 최다실점이라는 충격적인 참패를 기록하면서 연착륙을 하지 못하고 경착륙을 했다는 것이다.

유럽 원정에서 1승1패라는 부끄럽지 않은 성적표에도 일부 팬들이 불만을 표시한다는 것은 그만큼 슈틸리케 감독과 대표팀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바닥을 친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슈틸리케 감독은 여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축구팬들이 슈틸리케 감독에게 ‘갓틸리케’라는 별명을 붙일 정도였다. 신(神)을 뜻하는 영어 단어 ‘갓'(God)과 슈틸리케 감독의 이름을 합성한 별명이었다.

무명이었던 상무의 이정협을 포함해 권창훈(수원)과 이재성(전북)을 발탁하는 등 철저한 실력 위주의 대표팀 인선에 팬들은 박수를 보냈다.

K리그는 물론이고 일본과 중국, 중동 등 세계를 돌며 대표팀 재목들을 관찰하는 슈틸리케 감독의 열정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대표팀의 새내기들이 모두 좋은 활약을 펼쳤기 때문에 ‘슈틸리케가 찍으면 반드시 터진다’는 말까지 나왔다.

성적도 훌륭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을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전승으로 통과했고, 역대 최고인 8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을 세웠다.

슈틸리케 감독도 지난 9월 레바논과의 원정경기에 앞서 "지금 한국 대표팀은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는 아주 훌륭한 팀"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할 정도였다.

거스 히딩크 감독 시절 대표팀이 이룬 월드컵 4강의 기억이 남아 있는 축구팬들은 대표팀의 새로운 ‘수호신’이 된 슈틸리케 감독을 보면서 기대감을 부풀렸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유럽 원정을 추진했다. 아시아에서 우물 안 개구리로 만족한다면 월드컵에서의 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판단은 정확한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전에서의 참패가 충격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패배를 통해 한국 축구가 위기의식을 느끼게 된 것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체코전에서는 유럽 축구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됐다.

선수들도 유럽 강팀과의 평가전이 스스로를 돌아볼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참패까지 예견하지는 못했겠지만 ‘아시아의 종이호랑이’에 안주하면 안 된다는 문제의식으로 유럽 원정을 추진한 것은 바로 슈틸리케 감독이다.

이제 슈틸리케 감독은 ‘갓틸리케’라는 부담스러운 별명을 벗어던지고 초심으로 돌아가 대표팀을 지휘할 수 있게 됐다.

월드컵 최종예선은 3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 슈틸리케호는 이번 유럽 원정의 경험을 보약으로 삼아 새 출발을 해야 한다.

kom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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