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해외파 3인방’ 잔인한 4월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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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히 자존심이 상했다. 2-2 동점이던 3회 2사 2루. 앞선 타자 우치가와를 고의 볼넷으로 걸렀다. 경기 후반 한 점차 승부 상황이라면 이해된다. 최대한 상대를 압박해 한 점도 내주지 않겠다는 의도다.

경기 초반이면 다르다. 한 명의 주자라도 아껴야 한다. 대량 실점 가능성 여지를 남겨선 곤란하다. 한 점이면 언제든 따라 갈 수 있다. 하지만 큰 점수 차는 경기를 끝낼 수 있다. 다음 타석이 투수라면 혹 모를까. 그럴리가. 일본 퍼시픽리그에는 지명타자 제도가 있다.

앞선 타자를 고의로 내보낸 이유는 간단하다. 다음 타자를 쉽게 봤기 때문이다. 대량 실점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바 롯데 구로자와 쇼타 투수의 속마음이었다.

이대호(33·소프트뱅크)의 마음속은 어땠을까. ‘아무리 부진해도 그렇지. 내 앞의 타자를 고의 볼넷으로 보내!’ 부글부글 끓고 있었을 것이다. 사실 이대호는 얼마 전까지 만해도 24타석 무안타였다. 타율은 1할 9리. 경기에 나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지난달 23일(이하 한국시간) 시카고 컵스 배터리는 5-5 동점이던 7회 말 마르테를 고의 볼넷으로 걸렀다. 다음 타자 강정호(28·피츠버그)의 당시 타율은 7푼4리. 당연해 보였다. 그런데 실수였다.

추신수(33·텍사스)의 타석에선 야유가 쏟아졌다. 원정경기가 아니냐고? 천만에, 홈구장이었다.

7년 총액 1억3000만달러(약 1500억원)의 비싼 몸값에 타율은 9푼6리. 규정 타석을 채운 메이저리그 전체 선수 중 꼴찌였다. 박수 대신 야유가 터져 나온 이유다.

해외에서 활약 중인 국산 타자 3인방의 4월은 이처럼 잔인했다. 1할대 타율이거나 그보다 못했다. 홈 팬들의 야유와 앞 타자 고의 볼넷. 그들이 감내한 수모는 거칠었다. 기나긴 터널은 끝이 없어 보였다.

5월 들어 해외파 3인방들이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부진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새 소식의 주인공은 강정호. 4일 세인트루이스 원정경기서 ML 데뷔 후 첫 홈런을 터트렸다. 0-1로 뒤지던 9회 초 메이저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 중 한 명에게 뽑아낸 값진 홈런이었다.

강정호는 세인트루이스의 100마일(161㎞) 투수 로젠탈의 커브를 노려 쳐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불과 2주일 전 앞 타자를 고의 볼넷으로 거르는 수모를 당한 강정호였다. 이날 5타수 2안타로 타율을 3할대(0.281) 가까이 끌어올렸다.

추신수는 같은 날 오클랜드전서 4회 좌측 담장을 직격하는 2루타를 터트렸다. 9회 1사 만루서는 펜스 바로 앞에서 잡히는 커다란 희생플라이를 날렸다. 홈 팬들의 야유를 받던 추신수는 5월 들어 12타수 4안타(0.333)를 기록 중이다. 전날에는 4-7로 뒤진 7회 말 동점 3점포를 터트렸다. 홈 관중들이 야유 대신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대호는 3일 오릭스전서 0-2로 뒤진 9회 1사 3루서 2루타를 때렸다. 소프트뱅크의 3-2 역전 드라마의 단초였다. 1일 같은 팀과의 경기서는 1-2로 뒤진 9회 동점 홈런을 터트렸다. 길고 지루했던 부진의 터널에서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이대호는 지난달 19일 지바 롯데전서 2-2 동점이던 3회 2루타를 날렸다. 고의 볼넷 뒤에 나온 통렬한 2타점 결승타. 앞서 설명한 그 상황이다. 이대호는 이틀 후 라쿠텐전서는 16경기 만에 홈런 손맛을 봤다. 5월, 이제 좀 살맛이 난다.

texan50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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