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인터뷰] ‘소수의견’ 윤계상, 소수여도 소신 있는 배우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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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배우는 작품으로 말합니다”

영화 ‘소수의견’(감독 김성제)은 한 철거 현장에서 일어난 의경과 철거민 아들이 죽음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국가와 이를 파헤치려는 변호인의 대결을 긴장감 있게 그려낸 법정 드라마다.

거대한 권력 앞에서 진실을 밝혀내기란 ‘계란으로 바위 치기’일 뿐일지도 모른다. 윤계상은 이런 상황 속에서 기꺼이 계란을 던지며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끝까지 소신을 밀어붙이는 국선변호사 윤진원을 연기했다.

한 카페에서 만난 윤계상은 영화가 제작된 지 2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윤진원의 모습 그대로였다. 펑범한 변호사에서 진짜 변호사로 변해가는 윤진원의 모습은 배우가 되고 싶어 하는 윤계상의 모습과 맞닿아 있다.

“윤진원은 2013년도 윤계상과 닮았어요. 배우도 되고 싶었고, 상업적으로 성공도 하고 싶었던 애매한 입장이었거든요. 윤진원도 그래요. 지방대 출신의 국선변호사면서도 거대 로펌에는 취직하고 싶어 하죠. 처음에 윤진원이 움직였던 이유는 정의에 불타서라기보다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고 싶은 것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결국엔 진정한 변호사의 모습을 찾아가죠.”

곧은 눈빛과 자신의 소신을 고집할 것 같은 입매. 서른 후반의 나이이지만 윤계상의 얼굴은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청춘을 표현하기에 적합하다. 김성제 감독이 윤계상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어른이 되면 세상과 타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한테는 어른이 되기 직전의 모습, 불나방 같은 모습이 있었어요. ‘연기할거야!’라며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는 에너지가 윤진원과 비슷하다고 보셨던 것 같아요. 건드리면 터질 것 같고, 조금만 말하면 뭔가 할 것 같은 모습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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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소수 의견을 대변한다고 해서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으로 그려내지는 않았다. 윤계상은 감정적으로 터트리지 않고 덤덤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을 최대한 숨기고 법으로 싸우기 위해 노력한다.

“감독님께서 감정을 폭발시키지 말라고 하셨었어요. 하지만 화가 나는 부분이 있었죠. 공수경 기자 역할인 김옥빈 씨가 ‘기사 씁니다’라고 했을 때는 너무 화가 나서 멍이 들 정도로 옥빈 씨 팔을 세게 잡게 됐어요. 제 행동에 저도 놀랐고 감독님도 놀랐던 기억이 있네요.”

극중 윤계상은 김옥빈과의 케미보다 동료 변호사인 유해진과의 남남 케미를 자랑한다. 핑퐁처럼 주고받는 대사가 많기 때문에 이들의 케미는 극의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평소 낯을 많이 가린다는 이 두 배우들의 호흡은 어땠을까.

“유해진 형님은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요. 애드리브가 대단하죠. 살아 움직이는 연기라고 해야 할까요. 준비를 많이 한 배우들은 리액션 하기가 어려워서 놀랄지도 몰라요. 하지만 호흡이 잘 맞는다면 정말 좋은 장면이 나올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유해진 형님과 술 먹고 이야기하는 신이 있었는데 편집돼서 아쉬워요.”

윤계상은 유해진 외에도 이경영, 김의성 등 연극을 주 무대로 활동했던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호흡해야 했다. 특히 국민참여재판 신은 콘티도 없이 연극을 하듯 롱테이크로 한 번에 촬영해야 했으며, 극의 하이라이트 부분이기 때문에 윤계상의 부담은 상당했을 터.

“이번 영화를 하면서 긴장을 많이 했어요. 연극처럼 촬영한다고 해서 혼자 동선을 맞춰보면서 수도 없이 리허설을 했어요. 가장 어려웠던 것은 전문가들 앞에서 연기를 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마치 심사위원단 앞에서 시험을 보는 듯한 무대였거든요. 이런 긴장감이 자극이 돼서 연습을 많이 했고, 연습을 많이 할수록 결국 편해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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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로 인해 윤계상이 배우로서 한 단계 더 성장했음은 틀림없다. 평소 히어로물을 좋아한다는 그가 소신 있게 선택한 ‘소수의견’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배우로서 한 획을 굵직하게 그은 그의 소신을 응원해 본다.

“평소 작품을 선택할 때 메시지가 확실한 것을 좋아해요. ‘소수의견’은 픽션이지만 이런 일들이 현실에서 비일비재하죠. 배우는 자기 생각을 작품으로 표현하게 돼요. 시나리오가 너무 좋아서 했다고 하기엔 의미하는 바가 너무 크잖아요. 소수를 지지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영화를 찍은 것은 사실이에요. 저는 공인이기 때문에 함부로 말을 뱉지는 못하는 면이 있습니다. 배우는 누구든 지지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모든 것은 작품으로 말하는 것이 현명한 거겠죠.”

데뷔한지 어느덧 17년, 연기자로서는 12년째 길을 걷고 있는 윤계상. 지금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그이지만, 앞으로 보여줄 모습이 더 기대되는 것은 시간과 노력의 소중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활동을 하면서 무엇이든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됐어요. 혼자 터득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많이 하다 보면 어느 샌가 어울리는 옷을 입듯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옷 입는 방법을 배우고 있어요. 어떤 옷을 받았을 때 자연스럽게 입을 수 있어야 하는데, 방법도 모르면 안 되니까요.”

한편 ‘소수의견’은 한 강제 철거 현장에서 두 젊은이의 죽음을 둘러싸고 대한민국 사상 최초 100원짜리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변호인단과 검찰의 진실공방을 그린 영화로, 지난 25일 개봉했다.

/fnstar@fnnews.com fn스타 이주희 기자 사진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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