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부산행’의 오상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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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산행’은 제69회 칸 국제 영화제 공식 섹션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다른 재난 영화들과 달리 독특하게 좀비를 소재로 한 한국형 좀비 영화입니다.

작품 속에서 펀드매니저 석우(공유 분)는 딸 수안(김수안 분)의 생일 선물로 수안을 부산에 있는 엄마에게 데려다 주러 가는 부산행 KTX 열차에서 좀비의 공격을 받습니다. 석우 일행들은 좀비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용석(김의성 분)과 승무원 일행들이 있는 안전한 열차 칸으로 이동하려고 합니다.

용석과 승무원 일행들은 좀비에게 쫒기는 석우 일행들이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음에도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오인하고 열차 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그로 인하여 석우와 상화(마동석 분) 일행들은 좀비 공격에 사망할 위험에 처하고, 결국 상화는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됩니다.

이와 같이 용석과 승무원 일행들이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하여 석우 일행들이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잘못 알고 열차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한 것이 범죄를 구성하는지, 아니면 법률상 오상방위로 인정되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정당방위 상황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부당한 침해가 있는 상황을 말하는데, 오상방위는 정당방위의 객관적 전제사실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당방위 상황이 존재하는 것으로 오신하고 방위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오상방위를 한 사람에게 현재의 급박하고도 부당한 침해가 있는 것으로 오인하고, 이러한 오인에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위법성을 조각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어떤 행위가 범죄로 성립되기 위해서는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성, 책임이 있어야 하는데, 위법성이 조각되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즉, 오상방위로 인정되면 범죄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오상방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정당방위의 상황이 존재하는 것으로 오인해야 합니다. 즉 용석과 승무원 일행들이 우석 일행들의 열차 칸 진입을 막는 행위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는 것으로 오인한데서 비롯된 것이었어야 합니다.

우석 일행들이 좀비들이 있는 열차 칸을 뚫고 지나왔기 때문에 우석 일행들 중 하나라도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좀비로서 공격할 것이라고 오인할 수 있습니다. 좀비 바이러스가 감염되면 좀비로 변하여 사람들을 공격하고 좀비에 물린 사람은 좀비로 변하여 사망하기 때문입니다.

용석과 승무원 일행들이 좀비들을 막으려고 열차 문을 잠가둔 것은 정당화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좀비들에게 쫒기는 우석 일행들을 눈으로 보면 좀비 바이러스가 감염되지 않았음을 충분히 식별할 수 있음에도 오인한 것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므로 용석과 승무원 일행들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좀비들에게 쫒기는 우석 일행들이 안전한 열차 칸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 것은 오상방위라고 할 수 없고, 우석 일행들 중 상화가 좀비를 방어하는 과정에 좀비가 되었으므로 살인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영화 ‘부산행’은 좀비라는 공포의 확산에 따른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을 보여 줍니다. 좀비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람의 이기심이지만, 그럼에도 이 세상을 밝히고 지탱하는 것은 역시 사람들의 사랑과 배려라는 것을 보여 줍니다.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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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ew@fnnews.com 한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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