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벤허(Ben-Hur, 2016)’의 허용된 위험의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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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에 제작된 ‘벤허’는 여러 차례 재개봉되면서 중, 고등학교 시절에 단체로 관람한 영화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20세기 최고의 종교 영화로서 주말의 명화로 TV에서도 여러 차례 방영되었던 ‘벤허’가 런닝타임을 거의 절반으로 줄여 2016년 리메이크되었습니다.

‘벤허’하면 전차 경기 장면이 제일 먼저 떠오를 것입니다. 전차 경기 중에 경기에 참여한 기수들이 다치거나 사망합니다. 이처럼 경기 중에 상대방을 다치게 하거나 사망하게 하였음에도 상해죄나 살인죄로 처벌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즉, 복싱이나 이종격투기 등에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혀도 상해죄로 처벌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이종격투기와 같은 경기 중에 상대방에게 상해를 가했음에도 상해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허용된 위험의 법리에 의해서 상해죄의 구성요건해당성이 없다는 견해, 피해자의 승낙에 의해서 위법성이 없다는 견해, 업무로 인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없다는 견해,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없다는 견해 등이 있습니다.

각 견해 마다 각기 타당성은 있으나, 피해자가 스스로 복싱, 이종격투기 등 운동 경기에 참여했고, 현행법에 이러한 운동 경기를 금지하고 있지 않으므로 허용된 위험의 법리에 의해 상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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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대법원은 경기규칙을 준수하는 중에 또는 그 경기의 성격상 당연히 예상되는 정도의 경미한 규칙위반 속에 상해의 결과를 발생시킨 것은 사회적 상당서의 범위에 벗어나지 않지만, 골프공을 쳐서 자신의 뒤에 있는 캐디에게 상처를 입힌 경우에는 과실치상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입니다.

허용된 위험의 이론이란 현대 산업사회에서 위험을 수반하는 여러 행태의 경우에 행위자가 결과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충분히 하였다면 이에 의하여 법익이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했을 지라도 행위자에게 형사 책임을 지워 처벌할 수 없다는 이론입니다.

허용된 위험은 원래 과실범의 성립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객관적 주의의무를 제한하는 원리로 등장한 이론입니다. 즉, 과실범의 과실을 판단할 때 객관적 주의의무 위반, 주관적 주의의무 위반 여부 등을 판단하는데, 이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무제한 확대할 수 없으므로 일정한 범위로 제한하기 위한 것입니다.

허용된 위험은 사람들이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서 서로 감내할 것으로 양해된 최소한의 법익침해의 위험성으로서 허용된 위험 업무의 사회적 유용성과 필요성을 근거로 허용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자동차, 항공기 등의 교통수단, 공장시설의 운용, 건설공사, 광산의 채굴행위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전차 경기가 합법이고 경기 중에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 역시 경기의 일부로서 허용된다면 다른 기수가 상해를 입거나 사망하더라도 상해죄나 살인죄가 성립하지 않을 것입니다. 반면에 전차 경기 중 상대방에 대한 공격이 반칙이라면 상대 기수에 대한 공격으로 상대 기수가 상해를 입으면 상해죄가 성립될 것입니다.

리메이크된 ‘벤허’는 예전 작품의 방영시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이면서 많은 장면이 빠지고 종교적 색채도 약해졌습니다. 반 세기 이상이 지난 2016년에 리메이크된 ‘벤허’는 ‘형만 한 아우 없다’는 속담처럼 우려가 현실이 된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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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kimsj@fnnews.com 김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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