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인터뷰②] 38세의 김남길, 여전히 변화를 거듭하는 개구쟁이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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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에 이어서…


김남길은 유쾌함뿐만 아니라,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도 강수와 많이 닮아있었다. 수다쟁이와 같은 모습에 힘든 티를 역력하게 낼 것만 같더니, 오히려 주변에 민폐를 끼치기 싫어 혼자 삭히는 편이라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최근에 울어본 적 있냐고 물었더니 “제가 울면 미친놈아 왜 우냐는 소리 들어요”라고 말하며 다시 한 번 분위기를 가볍게 주물렀다.

“작품할 때 말고 울어본 것은 없어요. 그래서 답답하죠. 요즘은 ‘내 탓이다’라고 생각하는 게 많아서 편해지긴 하는데 답답함도 솔직히 있긴 해요. 제가 울면 사람들이 ‘미친놈아 왜 울어?’ 하시니까요.(웃음) 또, 우리의 나이 세대나 한국 남자들이 들어오던 ‘남자는 세 번만 우는 거야, 남자는 울면 안 돼’이런 주입식 교육이 있잖아요. 그래서 예전에는 울면 부끄럽거나 발가벗겨진 느낌이 있었어요.”

그래서 대신 그는 “다큐멘터리나 다른 사람들이 아픔을 이야기할 때 보이는 담담함을 보면서 울어요. 희한하게 슬픈 동영상이나 드라마 같은 것들을 보면서 혼자 울기도 해요. 다른 스트레스는 별 것 없어요. 운동하고 사람들이랑 이야기 하면서 스트레스 풀어요. 그리고 어머니한테 이야기해요. 요즘은 형식상 들어주시는 게 눈에 보여요.(웃음) 어머니는 말이 없으시고 쿨하신 편이라 제가 말이 많아요. 핑계를 대자면, 저희 집에 딸이 없으니까 엄마 입장에서 많이 이해하려고 하죠.”라며 사람 좋게 웃었다.

이토록 수다쟁이인 남자가 가슴 절절한 ‘선덕여왕’의 비담을 연기했고, ‘나쁜 남자’의 심건욱을 연기했던 사실은 오히려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생각해보면, 김남길은 캐릭터성이 진하게 풍기는 인물을 연기하는 데에 비중을 더 쏟았다. 그래서 한결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그의 변화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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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장남이지만 철없는 막내아들 같은 이미지가 더 맞아요. 초반에는, 배우라고 하면 강한 이미지가 구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양조위나 장국영 같은 배우들을 롤모델로 많이 삼았어요. 센 캐릭터들과 작품을 선호하기도 했고요. 이제 초반에 그렇게 각인이 되고 나서 원래 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또, 시간이 지나니까 작품 보는 눈도 달라졌거든요. 예전에는 나를 더 보여주는 센 캐릭터를 선택했다면, 지금은 이야기에 힘이 있고 주위를 보면 다 볼 수 있는 인물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들이 눈에 더 들어와요. 예를 들어, ‘해적’ 같은 경우는 관객 분들은 그 모습이 김남길이라고 생각을 못 하시니까 신선함을 느끼셨나봐요. 오히려 더 보여줄 수 있는 장점들이 많은 거죠. 꼭 ‘기대하시라’고 덧붙여주세요.(웃음)”

이어 김남길은 코미디 장르에 대한 욕심도 내비쳤다. 그는 “‘해적’을 해보고 나니까 코미디라는 장르가 참 많이 어렵더라고요. 우리끼리 하면 재미있는데 우리가 마냥 웃기려고 하면 재미가 없어요. 웃음 선을 잘 타야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블랙코미디 같은 작품이 욕심나요. 한 때는 차승원 선배님이 하신 연기의 장르를 많이 따라가고 싶었죠. 진지하실 때는 에너지를 발사하시고 코미디를 하실 때는 되게 웃기시잖아요. 그렇게 넘나들 수 있다는 자체가 부러웠어요.”라고 말하더니 곧이어 “승원이 형 같이 가요. 혼자 하시지 마시고 저도 나눠주세요.”라고 귀여운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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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나쁜남자’를 진행하던 도중 군입대를 했던 김남길. 마치고 돌아와 ‘무뢰한’, ‘판도라’에서 열연을 펼치며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그러나 근 2년 사이에는 수많은 후배 남배우들이 스크린에서 맹활약하고 있었다. 김남길 역시 어느 덧, 적지 않은 나이가 됐기에 혹여나 초조함은 없냐고 물었더니 오히려 담담했고 슬며시 자신감도 엿볼 수 있었다.

“어린 나이의 친구들이 지금의 제 나이에서만 가지고 있는 것들을 표현할 수는 없을 거예요. 동시에, 그 친구들의 스타성들을 제가 표현할 수는 없죠. 하지만 저는 단언할 수 있어요. 많은 선배님들을 보면서 느낀 건데, 연기라는 것은 신선함도 있지만 삶에 대한 것들을 알아가면서 생기는 것들 또한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이 분명히 있으니 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는 게 맞아요. 어느 정도를 내려놔야 다른 것들을 볼 수 있지 않겠어요? 그래서 제가 작품 보는 눈이 달라진 거예요.(웃음)

장난을 좋아하는 소년 같다가도 배우 인생을 논할 때만큼은 한없이 진지해지는 김남길. 그는 이전보다 한결 여유로워졌고, 그로 인해 자신이 펼쳐낼 수 있는 색채들은 더욱 풍성해졌다. 그의 말대로 배우 김남길의 ‘롱런’은 충분히 하고도 남을 듯 싶다.

“저는 롱런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정서를 잘 대변할 수 있는 배우요. 어떤 시대든 세대 차이는 나겠지만 감정과 정서는 같잖아요. 그것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배우가 되면 좋겠어요.”
/fnstar@fnnews.com fn스타 이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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