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추억 속 영웅 ‘파워레인져스’, ‘전대물→슈퍼히어로’ 진화가 담아낸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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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속 히어로는 늘 고뇌한다. 개인 내면에서 일어나는 갈등, 영웅들의 신념 싸움, 어지러운 세계를 지키는 사람들이기에 고려하는 수많은 사안들까지. 그러한 갈등 속에서 대립 관계에 놓여있는 악인을 무찌르고, 세계를 지키기 위한 더 나은 새 방향을 모색해나간다. 강렬하고 박진감 넘치는 영상에 그려진 이러한 서사들은 전 세계 관객들을 열광케 했다.

하지만 새롭게 히어로물로 거듭난 ‘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 서사의 결은 전 세계라는 범위에서 좁혀 10대 개인 즉, 청춘 안에서 그려진다. 그 때문에 단순하면서도 얇지만 또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깊다.

42년의 세월을 거쳐 온 전대물 ‘파워레인져스’는 1975년 일본 TV시리즈 ‘슈퍼전대’로부터 탄생했다. 이후 미국에서 판권을 구매해 ‘마이티 모핀 파워레인져’로 리메이크되며,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이끌었고 전대물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에서도 1994년에 첫 방영되면서 ‘무적 파워레인저!’를 유행시키며 많은 이들의 빛나는 추억으로 남아있었다.

‘트와일라잇’, ‘헝거게임’ 시리즈를 제작한 라이온스 게이트는 향수 가득한 이 작품을 7편의 시리즈로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더 비기닝’은 대장정의 서막을 열기 위해 철저하게 기초부터 다진다. 눈과 귀를 사로잡는 화려한 전투씬에 비중을 두기보다는, 누군가로부터 소외 받아 발현된 고민과 불안을 지닌 인물들이 서로에게 위로와 공감이 되어주면서 진정한 신뢰로 들어서는 기승전결을 차근차근 밟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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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 유망주였던 제이슨, 친구들과 갈등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숨겨놓고 살아가는 킴벌리, 대인관계로 인한 고민을 지닌 빌리, 성 정체성으로 향해진 외면으로 받은 아픔을 가진 트리니, 그리고 거침없어 보이지만 아픈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의기소침한 면모를 지닌 잭까지. 다섯 히어로의 삶을 섬세하고 꼼꼼하게 담아내면서 원작이 가진 단순한 선악구조 플롯에 깊이감을 더하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이러한 전개를 수용할 수 있는 건, 이제 막 슈퍼 히어로의 세계관으로 들어가게 된 1편이라는 특수성 덕이다. 심오한 시대적 고뇌와 전세계적 통찰을 요하지 않으면서 젊은 영웅들의 성장통을 담아내니, 유쾌하고 밝은 톤을 지닌 하이틴 무비와도 미묘하게 결합된다.

또한, 기존 전대물 형태에서 지닌 철학과 설정을 그대로 가져와 원작 팬들을 충분히 만족시키는 것과 동시에 절대적인 초월의 힘을 얻게 된 자들이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성장해나간다는 슈퍼히어로 장르의 탄탄한 공식을 오롯이 따라가면서 새로운 관객층을 사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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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흑인과 성소수자 그리고 동양인이 힘을 합쳐 활약하는 할리우드 슈퍼 히어로 반열에 들어가면서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과감한 면모도 선보인다. 이 시대에 올바른 성공적인 진화의 모습이다.

쫄쫄이에 오색찬란하던 슈트는 탄탄한 강철 아머 슈트로 변하고, 자이언트 로봇 조드와의 환상적인 액션 호흡은 한층 더 세련되어졌지만 개인의 서사에 많은 시간을 소모한 탓에, 히어로 장르에서 기대하던 전쟁 시퀀스는 20분이 채 되지 않는다. 눈을 휘둥그레 만드는 황홀한 액션씬을 기대했다면 아쉬울 법 하다. 다음 시리즈에 등장할 그린 레인져의 모습까지 넌지시 알린 ‘파워레인져: 더 비기닝’은 4월 20일 개봉 예정이다.

/9009055@fnnews.com fn스타 이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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