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인터뷰] ‘특별시민’이 심은경에게 내어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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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하는 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인내를 해야 다음 스텝도 밟을 수 있고 앞으로 더 좋은 길을 가기 위한 한 걸음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배우의 숙명 같아요.”

남성 영화의 비율이 현저하게 높은 현 국내 극장가 상황에서 여성 배우로써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 건 웬만한 내공으로는 이룰 수 없는 일이다. 올해로 24살을 맞은 심은경은 아역 시절부터 탄탄히 쌓아온 과정 속에서 그 어려운 걸 해냈다. 그 덕에, 대중의 뇌리에는 배우 심은경이라는 존재감이 확실하게 박힌 상황. ‘써니’, 수상한 그녀‘, ’널 기다리며‘ ’걷기왕‘ 등의 독보적인 주인공의 모습부터 ’조작된 도시‘, ’부산행‘,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다양한 배우들과의 조화로운 앙상블까지 소화했다.

영화 ‘특별시민’은 현 서울시장인 변종구(최민식 분)가 차기 대권을 노리고 최초로 3선에 도전하는 치열한 선거전을 그린 영화다. 선거판의 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함과 동시에 변종구란 인물의 저변을 살핀 박인제 감독의 구상이 돋보인다. 그런 변종구의 곁에 머무는 심은경은 극중 광고전문가 박경 역을 맡아 열연했다. 변종구에게 공개적으로 일침도 날리지만 사실은 그를 존경하고 닮고자하며 심혁수(곽도원 분)의 눈에 띄어 선거판에 입문하게 된다.

그러나 박경은 권력을 향한 정치인들의 끝없는 욕망을 직시하며 혼란에 휩싸이는 소용돌이를 겪게 된다. 단계적으로 인물의 혼란과 고민을 드러내야 했기에 심은경은 “고민으로 시작해서 고민으로 끝난 영화”라고 ‘특별시민’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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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이라는 캐릭터가 되게 매력적으로 그려져 있어서 선택한 건 맞아요. 화자의 눈을 가졌고 중심에 서 있던 캐릭터였거든요. 자신의 이상과 현실 정치판의 사이에서 괴리감을 겪게 되고, 그로 인해 변하게 되는 캐릭터의 감정선이 연기적으로 도전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슬프다’, ‘웃는다’ 등의 명확하고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복합적인 감정선이잖아요.”

사실 ‘특별시민’을 압도하는 건 최민식의 존재감을 입은 변종구 캐릭터이긴 하나 영화의 서사 결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전체적인 흐름의 주인공은 박경이다. 영화의 포문을 박경이 거침없이 열고 마지막 역시 그녀가 과감하게 문을 닫는다. 관객들과 동화되어 유일하게 호흡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만큼 연기 표현에 있어서도 수많은 고뇌의 과정을 거친 듯 했다.

“촬영하기 전부터 너무 얼어있었어요. 긴장을 많이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준비해온 것보다 역량을 펼치지 못할 때가 많았죠. 리딩할 때도 너무 긴장했더니 민식 선배님이 ‘연기를 하는데 선배 후배 가를 게 없다. 네가 나를 이겨먹어도 되는 것이니 프로가 돼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프로가 된다는 건 정말 쉽지가 않아요. 그래도 어떻게든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커서 캐릭터에 진심을 담고 이 악물고 버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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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경이 ‘특별시민’을 향해 막중한 부담감을 느끼게 된 건, 정치 드라마라는 성격으로 인해 영화에 대한 온도를 적절히 조절해야 했던 이유도 있지만 최민식, 곽도원, 문소리 등 대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위치로부터도 발현되었다. 그러나 그만큼 그들이 심은경을 위해 해주었던 조언들과 내보인 연기는 심은경의 이상을 제대로 채워냈고 성장의 자양분을 건넸다. 더불어 그들과 촬영 기간 내내 호흡했던 그녀는 어느 정도의 여유도 생긴 듯 했다.

“최민식 선배님은 굉장히 유머러스하세요. ‘마이쮸’와 밥을 좋아하시고요. 처음에는 너무 무섭고 그랬는데 보면 볼수록 정말 귀여우세요. 표현을 애정 있게 하시는 스타일이 아니라 ‘야! 이거 먹어! 그랬냐?’ 이런 스타일이신 거예요. 그걸 계속 보면 되게 귀여우시고 정감이 가요. 속정이 많으신데 표현을 잘 못하세요. 가끔씩 보면 곰돌이 인형 같으세요.(웃음)”

그리고 그녀가 치열하게 고뇌하고 노력한 결과는 ‘특별시민’의 결말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열린 결말에 가까운 이 이야기의 결론은 공개된 이후에도 많은 논의거리를 만들어내며 일각에서는 ‘찝찝하다’는 의견도 등장했다. 그러나 심은경을 비롯한 ‘특별시민’의 배우들은 엔딩이 핵심이라고 목소리를 하나로 모았다.

“찝찝한 결말이요? 의도한 것일 수도 있어요. 통쾌한 엔딩은 그간 많았죠. 마지막 장면은 영화 통틀어서 가장 중요했던 장면이고, 민식 선배님도 찍기 전까지도 그러셨어요. 부담을 주시려고 한 건 아니지만요.(웃음) 절대로. 그런데 또 제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서 우리 영화의 판가름이 달라진다고 하시더라고요. 대본을 계속 닳도록 읽다 보니 촬영 당일에는 각성 상태에서 촬영했던 것 같아요. 눈도 이글거리고 건들면 안될 것 같은 아우라 있죠.(웃음) 촬영할 때는 사실 기억이 잘 안나요. 그만큼 제가 몰입이란 몰입은 모두 쏟아 부은 것 같아요. 제가 잘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할 수 있는 걸 다 쏟아낸 기분이라 되게 후련했어요. 그래서 집에 가서 기분 좋게 잤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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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넘치는 패기와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세련된 박경과 달리 심은경은 “나는 열정이 뜨거운 사람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박경은 정치판에 뛰어든 지 얼마 안 된 인물이나, 심은경은 어느덧 15년 동안 연기 생활을 이어온 베테랑 배우다. 언제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쌓이는 경력과 연륜만큼 관객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압박도 동반됐다. 그러한 시기에 다가온 ‘특별시민’은 특별했다.

“‘수상한 그녀’가 잘 되고 나서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 오히려 잘 되면 더 힘든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저를 지켜보고 다음 행보에 대해서 기대를 많이 하시잖아요. 그 전에는 그런 걸 신경 쓰기보다는 제가 즐길 수 있는 것만 생각했는데 기대에 부응하려다 보니까 삐끗하게 되는 거죠. 사람이 성공도 해봐야하고 실패도 해봐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특별시민’을 정신없이 촬영하면서 문득 ‘이런 건가’ 싶더라고요. 이렇게 연기에 빠져들려고 했던 적이 언제 있었나 싶었어요. 처음 연기를 시작한지는 얼마 안됐을 때는 연기 그 자체가 좋았고 부족하지만 어떻게든 애드리브든 무엇이든지 해보려고 했었거든요.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계속 이야기를 했는데 이제야 초심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마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욕심을 부리고 신경써야하는 순간은 바로 연기를 하는 그 순간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너무 과찬도 많고 부족한 면이 많은데 감사한 기회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구나 하는 걸 많이 느끼게 돼요. 내가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을 하면서 길로 나아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잘난 척 하는 것도 싫고 조용하게, 묵묵하게 제 일 하면서 살고 싶은 마음이에요.”
/9009055@naver.com fn스타 이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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