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손님’의 구두 도급계약의 효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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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찌는 무더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공포 영화 한 편이 이런 무더위를 이겨내는 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손님’은 독일 동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에 토속신앙을 접목시켜 이방인에 대한 두려움과 약속의 중요성을 결합한 조금 독특한 방식의 공포 영화입니다.

작품 속에서, 1950년대 한국전쟁 직후 떠돌이 악사 김우룡(유성룡 분)은 우연히 지도에도 없는 폐쇄된 마을에 들어가 마을의 골칫거리인 쥐떼를 몰아내면 돼지 한 마리 값을 받기로 마을 촌장(이성민 분)과 구두 약속합니다. 이처럼 떠돌이 악사 김우룡과 마을 촌장이 한 구두약속은 법적으로 어떤 계약의 일종이고 효력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약속은 법률 용어로 말하자면 계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약속을 지키지 않는 너희들, 손님이 찾아올 것이다’라는 영화 포스터의 글은 ‘계약을 지키지 않는 너희들, 계약의 이행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다’ 정도로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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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 일방이 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계약을 도급계약이라고 합니다. 떠돌이 악사 김우룡이 마을의 골칫거리 쥐떼를 몰아내기로 약속하고, 마을 촌장이 이에 대한 보수로 돼지 한 마리 값을 지급하기로 약속한 것은 도급계약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도급계약은 일반적으로 계약서를 작성하는데,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구두로 맺은 떠돌이 악사와 마을 촌장 사이의 계약은 효력이 없을까요? 구두에 의한 계약이든 서면에 의한 계약이든 상관없이 당연히 계약으로서 효력이 있습니다.

구두든 서면이든 계약의 효력은 동일함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계약서를 작성하는 이유는 계약 내용에 대해서 다툼이 생겼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계약서가 구체적으로 작성되면 계약 당사자에게 계약의 이행이 심리적으로 강제되는 면도 강하기 때문입니다. 구두 계약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도 희미해져 다툼이 생기고, 이를 입증하기도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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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 악사가 인육의 맛을 알아버린 식인쥐 떼를 몰아낸 것은 일을 완성한 것이므로, 마을 촌장은 즉시 약속한 보수 돼지 한 마리 값을 줘야 합니다. 마을 촌장은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말처럼 골칫거리 쥐 떼가 없어지자 자신의 셈법으로 트집을 잡으면서 김우룡을 간첩으로 몰고 마을에서 쫒아냅니다.

사람들은 각자의 셈법으로 살아갑니다. 각자의 셈법이 충돌할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각자의 셈법을 객관화시킨 법률이 있습니다. 구두 계약이라고 하더라도 법률에 의하면 김우룡은 간첩인 것과 상관없이 당연히 마을 촌장에게 약정한 돼지 한 마리 가격에 해당하는 보수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살기 위해 죄(살인)를 지은 마을 사람들의 광기어린 눈빛이 생존을 위해 인육의 맛을 알아버린 쥐 떼들의 붉은 눈빛과 오버랩 돼 잔상으로 남습니다. 한 집단이 비도덕적으로 경도돼 균형감각을 잃은 선택을 할 때, 그 순간의 위기는 모면한다고 하더라도 보다 큰 집단의 존폐 위기에 봉착합니다.

‘주먹은 가깝고 법은 멀다’는 말이 있지만 주먹이 가까우면 상대방 주먹은 더 가깝고 보다 더 강력할 수 있습니다. ‘주먹은 가깝고 법은 멀다’라는 말이 ‘주먹이 가까우면 법은 더 가깝다’로 정착돼 구두 약속이더라도 반드시 지켜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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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fnstar@fnnews.com fn스타 조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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