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인터뷰①] 이정재 “거친 캐릭터, 소화해낼 수 있을까 걱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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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 ‘태양은 없다’ ‘순애보’ 속 청춘의 표상부터 대한민국 대표 로맨틱한 남성으로, 그리고 ‘하녀’ ‘신세계’ ‘암살’ ‘관상’ 등 거친 남성의 향기가 흐르는 각양각색의 캐릭터들까지 카멜레온처럼 파격적 변신을 이어온 이정재. 그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거쳐 이제는 명실상부 최고 배우로 자리 잡은 그가 500년 전 속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강렬한 변신을 감행했다.

정윤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대립군’은 영화 1592년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로 피란한 아버지 선조를 대신해 왕세자로 책봉되어 분조를 이끌게 된 광해(여진구 분)와 생계를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이정재 외)의 운명적 만남을 그려냈다.

극중 이정재는 배운 것 없지만 특유의 카리스마와 의연한 대처능력, 판단력은 물론 의리까지 갖춰 동료들에게 든든한 신망을 얻고 있는 대립군의 대장 토우 역을 맡았다. 조선시대에서 언제나 가려진 인물로 세워져있는 민초 중 한 명인 토우는 언제나 본인보다 자신의 주변인들이 우선이기에 그들을 이끄는 자리에 서서 본인의 두려움은 강인함 속에 남몰래 묻고 있다. 그러나 기나긴 여정에서 유약했던 광해를 진정한 군주로 성장시키는 그는 동시에 자신도 함께 성장한다.

거칠고 투박한 토우는 이야기를 진전시키는 대표인물이지만 다른 등장인물들에 비해 격렬한 분출도, 큰 곡선을 그릴 만한 변화구도 없다. 오히려 조용하고 묵직한 것에 가깝다. 하지만 이정재가 지닌 진한 눈빛과 우직한 몸짓으로 섬세한 변화를 만들어냈다. 그 덕에 보는 이들은 촉각 하나하나를 곤두세우며 그가 펼치는 잔잔한 서사로 깊게 몰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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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다시 시대극 속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왕이 아니라 백성이다.
“이 작품은 당시 저에게 들어왔던 시나리오 중 가장 재미있던 작품이었어요. 조선시대 이야기인데 이해가 정말 쏙쏙 잘 되더라고요.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 똑같단 말이야? 지금이랑 별 다를 게 없네?’로 다가왔죠. 글로 읽는 제가 이해하는 게 쉽다면 영상과 함께 보시는 분들은 훨씬 더 이해와 공감을 쉽게 느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토우에게선 상당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무게감을 싣기 위해 특별한 변화를 준 게 있나.
“외모였어요. 영화는 전투를 기다리는 불안과 초조에서 시작하는데, 관객 분들이 딱 봤을 때 저를 보고 ‘대립군’이구나 알아보시길 바랐어요. 이정재라는 사람이 대립군처럼 덜 느껴지신다면 이야기로 빨리 들어오실 수 없잖아요. 이후부터는 감정이 펼쳐지고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감정 연기를 보일 수 있는데, 초반에는 감정을 보일 상황이 없죠. 그래서 외모를 통해 느껴지게끔 하는 게 꽤 중요했어요.”

▲ 거칠고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도 인상적이었다. 비슷한 맥락으로 꾀한 시도였나.
“마찬가지에요. 거친 대립군들을 인솔해야 하니까 얼마나 더 거칠어졌겠어요. 그리고 야외에서 이야기 하다 보면 멀리 목소리를 보내야하기 때문에 모아서 크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죠. 수많은 전투 속에서 고함을 많이 질렀을테니 그런 생활이 오래된 토우의 목소리가 남달랐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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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력했던 변화들 덕에 파격적인 변신에 성공한 것 같다.
“너무 거친 남자여서 과연 제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되게 많았어요. 이 역할을 하려면 연습을 많이 해야겠구나 싶었죠. 영화를 보고 나니까, 그러한 노력들이 그래도 조금은 보이지 않았나 싶어요.(웃음)”

▲ 강인한 외면을 지녔지만 그 속에 살며시 비치는 두려움이 인상적이었다.
“고민 많이 안 하게 생긴 사람이 처음으로 고민하게 되는 부분을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겉으로는 전쟁터만 나가면 다 싸우고 물리칠 수 있을 것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눈과 표정에는 두려움이 가득 찬 인물 등의 것들이요. 그리고 이 영화에서 광해를 살려 보내는 사람이 제일 낮은 계급의 서민이잖아요. 그런 메시지가 직접적으로가 아닌, 은은하게 나길 바랐어요.”

▲ 영화가 진행될수록 캐릭터들의 외형적인 변화도 크게 느껴진다. 예컨대, 말라가는 듯 하다.
“감독님이 영화 씬 순서대로 촬영하길 바라셨어요. 8년 만에 찍는 작품이라 본인이 리듬감을 잘 못 찾을 수도 있고, 연기자들 또한 역시 순서대로 찍으면 감정이 켜켜이 쌓이기 때문에 훨씬 더 후반에 감정을 보여줄 수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배우들이 어느 순간 강제로 다이어트를 하고 있었어요.(웃음)”

▲ 장대한 스케일의 액션을 선보일 것 같지만, 현란하기보다 오히려 처절하게 느껴진다.
“장검을 다루는 영화들을 보면 너무 칼끼리만 부딪히는 것 아닌가 싶고 과연 저렇게 진짜 싸울까 하는 의문이 있었어요. 그런데 진짜 실존처럼 싸운다면 칼은 많이 안 부딪힐 것 같았거든요. 어떻게 하면 빨리 상대 몸에 접근할 수 있을까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치명적인 외상을 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번 영화에서 칼끼리 부딪히는 걸 아예 없애버렸어요. 한번 부딪히고 아예 붙어서 힘겨루기로 해버리죠. 칼의 아주 작은 부분만 신체에 닿으면 아주 큰 고통과 공포감이 오기 때문에 이미 그 사람을 제압할 수 있어요. 현실에 더 가까운 상황과 장면을 보여준다면 관객들이 훨씬 더 그들의 치열함을 느끼실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어떻게 보면 치고받는 개싸움 느낌일 수도 있지만 그게 진짜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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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우가 광해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
“때로는 큰형, 삼촌, 아버지에게 못 느꼈던 부성애 등을 복합적으로 느끼지 않았을까 싶어요. 대비적으로 느껴지는 장면이 하나 있죠. 도망가는 와중에도 광해는 대신들과 책을 읽으며 공부를 하잖아요. 글을 통해 지식과 깨달음을 얻긴 하지만, 토우는 행동으로 알게끔 해줘요. 예를 들어, 광해가 물을 무서워하는 것을 알고 일부러 물로 데려가잖아요. 그렇게 작은 무서움을 다른 큰 무서움으로 물리치고 또 다른 무서움의 존재를 알려줬어요.”

▲ 도망가는 왕, 나라를 지키는 백성 등 극중 설정된 배경이 현 대한민국과 맞닿는다.
“의도해서 만든 게 아닌데 말이죠. 장미대선이 치러질지 누가 알았겠어요.(웃음) 영화를 보시면 각각의 관객 분들이 느끼시는 온도 차이와 본인이 느끼고 싶어 하는 또 다른 감정은 따로 있으실 것 같아요.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우리가 원하고 같이 고민해야 될 문제만 이야기하면 될 것 같아요.”
/9009055@naver.com fn스타 이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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