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장관 후보자 둘러싼 ‘유사역사학’ 공방…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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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도종환 의원이 지난 5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17.5.3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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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이 2015년 4월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동북아역사지도 편찬사업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왼쪽은 서울교육대학교 임기환 교수. 2015.4.17/뉴스1 © News1 한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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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이 자신의 책 ‘매국의 역사학 어디까지 왔나’에서 중국 동북공정에서 말하는 만리장성선(왼쪽 지도의 붉은 세로선)과 동북아역사지도의 고구려와 한나라의 국경선(오른쪽 지도의 세로의 붉은 선)이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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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동북아역사왜곡대책 특별위원회에서 ‘올바른 한국사 서술을 위해서’ 주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진술인으로 출석한 이덕일 한가람역사문제연구소장은 이날 회의에서 "식민사관은 일제침략자 시각이며, 노론사관은 중국인의 시각으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내정된 이후 그가 가진 역사관에 대한 검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달아 국내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도 후보자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활동하며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동북아역사지도 프로젝트’ ‘하버드대 고대한국사 프로젝트’, 그리고 ‘유사(擬似)역사학’과의 관계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유사역사학은 기존 학계에서 공인된 역사 기술의 관습을 따르지 않은채 역사적인 사실을 주장하는 역사학을 일컫는 말이다. 일부 주류 역사학자들은 도 후보자가 ‘유사역사학자’들과 친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들의 주장에 휩쓸려 도 후보자가 ‘동북아역사지도 프로젝트’ ‘하버드대 고대한국사 프로젝트’를 중단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주장했다.

도 후보자는 이에 대해 "동북공정, 독도 침탈에 대비해 우리 역사관이 확고해야 한다"며 "19대 국회에서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 위원으로서 ‘동북아시아 및 독도의 바른 역사를 정립’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정 학설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거나 이를 정부정책에 반영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역사학자들은 그러나 이런 말 자체가 도 후보자의 ‘민족주의’ 편향의 역사관을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도 후보자가 "’하버드대 한국 고대사 프로젝트’에도 개입한 바가 없다"고 밝혔지만 주류 역사학자들은 여전히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주류역사학과 비주류의 공방…’유사역사학’이냐 ‘식민사학’이냐

주류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유사역사학자’들은 단군왕검이 기원전 2333년에 고조선을 건국했고 고조선의 영토는 현재의 중국 베이징 동남부에서 만주벌판까지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또 한나라가 고조선을 무너뜨린 뒤 설치한 행정 구역인 한사군 중 가장 오래 존재했던 낙랑군의 위치에 대해서도 주류역사학은 평양에 있었다고 보는 반면, 유사역사학자들은 요동에 있었다고 한다. 한사군이 요동에 있었다는 전제하에서야 고조선이 중국과 만주에 이르는 넓은 영토를 가졌다는 학설이 성립돼서다.

이밖에도 삼국사기 초기 기록 조작논란, 사도세자의 죽음이나 정조 독살설 논란까지 주류역사학계와 재야 역사학계는 사사건건 대립해왔다. 여기에 정부가 개입하면서 사태는 더욱 복잡해졌다. 발해사와 고구려사까지 중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중국 정부의 동북공정에 대응해 우리의 외교적·정치적 입장을 뒷받침할 역사연구가 필요해진 정부가 고대사 연구에 자금을 대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2004년 3월 고구려 연구재단을 발족했고 2006년 9월 이를 바른역사기획단과 합쳐 동북아역사재단을 출범시킨다.

이 상황에서 재야역사학자인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이 역사 논쟁에 불을 댕긴다. 한국근대사(동북항일군 연구)를 전공하고 한국사 대중서를 꾸준히 써온 이 소장은 ‘그들이 숨긴 진실'(2009), ‘우리 안의 식민사관'(2014), ‘매국의 역사학 어디까지 왔나'(2015) 등의 책을 잇달아 출간하며 주류 역사학계를 ‘식민사학’이라고 비판했다.

급기야 2014년에는 ‘식민사학 해체 국민운동본부’을 결성해 동북아역사재단을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식민사학 해체 국민운동본부에는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인명진 목사. 허성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김병기 대한독립운동총사 편찬위원장 등이 참여했다.

◇동북아역사지도 프로젝트…국경선이 세로고 독도도 없다?

동북아역사재단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시행한 사업은 ‘동북아역사지도 프로젝트’ ‘하버드대 고대한국사 프로젝트’ 등이 있었다. 이들은 감사원의 감사와 교육부 조사, 국회 동북아역사왜곡대책 특위의 논의 등에서 검증받은 결과 사업이 중지됐다.

도 후보자가 연관되어 있는 부분이 바로 국회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위다. 특위는 2015년 4월17일 등에 ‘동북아 역사지도’ 편찬사업 관련 전체회의를 열였고 이상일·김세연·최봉흥·이명수 등의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과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도종환 후보자 등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이덕일 소장과 동북아역사재단 측의 임기환 서울교대 교수 등은 첨예한 대립을 보였다.

동북아역사지도는 2008년부터 2015년까지 8년간 예산 46억8000만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이덕일 소장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삼국사기에는 BC57년에 신라가 건국됐고 BC37년에 고구려, 그 다음에 BC18년에 백제가 건국됐는데 동북아고대지도에는 서기 300년에도 고구려, 신라, 백제가 없고, 독도도 없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또 "고구려와 한나라의 국경선이 산맥이나 강을 따른 자연스러운 선이 아닌 세로로 직선인 것도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는 동북아역사지도가 중국 동북공정의 지도와 똑같고 식민사학자인 이병도의 사관이 바탕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동북아역사지도 연구책임자인 임기환 교수는 "완성된 지도가 아니라서 독도 부분이 잘렸다"고 해명하면서 일제 식민사관과 중국의 동북공정을 추종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논증을 결여한 채 일부가 동일하다는 이유만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제시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낙랑군의 위치가 대동강 일대(평양)인 것에 대해서는 "평양 정백동 364호 목곽묘에서 낙랑 유물이 발견됐다"며 "그것이 낙랑군이 평양에 위치했다는 ‘물적증거’"라고 말했다.

또 "삼국사기 초기 기록에는 오직 백제와 신라만이 표현되어 있고 삼국지 동이전 기록에는 많은 속국과 정치체의 움직임이 드러나 있어 두 기록을 합쳐서 백제국, 사로국으로 표현해 백제와 신라를 지도에 그렸다"며 "삼국사기 초기 기록에 대한 맹목적인 신빙론은 삼국 중심으로만 (역사를) 파악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고조선 건국시점에 대해서도 "고고학의 연구결과 비파형 동검문화 시기를 경계로 해서 기원전 1000년으로 잡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주로 문헌보다는 고고학 유물에 근거한 주장을 펼쳤다. 임 교수는 "역사는 사실에 근거해 해석할 때 감동하는 것이지 왜곡된 내용으로 자기 만족을 꾀할 경우에는 일본의 역사왜곡과 마찬가지로 양심적인 국민과 국제사회에서 외면당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소장은 "모든 중국 사료들은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전부 다 중국 동북공정을 한번에 끝낼 수 있고 일본 극우파의 역사침략을 다 막을 수 있는데, 이리저리 말장난하느냐"며 동북아역사재단 측을 맹비난했고 다수의 국회의원들도 이에 동조, 국민의 세금을 낭비했다는 비난의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도 후보자의 ‘지원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 가능한가

현재까지 도 후보자가 이덕일 소장 등의 재야역사학자와 연관되어 있는지는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도 후보자 역시 언론에 특정 역사관에 경도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덕일 씨가 소장인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등과의 관련성도 부인했다. "고대사에 대한 학계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는 있었으나, 개인적으로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등의 임원들과 정기적·비정기적 모임을 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또 동북아역사지도 사업중단은 지도제작의 총체적 부실의 교육부 조사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하버드대 한국고대사 프로젝트 중단 역시 "특위나 상임위에서 질의한 적도 없으며 개입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하버드대 한국 고대사 프로젝트는 서구에 한국 고대사를 알리자는 취지로 2006년 시작된 프로젝트다. 주류 역사학계는 참여 연구자 중 하나인 하버드대 마크 바잉턴 교수가 ‘한국 고대사에서의 한군현’이라는 영문본 책에서 낙랑의 위치가 현재의 평양이라고 기술해 프로젝트가 중단됐다고 주장한다.

주류 역사학자들은 도 후보자가 자신의 말대로 유사역사학자들과의 직접적인 연관은 없더라도 민족주의적 사관을 가진 것은 맞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역사적 근거 없이 우리나라의 위대한 고대사를 강조하는 것이 국민의 자긍심을 높이기는 하지만, 이는 학문적인 태도라고 볼 수 없으며 그런 사관을 가졌다면 공정해야 할 문체부 장관 자격에도 문제가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또 도 후보자의 "정부는 지원하되 간섭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평소의 철학이 지켜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로 본다.

한 역사학자는 "도 후보자는 평소 블랙리스트를 비판하며 국가가 학문이나 예술을 지원하되 간섭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그런데 정부의 지원 목적에 맞지 않는 결과가 학술적으로 나왔을 때도 도 후보자가 결과를 받아들일 것인지 의문"이라고 공세의 끈을 놓지 않았다.

도 후보자는 주류 역사학자들의 이런 비판에 대해 "문체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박물관 정책, 문화재의 발굴과 보존, 연구자들을 위한 지원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역사학계와 긴밀하게 소통해 나갈 것이며, 편향되지 않고 균형감 있게 일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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