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23일의 강정호와 박병호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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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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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생각이 났다. 박병호(34·당시 미네소타)는 19경기 째 홈런 손맛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국내 야구를 평정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첫 해. 4월 한 달간 5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5월 2일(이하 한국시간) 디트로이트를 상대로 6호 홈런을 터트렸다. 15일엔 클리블랜드 투수들을 상대로 두 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장장 19경기 째 홈런 가뭄이 이어졌다.

6월 6일 템파베이와의 홈경기. 전 날 2타수 무안타로 타율은 2할2푼3리까지 내려갔다. 주변의 눈초리가 싸늘해지기 시작했다. 4타수 무안타. 타율은 더 내려갔고 홈런포 생산중단은 19경기 째 계속됐다.

그날 강정호(33·당시 피츠버그)는 LA 에인절스전서 5번 타자 3루수로 출전했다. 전 날 홈런을 터트려서 인지 컨디션이 좋아보였다. 강정호는 2회 무사 2루서 좌중월 역전 홈런을 쏘아 올렸다. 시즌 8호 아치. 피츠버그는 강정호의 활약에 힘입어 8-7로 승리했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2년차에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홈런 21개 62타점. 타율(0.287→0.255)은 떨어졌지만 첫 해 활약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반면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첫 해 1할 대(0.191) 타율에 머물렀다. 홈런 수는 12개. 6월 6일 이후 간신히 3개를 늘리는데 그쳤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2020년 6월 23일. 강정호는 참회의 기자회견을 했다. 강정호는 2016년 연말 술에 취한 채 운전을 하다 사고를 냈다. 차는 가로등을 부순 후 멈춰 섰다. 강정호는 운전석에서 내려 그대로 달아났다.

최고의 시즌을 마감한 지 채 세 달이 지나지 않아서였다. 강정호의 음주 운전은 처음이 아니었다. 2009년과 2011년에도 한 차례씩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됐다. 강정호는 2017년 초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17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만 서른 살로 전성기를 맞이해야 할 선수는 사실상 야구인생에 종지부를 찍었다.

강정호는 국내무대 복귀를 꾀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KBO는 지난 5월 상벌위원회를 열어 강정호에게 1년간 유기 실격과 봉사활동 300시간을 부과했다. 이로써 야구로 돌아올 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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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는 그의 재기를 허용했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그의 재기를 원하지 않았다. 반대 여론이 펄펄 끓고 있다. 강정호는 기자회견서 “어린 선수들을 위해 재능 기부를 하겠다. 지난 일이 부끄럽다. 앞으로 변한 모습을 보여 주겠다”며 속죄의 기회를 호소했다.

그는 어린 선수들을 위한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를 통해 어린 선수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겠나. 한국 사회는 죄를 짓고도 적당히 사과하고, 어물어물 넘어간 후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 없게 된다는 정의 부재의 현실을 일깨워 줄까 겁난다.

지난 23일 박병호(키움)는 시즌 8호 홈런을 날렸다. 박병호의 타율은 12일 1할 대(0.195)까지 추락했다. 17일부터는 아예 3경기에 빠졌다. 23일 4타수 4안타로 0.228까지 회복했다. 누구나 부진할 수 있다. 힘들 때 한 발, 한 발 나가는 모습이야 말로 야구선수가 보여줄 모범이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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