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살아있다’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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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아있다’(감독 조일형)는 한국형 좀비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좀비(Zombie)는 부두교의 주술에 의해서 움직이는 시체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주관없이 로봇처럼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더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작품 속에서, 준우(유아인 분)와 유빈(박신혜 분)이 좀비들을 죽이거나 상해를 가하는데, 이러한 행위는 살인죄나 상해죄에 해당할까요? 살인죄나 상해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좀비가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럼 언제부터 언제까지가 사람일까요?

태아가 사람이 되는 시기는 규칙적인 진통을 동반하면서 태아가 태반으로부터 이탈하기 시작한 때 즉, 분만이 개시된 때부터입니다. 제왕절개 수술에 의한 분만일 경우에는 의사가 자궁을 절개할 때 태아는 사람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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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이 개시되기 전인 태아를 자연 분만기에 앞서서 인위적으로 모체 밖으로 배출하거나 모체 안에서 살해하면 살인죄가 아니라 낙태죄가 성립합니다. 헌법재판소는 2019. 4. 11. 자기낙태죄에 대해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바 있습니다.

대법원은 산부인과 의사가 약물에 의한 유도분만의 방법으로 낙태시술을 하였으나 태아가 살아서 미숙아 상태로 출생하자 그 미숙아에게 염화칼슘을 주입하여 사망하게 한 사건에서 산부인과 의사에게 업무상동의낙태죄와 살인죄가 성립한다 하였습니다.

사람이 사망하여 사체가 되는 시기에 대해서는 1) 호흡이 영구히 정지되었을 때를 사망으로 보는 견해, 2) 맥박이 영구적으로 정지한 때를 사망으로 보는 견해, 3) 호흡과 맥박이 모두 영구적으로 정지되었을 때를 사망으로 보는 견해, 4) 모든 뇌기능이 정지된 뇌사상태에 이르렀을 때를 사망으로 보는 견해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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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이나 맥박은 정지 후에도 회복이나 인공장치에 의해 유지가 가능하고, 생명의 핵심은 호흡이나 맥박보다는 뇌활동에 있으며 뇌기능 정지되면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뇌기능이 정지되었을 때가 사람이 사망하여 사체가 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사람을 살해하면 살인죄가, 사체를 손괴, 유기, 은닉하면 사체유기, 은닉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즉, 사람을 살해한 후에 사체를 매몰하거나 발견이 불가능하게 하면 살인죄와 사체은닉죄가 성립하지만 피해자를 발견이 어려운 장소로 유인하여 살해하여도 살인죄만 성립합니다.

사람이 되기 전인 태아를 살해하면 낙태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사람을 살해하거나 상해를 가하면 살인죄나 상해죄로 처벌됩니다. 사망한 사체를 유기하거나 은닉하면 사체유기, 은닉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준우와 유빈을 공격하는 좀비들은 미흡하지만 스스로 판단하여 행동하므로 모든 뇌기능이 정지된 것으로 보기 어려워 사망한 사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준우와 유빈이 좀비들을 살해하거나 상해를 가한 것은 정당방위로서 살인죄나 상해죄가 성립하기도 어렵습니다.

아무런 생각이나 기준없이 습관적, 반복적으로 행동할 때, 좀비가 되어 간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원칙과 기준, 의지 등을 가지고 좀비가 아닌 사람으로 살기란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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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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