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의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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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61755220144.jpg"최경주의 시대도 이제 끝났나 보다." 골퍼들 사이에서 종종 듣는 소리다. 십중팔구는 최경주(50·SK텔레콤)가 근래에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일 것이다.

최경주는 2000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진출해서 통산 8승을 거두고 있다. 아시아 국가 출신으로는 가장 많은 우승이다. 하지만 2011년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이후 우승이 없다.

최경주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2015년부터다. 2014년까지 8년 연속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최경주는 2015년 페덱스컵 랭킹 152위로 시즌을 마쳐 플레이오프 진출이 처음 좌절됐다. 2016년 절치부심 끝에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다시 손에 넣었으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내리 3시즌 동안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지 못했다.

당연히 페덱스컵 순위에 의한 시드를 잃은지 오래다. 통산 우승자 시드, 커리어 상금 순위에 이어 이번 시즌에는 ‘300회 이상 컷 통과’ 선수에게 주는 1년짜리 시드를 활용, 메이저 등 특급대회를 제외한 일반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최경주의 PGA투어 통산 컷통과는 326차례였다.

최경주가 투어가 정한 규정 내에서 활용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다름아닌 PGA투어 통산 10승 달성을 위해서다.

이미 만50세를 넘긴 시점서 남은 2승을 채운다는 것은 해가 거듭될수록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도전할 수 있을 때까지 도전하겠다는 각오다.

어쨌든 그 마지노선은 올해가 될 것 같다. 시니어투어인 챔피언스투어 진출 자격을 갖게 된 최경주는 최근 "출전 기회가 주어지는 PGA투어 대회서 최선을 다해보고 정 안되겠다 판단되면 하반기부터는 챔피언스투어에 집중할 계획이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렇다고 통산 10승 꿈을 완전히 접겠다는 건 아니다. 챔피언스투어 성적을 토대로 기회를 만들어 가겠다는 복안이다. 그 생각만으로도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최경주는 지난주 메모리얼토너먼트까지 이번 시즌 출전한 PGA투어 8개 대회서 2차례만 컷을 통과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 9번째 대회인 3M오픈에 출전하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주 TPC 트윈시티스(파71·7312야드)에서 열리고 있는 이 대회서 최경주는 1, 2라운드 합계 4언더파 138타를 기록, 시즌 3번째 컷 통과에 성공했다. 전 세계랭킹 1위 브룩스 켑카(미국)도 컷 탈락한 것을 감안하면 분명한 선전이다.

그리고 26일(한국시간) 열린 대회 사흘째 3라운드에서 3타를 줄여 공동 33위(중간합계 7언더파 206타)에 자리했다. 중간합계 15언더파 198타로 공동선두에 자리한 마이클 톰슨(미국)과 리치 워런스키(미국)에는 8타차로 멀찌감치 떨어져 있지만 공동 6위(중간합계 11언더파 202타) 그룹과는 4타차여서 시즌 첫 ‘톱10’ 입상도 기대해볼 만하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틴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최경주의 플레이를 보면 영락없이 그렇다. 이번주 그의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는 265.5야드였다. 투어의 대표적 롱히터들과 비교하면 60야드 이상 차이가 난다. 그러니 골프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는 꿋꿋하다. 발군의 아이언샷과 관록에서 묻어 나오는 쇼트 게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주 최경주의 아이언샷 그린 적중률은 88.9%로 상위 1%다. 그는 "단점은 장점으로 커버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거침없는 진격을 꿈꾸는 ‘한국산 탱크’의 ‘신조’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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