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반도’의 정당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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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도’(감독 연상호)는 ‘부산행’처럼 좀비를 소재로 한 작품이지만 배경을 한반도로 넓히고 있습니다. 이성적이라는 인간이 극한 상황에 몰리면 얼마나 야만적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품 속에서, 한정석(강동원 분), 민정(이정현 분), 준이(이레 분) 등은 공격해오는 좀비들을 죽이거나 상해를 가합니다. 좀비를 살해하거나 상해를 입힌 한정석, 민정, 준이 등에게 정당방위가 인정되어 살인죄나 상해죄는 성립되지 않을까요?

어떤 행위가 범죄로 성립되기 위해서는 그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여 위법성조각사유(예, 정당방위, 긴급피난, 정당행위 등)가 없고, 책임조각사유(예, 형사미성년자, 적법행위 기대불가능성 등)도 없어야 합니다.

즉,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상해를 입혔다면 상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합니다. 그렇지만 상해를 가한 행위가 위법성을 없애는 정당방위라면 상해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상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성조각사유가 없다고 하더라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형사미성년자의 행위라면 상해죄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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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방위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를 말합니다. 긴급행위의 일종인 정당방위는 ‘법은 불법에 양보할 필요가 없다’는 명제를 기본사상으로 하고 있는 위법성조각사유 중의 하나입니다.

우리는 서로간의 다툼에서 자신의 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하다고 주장하는 경우를 흔히 봅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경우보다는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예를 들면, 싸움에서 상대방이 먼저 때렸기 때문에 자신도 상대방을 때렸으니까 자신의 행위는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싸움의 경우 원칙적으로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싸움의 경우는 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우다가 먼저 공격을 받고 이에 대항하여 상대방을 가해하게 된 것이므로, 이 때 가해행위는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이기 때문에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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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칼과 같은 흉기를 들고 공격하는 상대방을 밀치는 경우나 위법한 긴급체포에 대항하여 경찰관을 밀치는 경우, 성폭행하려고 폭행하면서 키스하려는 상대방의 혀를 깨물어 절단한 경우 등은 정당방위가 인정되어 위법하지 않습니다.

좀비들에게 물리면 자신도 좀비가 되어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 한정석, 민정 등이 현재 부당하게 침해하는 좀비들의 공격에 대항하여 좀비들을 살해하거나 상해를 가하는 것은 정당방위로서 위법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당방위가 인정되면 살인죄나 상해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행위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서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지만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정당방위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당방위가 인정되면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정당방위로 인정받는 경우는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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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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