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전북이 만든 맞불, 폭우 아래서도 불이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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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FC 서울과 전북현대의 경기에서 전북 이재성이 슛을 하고 있다. 2017.7.2/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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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FC 서울과 전북현대의 경기에서 서울 곽태휘가 패스를 하고 있다. 2017.7.2/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워낙 삽시간에 폭우가 쏟아졌고 홈팀 FC서울의 황선홍 감독과 원정팀 전북현대 최강희 감독은 매무새를 돌볼 틈도 없이 흠뻑 젖어버렸다. 필드 위에 있는 선수들은 비에 땀을 더했으니 말할 것도 없었다.

시야 확보도 어려울 만큼 많은 비가 내리는 필드에서 정교하게 공을 찬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날은 덥고 비는 쏟아지고, 정상적인 플레이가 어려운 조건이었다. 그러나 이날 양팀의 경기력은 올 시즌 K리그의 모든 경기를 통틀어 손에 꼽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높은 집중력으로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경기 질을 떨어뜨리지 않았다. 간만에 명품매치를 보았다.

지난해 K리그 클래식 챔피언 FC서울과 준우승을 차지한 전북현대가 지난 2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18라운드에서 충돌했다. 현재 순위표 상으로는 1위(전북)와 7위(서울)의 대결이었으나 경기 내용과 스코어 모두 결승전급이었다.

두 팀 모두 꺾고 싶은 상대였다. 리그 선두인 전북은 지난해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서울에 0-1로 패한 아픔을 아직 잊지 못한다. 그때 패하면서 다잡았던 우승 트로피를 넘겨야했다. 지난 4월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의 리턴매치에서 1-0으로 승리하면서 응수는 했으나 적진에서 똑같이 비수를 꽂고 싶은 마음이 컸다. 최근 8경기 5승3무 상승세도 이어가야했다.

절박함은 FC서울이 더 컸다. 과거에 연연할 여유 없이 당장이 급했다. 17라운드까지 5승7무5패 승점 22로 7위에 그치고 있었으니 서울이라는 이름값을 생각하면 자존심이 상할 일이었다.

게다 지난 6월18일 수원삼성과의 ‘슈퍼매치’에서 2-1로 이긴 뒤 한동안 승리가 없었다. 21일 대구에게 0-0으로 비겼고 25일 상주 원정에서는 종료 직전 골을 내줘 1-2로 덜미를 잡혔으며 28일 광양 원정에서도 전남과 2-2로 비겼다. 3경기서 승점 2점, 이래서는 상위권 도약이 어렵다. 서울은 그야말로 배수진을 쳐야했다.

승부처는 중원이었다. 전북의 2선은 리그 최강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수준이다. 이재성-이승기-로페즈-장윤호-신형민 등 힘과 스피드, 기술 등 빠질 게 없었다. 이들과의 중원싸움에서 밀리면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황선홍 감독은 새로 가세한 이명주까지 선발로 투입하면서 모든 것을 걸었다. 전북 역시 수중전을 감안해 포스트에 장신 김신욱을 넣으면서 ‘원정이지만 돌격 앞으로’를 외쳤다. 맞불. 비가 오는데 불이 붙었다.

전북은 강했다. 김보경의 노련한 조율 능력이 빠진 것은 분명 아쉬운 대목이나 돌아온 로페즈가 측면을 장악하고 저돌적이고 적극적인 이승기와 밸런스의 달인 이재성 등 클래스가 다른 자원들이 이뤄내는 앙상블이 아주 이상적이었다.

서울도 강함을 되찾았다. 이명주가 가세하면서 특유의 활동량으로 헤집고 다니자 박주영, 윤승원, 조찬호 등에게 공간이 발생했다. 예쁘게 공을 차던 주세종도 악을 장착했고 오랜만에 측면이 아닌 중앙 쪽에 배치된 이상호도 오버페이스에 가까울 정도로 열심히 뛰었다.

이들의 경기가 즐거웠던 것은, 지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는 게 아니라 이기기 위해 자신들의 축구를 구사했기 때문이다. 전북은 자신들이 가장 자신 있는 측면을 활용했다. 반면 서울은 과거 스틸타카를 연상케 할 정도로 중앙에서 빠른 패스로 실마리를 풀었다.

공을 빼앗으면 이내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 상대에게 가슴 철렁한 순간을 안겼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의 벽을 좀처럼 넘지 못했다. 공히 아까운 장면들이 넘쳤다. 골대와 양팀 골키퍼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2~3골은 더 나올 수 있었다.

인상적인 것은 막아낸 팀이 곧바로 달려들었다는 사실이다. 공을 잡으면 뒤나 옆을 보지 않고 상대 진영의 우리 선수를 찾았으니 경기는 박진감이 넘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호흡을 가다듬으면 상대도 여유가 생긴다. 힘들 때 허술함이 생기는 법이다. 그 빈틈을 90분 내내 서로 노렸다.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FC 서울 박주영의 ‘극장골’이 2-1 승리의 대미를 장식한 것까지, 이 정도의 경기내용이라면 상품가치가 충분하다. K리그의 수준, K리그의 재미를 폄훼하던 목소리를 쑥 들어가게 할 수 있을 만큼의 명품매치를 보았다. 축구는 기본적으로 동적인 종목이다. K리그도 이처럼 맛 나는 경기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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