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6년, 한국 언론은 해법을 찾았을까 [김성호의 영화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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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짐작하는 것과 아는 것은 다르다. 듣는 것과 보는 것도 다르다. 2020년 오늘, 대한민국이 처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하여 우리는 짐작하는 것이 아니라 알아야 하고 듣는 것을 넘어 목격해야만 한다.

<슬기로운 해법>은 알게 하고 보게 만드는 다큐멘터리다. 어렴풋이 짐작하고 어깨너머로 들어서는 앞에 놓여진 거대한 위선과 야만적 폭력을 무릎 꿇릴 수 없기에 봐야 한다고 외치는 영화다. 알기 위하여, 행동하기 위해서.

정권교체의 계기가 됐던 촛불혁명, 그 결정적 계기가 됐던 세월호 침몰 참사는 한국 언론의 천박한 수준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일부 온건하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보도하는 언론이 없지는 않았으나 대부분 언론이 보인 행태는 국민으로하여금 언론을 신뢰할 수 없도록 했다.

수백 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차디찬 바다 밑에 갇혀 죽어가는 상황에서 언론은 대체로는 무능했고 천박했으며 비겁하기까지 했다. 진실을 전해야 할 자가 나태했으며 위로받아야 할 이들을 위로하지도 분노해야 할 곳에 분노하지도 않았다. 적어도 세월호 침몰 참사에 있어 그들은 언론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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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언론의 야만적 실태

2013년 제작된 태준식 감독의 다큐멘터리 <슬기로운 해법>은 한국의 왜곡된 언론지형을 진단하고 해법을 묻는 작품이다. 영화는 <조선일보>의 해운대 태풍사진 조작 사건을 통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태풍 보도가 한창이던 2012년 7월, 조선일보는 해운대에서 태풍으로 파도가 휘몰아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1면에 게재한다. 하지만 이 사진이 당시에 찍은 것이 아니라 2009년에 찍어둔 다른 태풍의 사진이라는 사실이 알려진다. 이에 <조선일보>는 조그마한 사과문을 게재하고 파문은 곧 마무리된다.

태풍에 대한 사진마저 쉽게 조작하는 이 일간지의 보도와 뒤이은 후속조치를 통해 영화는 언론의 현 실태가 어떠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이후 영화는 소위 ‘조중동’이라 불리는 3대 보수일간지를 중심으로 왜곡된 보도실태를 보여주고, 원인를 진단한다. 다섯장의 구획으로 나눠진 다큐멘터리가 전개됨에 따라 한국의 언론은 그 추한 민낯을 스크린에 가득 드러낸다.

영화는 저명한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비틀린 언론구조와 그 폐해를 고발하는 전략을 취한다. 그러나 이것이 이 영화가 가치중립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어떤 언론도 중립적이지 않다’는 영화 속 인터뷰처럼, 이 영화 역시도 ‘보여주기’의 방법으로 관객들에게 나름의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을 비롯해 주진우 <시사IN> 기자, 홍세화 <말과 활> 발행인, 노순택 사진작가, 이창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김성재 <야만의 언론> 저자, 전홍기혜 <프레시안> 기자, 한윤형 <미디어스> 기자 등이 출연해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과정은 영화의 핵심이라 할 만하다.

이들의 인터뷰는 새롭지는 않지만 여전히 충격적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선에서 전해지는 이들의 말이 마침내 비상식적인 우리의 현실을 전면에 드러낼 때 관객들이 느끼는 감상이야말로 곧 이 영화의 주제와 맞닿는 부분이다.

다큐멘터리의 특성상 나레이션의 비중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이 영화의 경우에는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선에서 제한적으로 나레이션을 사용하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다소 감정적으로 흐를 수 있는 영화를 비교적 균형있게 만든 결정적인 요인으로 기능한다.

나레이션을 맡은 힙합뮤지션 제리케이(Jerry.K)의 진지한 목소리는 우리가 처한 현실을 과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일깨워주고 같은 상황에 처해 고민하는 이가 있다는 일종의 위안마저 던져준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무력감에 빠져 있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든 해법을 찾으려는 영화의 존재는 일종의 희망이다. 그리고 그 희망은 그저 희망으로 남아서는 안 되는 간절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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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균형을 잃지 않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가진 가장 큰 미덕은 실제 기사와 여러 통계자료 등을 제시하며 비교적 객관성과 사실성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곡된 보도를 일삼는 언론에 대하여 그보다 더 날카롭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잘못을 해부하고 고발한다.

정부 정책과 관련한 의도적인 왜곡보도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악의적이고 저열한 보도행태, 언론의 독립성을 지키려다 해직된 기자들의 모습, 밀양·쌍용자동차·강정마을 등 주류 언론으로부터 소외되었지만 결코 소외되어서는 안되는 시민들의 모습까지. 영화는 언론이 비틀려버린 이유를 추적하며 기업과 언론의 어두운 관계에 카메라를 들이민다.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삼성의 비자금 조성 사건을 보도한 이후 광고수입 급감으로 경영난에 빠진 일이나 이건희 삼성회장의 소위 ‘원포인트 특사’ 때 조중동 광고비가 급증한 사례처럼, 광고비가 일종의 권력행사수단으로 기능하고 언론사가 보도에 있어 광고수입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현실의 매커니즘을 영화는 차례로 스크린 위에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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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인 난국 속 슬기로운 해법은 어디에

이 영화가 그려낸 언론의 현실은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이다. 그리고 이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난 우리 언론의 현 주소와도 상당부분 일치한다. 이 속에서 과연 슬기로운 해법은 무엇일까?

영화는 끝까지 ‘이것이 슬기로운 해법이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아마도 말하지 못한 것일 테다.

영화를 볼수록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적극적인 사회참여와 합리적인 시민을 길러내기 위한 교육제도의 개혁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다큐멘터리가 가진 힘은 여전히 유효하며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다. 그리고 <슬기로운 해법>은 좋은 다큐멘터리다. 소셜펀딩으로 3473만 원을 모아 제작비 일부를 충당하는 등 제작에 우여곡절을 겪은 이 영화는 전국 예술영화관에서 4766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막을 내렸다. 영화 시사회엔 고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도 참석해 자리를 빛내기도 했다.

2020년 정권이 바뀐 오늘까지도 상당수 언론에선 ‘단독’보도에 열을 올리고 짜깁기 및 베끼기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의도가 의심되는 오보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6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한국사회는 과연 슬기로운 해법에 몇걸음이라도 다가섰을까.

한국 언론에 관심이 있는 관객이라면, <슬기로운 해법> 만한 영화도 흔치는 않을 것이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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