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한국 야구와 구리엘 형제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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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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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에이스는 능글맞다(sly).’ 캐나다 언론의 제목이다. 기사는 칭찬으로 이어졌다. 류현진(33·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사실상 예비 포스트시즌 경기서 시즌 4승째를 챙겼다. 6이닝 동안 8개의 안타를 내줬으나 1실점으로 막았다.

8개 안타 가운데 7개가 단타. 특히 마지막 8타자를 삼진 4개, 외야플라이 2개, 내야 땅볼 1개, 내야 직선타 1개로 완벽히 처리했다. ‘토론토 선’은 “블루제이스는 해결사를 얻었다”며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14일(한국시간) 뉴욕 메츠와의 홈경기에 등판한 류현진은 탈삼진 7개, 무사사구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팀에 소중한 1승을 안겨주었다. 뉴욕 양키스와의 지난 경기(5이닝 5실점)서 3.19로 올라갔던 평균자책점은 3.00으로 떨어졌다.

이 경기서 류현진의 새로운 도우미가 나왔다. 주인공은 쿠바 출신 로우데스 구리엘 주니어(27). 류현진은 1회 초 1번 타자 맥내일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했다. 이어진 데이비스의 타구는 좌중간을 가르는 듯 보였다. 손쉽게 선취점을 내주나 싶었는데 구리엘 주니어가 멋지게 낚아챘다.

류현진은 2사 1,2루서 5번 주니어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해 한 점을 잃었다. 2회에도 선두타자 알론소를 내야 안타로 출루시켰다. 1회에 이은 연속 위기. 하지만 7번 로사리오를 병살타로 유도해 실점을 막았다.

3회부터 류현진의 투구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2회 말 팀 타선이 역전에 성공해 승리 요건을 만들어 준 이후였다. 1회 호수비로 류현진을 위기에서 구한 구리엘 주니어가 무사 1루서 메츠 선발 피터슨으로부터 좌월 2점 홈런을 뽑아냈다.

447피트(136m)짜리 초대형 아치였다. ‘토론토 선’에 따르면 야구장 관중석을 넘어가 도로 위에 떨어진 장외 홈런이었다. 구리엘 주니어의 도움은 그의 형 율리에스키(유리) 구리엘(36·휴스턴 아스트로스)을 기억에서 소환시켰다.

유리 구리엘은 한국 야구팬들에게 잊히지 않는 이름이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결승전서 한국에 금메달을 안겨준 쿠바의 마지막 타자였기 때문. 당시 결승전 선발 투수가 류현진이었다.

류현진은 8⅓이닝을 던지고 마운드를 정대현에게 물려주었다. 3-2로 한 점차 앞서 있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9회 말 1사 만루, 단타 하나면 경기가 끝나는 피 말리는 장면이었다. 이 때 타석에 들어선 타자가 6번 유리 구리엘이었다.

구리엘은 정대현의 3구째를 잡아 당겼다. 유격수 땅볼. 박진만-고영민(2루수)-이승엽(1루수)로 연결되는 끝내기 병살타였다. 이로써 한국은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야구가 올림픽에서 따낸 첫 금메달이었다. 구리엘 주니어는 그의 아버지 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아버지 로우데스 구리엘도 쿠바 국가대표선수였다.

류현진은 메츠전에 유독 강했다. 이 경기 전 8번 메츠를 만나 4승 1패 평균자책점 1.20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 해의 메츠 타선은 전체 30개 구단 가운데 팀 타율 1위(0.277)에 올라 있을 만큼 뜨겁다. 메츠 타선을 상대로 시즌 5번째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자책 이내)를 달성한 류현진에게 가을 야구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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