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김광현 승 대신 감독 신뢰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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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마이크 쉴트 감독(52)은 메이저리그서 손꼽히는 지장(智將)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역경을 뚫고 성공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8번째 프로 경력 없는 사령탑이다.

15일(이하 한국시간) 밀워키의 밀러파크 구장. 7회 초를 끝낸 현재 스코어는 0-0. 더블헤더 1차전이어서 7회 말이면 정규 이닝이 끝난다. 세인트루이스 선발 김광현(32)은 81개의 공을 던졌다. 6이닝 무실점.

선발 투수의 임무는 끝났다. 이미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자책 이내) 요건을 채웠다. 마지막 1이닝은 불펜에게 맡기는 게 유력시 됐다. 상대 선발 조시 린드블럼(33)은 이미 5회를 던지고 물러났다.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2위 세인트루이스와 3위 밀워키는 박터지는 가을 야구 티켓 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한 이닝에 승패가 오락가락하는 결정적 장면. 지장 쉴트 감독의 선택은 무얼까. 김광현을 내리고 불펜 투수를 올릴까. 아니면 그냥 밀어붙일까. 김광현은 한국 야구를 쥐락펴락해온 투수지만 메이저리그선 신인일 뿐이다.

쉴트 감독의 결정이 궁금했다. 그의 선택을 보면 김광현에 대한 감독의 신뢰 정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쉴트 감독은 김광현으로 그냥 밀고 나갔다. 김광현은 호투로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7회 말 세 명의 타자를 내야 땅볼 두 개와 외야플라이로 가볍게 처리했다.

김광현은 이날 올 시즌 가장 많은 이닝(종전 6회)과 투구수(87개, 종전 85개), 탈삼진(6개, 종전 4개)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시즌 최저인 0.63으로 낮아졌다. 이전엔 0.83. 부상으로 13일을 쉬고 나온 투수가 맞나 싶었다.

이 경기는 KBO리그 출신 투수끼리의 맞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까지 두산에서 뛰었던 린드블럼은 5이닝 3안타 6탈삼진 무실점. 결과는 둘 다 승패 없이 밀워키의 2-1 승리(연장 8회)로 끝났다.

김광현의 투구 가운데 압권은 2회 크리스찬 옐리치를 삼진으로 돌려 세운 장면이었다. 옐리치는 2018년 내셔널리그 MVP. 1회 김광현으로부터 2루타를 뽑아냈다. 2사 후 1번 가르시아가 2루타로 출루했다. 다음 타자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 옐리치. 마음의 부담 때문일까. 1, 2구에 거푸 볼을 던졌다.

볼카운트 2-0, 타자에게 유리한 상황. 김광현은 대담하게도 연속 145㎞ 직구를 던졌다. 허를 찔렸을까. 옐리치의 배트가 얼어붙었다. 이제는 대등한 2-2. 김광현은 슬라이더를 던졌고 옐리치의 배트는 허공을 갈랐다.

김광현은 6회 말 옐리치를 선두타자로 맞이했다. 세 번째 맞대결. 이번엔 1-2의 유리한 볼카운트로 몰고 간 후 역시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낚아냈다. 하지만 2사 후 4번 교코에게 2루타를 맞았다. 5번 히우라 고의 사구. 7번 아르시아를 내야땅볼로 처리해 위기를 넘겼다.

쉴트 감독은 고교 감독, 대학 코치, 프로 스카우트의 길을 걸어왔다. 마이너리그 시간제 코치를 거쳐 2018년 8월 메이저리그 감독에 올랐다. 지장들은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를 좋아한다. 그런데도 7회 김광현을 마운드에 올린 것을 보면 두터운 신뢰를 짐작케 한다. 메이저리그 6경기 만에 얻어낸 결과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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