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소리도 없이’의 인질강도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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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리도 없이’(감독 홍의정)는 살인, 사체유기, 인신매매 등의 흉악한 범죄가 일상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너무도 무심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주인공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점, 작품 전개 스타일 등이 독특합니다.

작품 속에서, 범죄조직을 도와 살인방조, 사체유기 등을 생업으로 하는 창복(유재명 분)과 태인(유아인 분)이 유괴된 11세의 초희(문승아 분)를 억지로 떠맡으면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이러한 유괴와 관련한 범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유괴는 사람을 속여서 유인하는 것을 말하고, 납치는 강제적인 수단으로 피해자를 원하지 않는 장소로 이동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유괴는 사람을 의심하지 않는 순진한 아이의 마음과 부모의 부성애, 모성애를 악용하여 가족의 행복을 파괴하는 흉악하고 파렴치한 범죄입니다.

유괴는 통상적으로 어린 아이를 꾀어 인질로 잡는 범죄로서 육아나 성범죄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돈을 목적으로 합니다. 유괴와 납치는 노예제도가 있었던 근대 이전에 강제 노역 등을 목적으로 성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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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를 단순히 유괴하는 것만으로도 미성년자 약취·유인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약취는 폭행, 협박을, 유인은 기망, 유혹을 수단으로 사람을 보호받은 상태 또는 자유로운 생활관계로부터 자기 또는 제3자의 실력적 지배하에 옮기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친권자가 외조부가 맡아서 양육하는 미성년 아들을 아들의 의사에 반하여 사실상 자신의 지배하에 옮겨도 미성년자 약취·유인죄가 성립합니다. 즉, 미성년자의 보호감독자라고 하더라도 다른 보호감독자의 감호권을 침해하거나 자신의 감호권을 남용하여 미성년자의 이익을 침해하면 미성년자 약취·유인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미성년자를 유괴하여 부모 등에게 돈을 요구하여 그 돈을 취득하면 인질강도죄가 성립합니다. 인질강도죄는 사람을 체포·감금·약취 또는 유인하여 이를 인질로 삼아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창복과 태인은 유괴범들과 함께 유괴된 초희에게 돈을 요구하는 손 편지를 쓰게 합니다. 미성년자인 초희를 유괴한 것만으로도 미성년자 약취·유인죄가 성립합니다. 나아가, 초희의 부모에게 돈까지 요구하여 창복이 그 돈을 받았으므로 인질강도죄가 성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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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복과 연락이 두절된 태인은 유괴된 초희를 인신매매를 하는 닭 집 주인에 넘겨줍니다. 태인은 닭 집 주인에게 초희를 인도하면서 닭 집 주인이 인신매매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으므로 인신매매죄의 공범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태인이 초희를 닭 집 주인으로부터 다시 데리고 와서 직접 보호자에게 돌려보냈다고 하더라도 인신매매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다만, 태인의 이러한 행위는 재판에서 형량을 정할 때 고려될 것입니다.

인신매매죄는 사람을 매매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매매란 사람의 신체를 물건처럼 유상으로 상대방에게 인도하고 상대방은 사람을 인도받아 실력적 지배를 설정하는 것으로서 교환도 포함됩니다.

흉악한 범죄를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무심하게 그려내는 영화를 보면서, 평범하고 선량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는 것만도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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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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