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합의(화해) 취소

0

202011061052270762.jpg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은 1991년에 있었던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세계화’를 외치던 1990년대 기업문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세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여 대기업의 부조리에 당당하게 맞서는 점이 특징입니다.

작품 속에서, 페놀을 불법 유출한 삼진그룹은 피해를 본 인근 주민들과 합의서를 작성합니다. 삼진그룹은 합의하는 과정에서 페놀 유출 농도와 심각성 등에 대해서 인근 주민들을 속입니다. 인근 주민들은 삼진그룹에게 속아서 한 합의서에 구속될까요?

형사 사건에서 ‘합의’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일정한 배상을 해주고 피해자는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민사 사건에서 사용하는 ‘합의’는 민법상 화해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됩니다.

‘화해’는 당사자들이 서로 양보하여 당사자간의 다툼을 끝낼 것을 약속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의 일종입니다. 예를 들면, A와 B가 손해액에 관하여, A는 100만원이라고 주장하고 B는 50만원이라고 주장하여 다투는 경우, 당사자가 서로 25만원씩 양보하여 손해액을 75만원으로 하기로 하고 분쟁을 끝내는 것입니다.

202011061052309253.jpg

‘화해계약’은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화해 당사자의 자격 또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화해계약’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이란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 분쟁의 전제 또는 기초가 된 사항으로 당사자가 예정한 것이어서 상호 양보의 내용으로 되지 않고 다툼이 없는 사실로 양해된 사항을 말합니다.

삼진그룹과 페놀 유출로 피해를 본 주민들 사이에 있었던 합의는 화해의 일종으로서 원칙적으로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화해의 전제가 되었던 페놀 유출농도는 다툼이 없는 사실로 양해된 사항으로서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해당하여 합의를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근 주민들은 사기를 이유로 합의를 취소할 수도 있습니다. 사기란 고의로 사람을 속여서 착오에 빠지게 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인근 주민들은 유출된 페놀 농도에 대해서 삼진그룹에게 속아서 합의하였기 때문에 사기를 이유로도 합의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202011061052303708.jpg

페놀로 피해를 입은 인근 주민들이 삼진그룹을 상대로 합의를 취소하면 그 합의는 처음부터 무효인 것으로 봅니다. 합의가 취소되면 인근 주민들은 삼진그룹으로부터 받은 피해보상금은 반환하여야 합니다. 합의를 취소한 인근 주민들은 새롭게 다시 합의할 수도 있습니다.

페놀로 피해를 입은 인근 주민들이 한 합의에 대한 취소권은 그 합의를 추인할 수 있는 날로부터 3년 내에, 합의를 한 날로부터 10년 내에 행사하여야 합니다. 위 두 기간 중 하나가 먼저 경과되면 취소권은 소멸합니다.

진실은 우리를 불편하게 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는 불편하다는 이유로 진실을 외면하고 편리하게 진실을 왜곡하거나 합리화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진실이 불편하다고 하여 외면하면 언제가는 반드시 그 당시의 불편보다 더 큰 댓가를 치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2011061052313396.jpg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Facebook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