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양의지 박세혁 그리고 김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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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41413569129.jpg두산은 2003년 7위를 차지했다. 8팀 가운데 7위이니 바닥이었다. 2002년 5위에 그친 후 어려워진 그룹 사정으로 인해 최고의 외국인 타자 타이론 우즈와 마무리 투수 진필중을 떠나보낸 다음이었다.

두산은 선동열 감독을 원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김인식 감독은 이미 물러난 상태였다. 두산은 의외의 카드를 선택했다. 김경문 배터리 코치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당시 두산 감독 자리는 독이 든 성배에 비유됐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은 첫해 두산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고, 이듬해엔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게 만들었다. 김경문 감독은 2013년 신생팀 NC를 맡아서도 이듬해 팀을 가을 야구에 올려놓았다.

NC와 두산이 17일부터 한국시리즈에 돌입했다. 모두 김경문 감독과 인연이 있는 팀이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특별히 ‘양의지 시리즈’로 불린다. 두산을 누구보다 잘 아는 NC 포수 양의지(33)의 활약에 따라 승패가 갈라질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양의지 시리즈’에 심히 유감인 선수도 있다. 두산 포수 박세혁(30)이다. 2019년 양의지가 FA(자유계약선수)로 NC에 이적하면서 주전자리를 꿰찬 경우다. 김경문 감독과 양의지, 박세혁, 이 셋은 묘한 인연을 갖고 있다. 모두 두산 포수 출신이다.

양의지는 2006년 두산에 입단했다. 김경문 감독 시절이다. 경찰청을 다녀온 2010년부터 김 감독에 의해 주전으로 발탁됐다. 처음엔 긴가민가했으나 두번째 경기인 3월 30일 넥센(현 키움)전서 홈런 두 방을 날리며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202011091719439693.jpg김경문 감독은 두산을 떠나 NC로 자리를 옮겼다. 2018년까지 NC를 이끌었으나 양의지와 두번째 인연을 맺진 못했다. 그 사이 양의지는 두산의 주전은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포수로 성장했다.

양의지는 2019년 125억원에 NC와 FA 계약을 맺었다. 김경문 감독은 이미 팀을 떠난 다음이었다. 양의지가 NC로 옮기자 박세혁에게 비로소 기회가 돌아왔다. 마치 홍성흔이 2009년 롯데로 떠나면서 양의지가 주전으로 도약한 것처럼.

박세혁은 2012년 두산에 입단했다. 김경문 감독이 두산을 나간 이듬해다. 양의지 역시 김경문 감독이 떠난 뒤 NC에 둥지를 틀었다. 박세혁과 김경문은 한솥밥을 먹지 않았다. 그래도 인연은 있다. 박세혁은 김경문 감독의 대학(고려대) 후배다.

양의지는 두산전에 강했다. 올해 두산전 타율이 0.389다. 롯데전(0.500) 다음으로 높다. 홈런을 4개나 때려냈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도루도 한 개 기록했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기 마련.

두산은 양의지에게 3개의 병살타를 유도했다. 키움과 함께 가장 많은 숫자다. 양의지에게 자주 당하기도 했지만 궁지로 몰아놓기도 했다. 그 볼 배합의 주인공은 ‘양의지 후계자’인 박세혁이다.

박세혁은 NC전서 0.211로 부진했다. 시즌 통산 타율(0.269)에 훨씬 못 미친다. 그래도 할 말은 있다. NC전서 7타점이나 올렸다. KIA(12개), LG(9개)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박세혁은 10일 KT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서 2회 결승타를 때려냈다. 승부의 분수령이 된 경기였다. 최고의 절정기를 맞은 양의지, 알토란 같은 박세혁, 그들을 지켜보는 전임 두산, NC 감독. 한국시리즈의 결과가 궁금하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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