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도굴’의 분묘발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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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굴’(감독 박정배)은 문화재를 도굴하는 도굴꾼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아버지를 배신한 사람에 대해서 복수하는 내용입니다. 내용의 개연성은 떨어지지만 ‘도굴’이라는 신선한 소재가 돋보입니다.

작품 속에서, 도굴꾼 동구(이제훈 분), 존스 박사(조우진 분), 삽다리(임원희 분)는 고분에서 문화재를 도굴합니다. 도굴꾼들이 선릉이나 고구려 고분 등을 도굴하면 이들에게 분묘발굴죄가 성립할까요?

분묘발굴죄는 분묘를 발굴하면 성립하는 범죄로서 분묘의 평온을 유지하여 사망한 사람에 대한 종교적 감정을 보호하기 위하여 규정되었습니다.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위하여 제정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은 분묘의 설치면적, 설치 기간 등의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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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묘는 사람의 사체 · 유골 · 유발을 매장하여 사망한 사람을 제사 · 기념하는 장소를 말합니다. 분묘의 소유자나 관리자가 현존하지 않아도, 사망한 사람이 누구인지 불분명하여도 현재 제사 · 숭경의 대상이 되고 있으면 분묘발굴죄의 분묘가 될 수 있습니다.

즉, 묘의 봉분이 없어져서 거의 평토화되어 있고 묘비 등 표식이 없어 그 묘가 있음을 확인할 수 없는 분묘라고 하더라도 현재 이를 제사 · 숭경하고 종교적 의례의 대상으로 하는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분묘발굴죄의 분묘가 될 수 있습니다.

적법하게 매장된 분묘뿐만 아니라 암매장된 분묘를 발굴해도 분묘발굴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선릉이나 고구려 고분 등과 같은 고분은 분묘발굴죄의 분묘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고분은 제사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분묘발굴죄에서 발굴은 분묘의 복토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제거하거나 묘석 등을 파괴, 해체하여 분묘를 훼손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분묘 내의 관이나 사체 · 유골 등을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는 상태까지 가지 않더라도 분묘의 복토를 제거하면 분묘발굴죄가 성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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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묘를 발굴하더라도 미리 법률상 그 분묘를 수호 · 봉사하며 관리하고 처분할 권한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정당하게 승낙을 받아 사체에 대한 종교적 · 관습적 양속에 따른 존숭의 예를 갖추면 분묘발굴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예, 이장, 개장, 수선 등).

선릉이나 고구려 고분 등은 제사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도굴꾼들이 고분을 도굴하여도 분묘발굴죄로 처벌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도굴꾼들은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의해서 분묘발굴죄보다 더 중하게 처벌받습니다.

도굴꾼 동구, 존스 박사가 고구려 고분에서 도굴한 벽화와 같은 문화재는 국가에서 몰수합니다. 도굴된 문화재인 것을 알면서 유상이나 무상으로 양도, 양수, 취득, 운반, 보유 또는 보관하여도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의해서 처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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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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