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D-200 ②]’썰매 끄는’ 이용 감독 “벌써 뭉클하네요”… 불모지에서 메달후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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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봅슬레이 스켈레톤 대표팀 총감독. /뉴스1 DB © News1 황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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봅슬레이 대표팀 원윤종-서영우. © AFP=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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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레톤 대표팀 윤성빈. /뉴스1 DB © News1 서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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봅슬레이 대표팀의 말콤 로이드 코치가 생전 봅슬레이 대표팀이 함께 한 사진. 윗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로이드 코치. (IBSF 홈페이지 캡쳐)© News1

[편집자주] 24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D-200일이다. 선수와 지도자는 종합 4위를 목표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고 대회 조직위원회와 관계자들은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의 꿈과 각오를 들어보고, 대회 준비 상황과 과제를 살펴본다.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메달 3개 목표로 구슬땀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불과 3년 전만 해도 한국이 ‘썰매 종목’에서 올림픽 메달을 노릴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선수층이나 훈련 환경 등 모든 면에서 한국은 ‘썰매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평창 동계 올림픽을 200여일 앞둔 현재,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은 다가오는 올림픽의 유력한 메달 종목으로 꼽힌다. 대한체육회와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의 전폭적인 지원과 투자가 결실을 맺었다고 봐야겠지만, 현장에서 대표팀을 지휘한 이용(39) 총감독의 공로를 빼놓을 수 없다.

◇"다른 나라 비웃음·손가락질 참으며 이 악물었죠"


루지 1세대인 이 감독은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루지 대표로 나섰다. 유니버시아드에는 봅슬레이 종목에 출전한 경험도 있다. 한 선수가 루지와 봅슬레이를 번갈아 뛸 정도로 열악했던 그 시절을 보냈던 이 감독이다.

그는 "내가 선수일 때만 해도 훈련 프로그램이라는 게 없었다. 매일 매일마다 스케줄을 정해서 하는 식이었다. 국제대회에 나가도 제대로 된 썰매가 없어 다른 팀에서 빌려야하는 상황이었다"고 돌아봤다.

33세의 젊은 나이에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의 총감독이 됐지만 여전히 상황은 열악했다. 이 감독은 "감독 자리를 맡아 들어왔는데 정말 ‘하나’도 없었다. 장비도, 선수도, 지원도 아무 것도 없었다"면서 "어떻게 이끌어 가야 하나 막막한 심정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러던 그에게 이를 악물게 한 사건이 있었다. 월드컵 대회에 나가 경기를 하는 도중, 한국선수들의 썰매가 뒤집어졌다. 다소 큰 사고가 나서 트랙 얼음에도 손상이 왔는데, 경기장 측에서 더 이상 이곳에서 탈 수 없다고 말한 것.

이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쫓겨나듯 나가야했다. 그때 차에 봅슬레이를 싣고 있는데 다른 나라 선수들이 웃으면서 손가락질을 했다. 알아듣진 못해도 ‘저런 애들이 무슨 봅슬레이를 한다고 저러나’하는 느낌이었다"면서 "원윤종, 서영우랑 같이 그 모습을 봤는데, 언젠가는 이 설움을 갚아줄 날이 오리라고 이를 악물었다"고 말했다.

때마침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가 결정됐고, 썰매 대표팀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랐다. 웨이트트레이너부터 육상 코치, 체력관리사, 의무트레이너까지 여느 팀 못지 않은 인력이 꾸려졌고, 해외의 유능한 코치도 영입했다. 썰매 역시 이제는 각 선수들의 몸에 정확히 맞게 ‘맞춤형’으로 제작됐다.

이 감독은 "평창 올림픽은 우리 썰매 종목에게는 큰 축복이었다. 아마 평창 올림픽 유치가 안 됐다면 여전히 우리 종목은 힘든 생활을 계속했을 것이다. 원윤종과 서영우같은 좋은 선수들을 키워내지도 못했을 것 같다"면서 "무엇보다 한국에서 동계올림픽을 한다는 게 평생 있을까 말까한 일이니 시대를 잘 타고 난 것 같다"며 웃었다.

◇올림픽 메달? 천재지변만 없다면…


여건이 갖춰지니 실력은 빠른 속도로 향상됐다. 봅슬레이의 원윤종-서영우, 스켈레톤의 윤성빈 등이 국제대회에서 하나 둘 성과를 냈고, 급기야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기까지 했다. 2016-17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랭킹을 봐도 윤성빈이 남자 스켈레톤 2위, 원윤종-서영우가 남자 봅슬레이 2인승 3위다. 3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올림픽 메달은 이제 넘을 수 없는 산이 아닌 가능한 목표가 됐다. 더욱이 썰매 종목의 경우 트랙의 굴곡과 경사 등을 세밀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기에 홈 어드밴티지가 상당히 크다.

현재 캐나다 캘거리에서 체력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대표팀은 다음 주 귀국한 뒤 9월부터 본격적인 코스 숙달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눈 감고 탈 수 있을 정도로 수십, 수백번 반복 훈련해 코스를 접수하겠다"며 강훈련을 예고했다.

빠르게 위상이 높아진 만큼 경계해야할 부분도 생겼다. 예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관심과 주목을 이겨내는 것, 메달을 따야한다는 부담감을 극복하는 것이다.

이 감독은 "감독의 입장에서도 하루하루 시험보기 전의 기분이다. 선수들은 더 할 것"이라며 "예전에는 우리 종목에서 올림픽 출전은 꿈도 꾸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주목도 많이 받고 있다. 이제는 좀 더 프로페셔널하게 바뀐 만큼 압박감을 이겨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랜 시간 썰매 종목에 매진하면서 우여곡절을 겪은 만큼, 이 감독이 평창 올림픽에 거는 기대도 상당히 크다. 그는 "아직 대회가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뭉클하다. 만약 메달이라도 따게 된다면 눈물을 쏟을 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목표는 메달 3개다. 윤성빈과 원윤종-서영우가 금메달을 따고, 최근 기량이 급성장하고 있는 원윤종의 봅슬레이 4인승에서 동메달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저는 자신감이 있다.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메달 3개는 가능하다고 본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로이드 코치, 보고 있나요?


이 감독이 이번 올림픽에서 꼭 메달을 따고 싶은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지난 2013년부터 주행코치로 활약하다 지난해 1월 지병으로 별세한 말콤 로이드 코치를 위해서다. 영국 웨일즈 태생의 로이드 코치는 2013년부터 이용 감독과 함께 봅슬레이 대표팀의 기술 향상에 큰 역할을 했다.

이 감독은 "당시 우리 상황이 좋지 못해서 자기 몸값에 한참 못미치는 급여를 주는데도 ‘한국의 가능성과 패기를 믿는다’며 흔쾌히 함께했던 코치다. 외국의 텃세가 있을 때면 앞장서서 싸워주기도 했다. 말콤 덕에 우리 선수들이 자신감도 얻었고 실력도 늘었다. 그를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불모지를 개척해 어느덧 세계 정상급의 대표팀을 일군 이용 총감독. 아직 200일이 남아있지만 이 감독의 올림픽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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