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와 차우찬을 어떻게 하나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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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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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이미 산을 내려왔는데 마음은 여전히 정상에 남아 있다. 이대호(39·전 롯데)와 차우찬(34·전 LG)은 4년 전 겨울과 지금의 기온 차이를 절감하고 있다.

4년 전 롯데는 메이저리그서 금의환향한 이대호에게 4년 150억 원이라는 사상 최고 대우를 안겨주었다. 입이 딱 벌어지는 금액이었다. 한국 프로야구도 이제 연봉 25억 원 선수가 탄생하는 구나.

같은 해 차우찬은 4년 최대 95억 원에 삼성의 간절함을 뿌리치고 LG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만 해도 이대호와 차우찬의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찍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현재는 어떨까.

이들은 어느 사이 계륵의 처지가 됐다.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입에 남는 것이 없다. 붙잡긴 붙잡아야 한다. 이대호는 구도 부산의 상징적 존재다. 차우찬은 귀한 왼손 투수. 그러나 협상은 만만치 않다. 말 그대로 난항이다.

선수는 당연 많이 받았으면 한다. 팀에 대한 공헌도라는 게 있다. 지금껏 해 준 게 얼만데. 구단은 적게 주고 싶다. 4년 전과 그들의 현재는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할 말이 많다. 지난 해 이대호는 3할에 조금 못 미치는 타율(0.292)에 20홈런 110타점을 기록했다. 이름값에 부끄러운 성적은 아니다. 만 38살 나이에 일 년 전보다 타율(0.285) 홈런(16개) 타점(88개) 모두 향상시켰다.

그러나 구단의 올 시즌 기대치는 높지 않다. 연봉이란 기대치를 반영하는 것이다. 성적은 참고 자료일 뿐이다. 만 39세 타자보다는 젊은 유망주가 나와 주길 더 기대한다. 그러나 선수는 110타점이라는 성적표에서 물러날 생각이 추호도 없다. 아무렴 팀 내 1위 아닌가.

롯데와 이대호의 접점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문제는 또 있다. 계약기간은 몇 년으로 할 것인가. 결국 얼마를 깎고, 얼마나 길게 하고. 이 두 가지 쟁점을 놓고 양측의 힘겨운 줄다리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차우찬의 경우는 좀 다르다. 이대호의 계약 마지막 시즌이 ‘맑음’이었다면 차우찬은 ‘구름 많음’이었다. LG 이적 후 3년 연속 10승을 기록한 차우찬은 2020년 5승(5패)에 그쳤다. 평균자책점은 5.34. 투구 횟수는 64이닝밖에 되지 않았다. 어깨부상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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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지표에 빨간 불이 켜졌다. 원래 차우찬은 내구성 하나 만큼은 자타공인을 받아 왔다. 본격적인 활약을 시작한 이래 100이닝 이하로 던진 것은 지난 시즌 포함 세 차례밖에 없다. 삼성 시절 두 차례는 선발, 구원을 오가는 바람에 83⅔(2012년), 82이닝(2014년)에 그쳤다.

일본의 전설적인 강타자 오치아이 히로미츠는 유독 연봉 협상만큼 터프하게 굴었다. 그는 1987년 일본 프로야구 최초로 연봉 1억 엔(10억 6000만 원)을 돌파했다. 1990년엔 첫 연봉 조정신청 선수가 됐다.

왜 이처럼 까다롭게 굴까. 일본 기자들이 물었다. 오치아이는 “어린 선수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해서다”고 다소 엉뚱한 발언을 했다. 이대호는 지난해까지 최고 연봉 선수였다. 많은 선수들이 그를 목표로 야구를 했다. 마흔, 이대호가 손에 쥘 2021년 연봉은 얼마일까.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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