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팬 1억명 확대’ 이런 정책 싫어요…예술계 불공정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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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문화문제대응모임 장지연 대표 사무실에서 문화계 각계 관계자들이 ‘기획사, 영화사, 음반사, 대형출판사의 갑질에 허덕이는 젊은 예술가들의 현실과 해결책’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휘 변호사, 장지연 PD, 손아람 작가, 권혁빈 미술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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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문화문제대응모임 장지연 대표 사무실에서 문화계 각계 관계자들이 ‘기획사, 영화사, 음반사, 대형출판사의 갑질에 허덕이는 젊은 예술가들의 현실과 해결책’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오른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종휘 변호사, 장지연 PD, 권영미 뉴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예술계 ‘갑질’을 처벌하는 강력한 기관과 법 조항이 팔요합니다."

뉴스1이 지난 3일 서울시 용산구에 있는 한 사무실에서 그간 ‘로이엔터테인먼트의 부당계약 논란’과 영화 ‘아버지의 전쟁’ 임금체납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데 발 벗고 나서온 ‘문화문제대응모임'(이하 문화대응)과 가진 좌담회에서 참석 예술가들은 "기존의 법·행정 체계는 예술가를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문화대응의 공동대표 손아람 소설가, 문화대응 공동대표이자 문화체육관광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위원인 장지연 프로듀서(PD), 김종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권혁빈 미술평론가는 이 자리에서 자신들이 겪은 예술노동 실태를 고발한 데 이어 법적, 제도적 개선방안을 모색했다. 상편에 이어 하편에서는 예술계 갑질과 불공정의 해결책을 들어본다.

◇영화나 음반작업에서 예술노동자의 권익은 어떻게 보호되어야 하나

▶장지연(이하 장)=나는 기획PD이자 사업장도 갖고 있는데 내 경우 제작중이던 영화가 엎어지면(중단되면) 스태프에게 주어야 할 돈을 100% 다 주었다. 그럴 때면 주위에서 50%만 주면 되는데 왜 100% 다 줬느냐, 바보 아니냐는 소리를 한다. 사실 100% 다 주는 게 맞기는 한데 사업자 측면에서 손실을 다 안고 가는 게 힘들기는 하더라. 그래서 결론적으로 제작사도 기획사도 능력이 없으면 시작을 안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아람(이하 손)=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임금 지급을 안정적으로 할 수 없으면 시작을 동업관계로 하면 되지 않는가. 예를 들어 돈이 없는데 작가, 연출자, PD가 필요하다면 지분설정을 하면서 그들과 동업관계로 일하면 된다.

▶장=상대가 동업을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손=그럼 그 사람과 하지 않으면 된다. ‘돈이 없어서’ ‘흥행이 잘 될지 몰라서’ 등등의 이유로 처음에는 돈을 조금 줄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설명하지만 그렇다고 나중에 사용자가 큰돈을 벌면 예술노동자에게 나눠주는가. 그러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돈은 적게 들이고 노동력은 쓰고 과실은 혼자 독식하고 싶은 거다. 시장 전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표준계약서로 계약하도록 해야 한다. 그게 아니고 돈이 없으면 노동을 제공한 이들에게 수익분배를 약속하는 계약을 하고 이를 지켜야 한다.

▶김종휘(이하 김)=영화 ‘아버지의 전쟁’ 사건을 계기로 관련된 판결들을 봤는데 근로표준계약서로 계약을 체결한 이들은 그 규정을 어기는 비율이 현저히 낮은 것 같았다. 로이엔터테인먼트는 저작자들의 동의 없이 도장을 파 ‘음악저작권 조건부양도 계약서’에 날인하여 이를 저작권 신탁업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제출한 혐의가 있다.

그래서 작곡가들이 로이엔터테인먼트 대표와 관련자들을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 저작권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했는데, 결국 ‘표준계약서’를 쓰고 준수하도록 하는 게 정책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뉴스1=정부가 블랙리스트 사태를 계기로 ‘예술가 권익보장을 위한 법률'(예술가권익보장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할까.

▶김=기존에 있는 ‘예술인복지법’에 불공정행위가 규정되어 있지만 실효성이 낮다. 불공정행위를 직접적으로 처벌하는 규정도 없고, 불공정행위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시정명령을 위반하는 자를 처벌하는 정도인데, 그 처벌도 과태료 수준에 그친다. 문화예술기획업자등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예술인에게 불공정한 계약 조건을 강요하는 행위가 있으면 문체부장관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그 사실을 통보하는 조항도 있다. 하지만 공정위에 직접 신고해봐도 담당자의 이해도가 너무 낮은 경우가 많다.

따로 예술인에 대한 불공정행위를 심사할 수 있는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불공정행위에 대하여 과태료 수준의 처벌이 아닌 보다 강력한 처벌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예술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노동자 단결권, 단체교섭권도 보장하는 포괄적인 법이 마련되어야 한다.

▶장=단체를 설립해야 교섭권이 생기니 예술인의 경우 프로젝트별로 ‘한시적 노조’도 설립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영화 산업의 경우, 스태프들이 한시적 노조를 만들어 표준근로계약서로 제한한 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는 경우 프로듀서와 현장에서 바로 협상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분야별 직능단체(노조)를 만들기 힘든 축제, 비엔날레 등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은 이런 한시적 노조를 만드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김=저작권법은 ‘저작인격권’을 보장해 창작에 참여했던 이들의 성명을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를 준수하도록 강력하게 법을 실행하고, 나아가 창작물의 성공으로 계약 당시 예측하지 못한 수익이 대폭 늘어났을 경우, 계약체결 단계에서의 거래상의 지위 불균형과 거래로 인한 수익의 예측불가능성을 시정하기 위해 창작자의 ‘계약변경요구권’도 법에 도입해야 한다.

▶장=문화예술계 현장에서 성폭력도 빈번히 발생한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성적자기결정권’을 넣고 이를 침해하면 처벌하는 게 추가로 들어가야 한다. 예술인복지법에서 정하는 ‘예술인’과 달리 권익보장법의 예술인 개념은 포괄적이어야 한다고 본다. 유네스코 정의에 따라 자기를 예술가로 칭하는 모든 이들을 예술가로 규정하고 신진예술가나 시민예술가, 생활예술가들 등 직업예술인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보다 행복하게 하기 위한 예술인들도 예술가로 보는 것이다. 기존의 협회나 단체와 다툼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뉴스1=정부에 ‘이런 정책은 좀 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은 없나.

▶권혁빈(이하 권)=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기조로 ‘한류팬 1억명 확보’를 제시했던데, 이런 정책 기조는 말이 안된다.

▶손=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이들의 생각이다. 나는 (어떤 문화가) 밑바닥에서 시작해 점차 시장주류가 되는 것을 목격한 사람이기도 한데 지금의 주류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은 1990년대, 2000년대 핑클, 젝스키스가 유행할 때 전혀 다른 음악장르를 했던 사람들이다. 그게 지금의 열매가 된 거다.

지금 인기 있는 한류스타를 중심으로 한류 팬을 1억으로 확대한다는 것은 비료를 뿌리가 아니라 열매에 주겠다는 거다. 다 똑같은 거 만들면 문화 생태계 다양성이 그만큼 줄어든다. 지금 언더그라운드 활동하는 사람들이 언제 수천억 원 시장을 만들지 모르는 거다. 지금 싹트고 있는 이들을 고사하지 않게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

▶권=그건 문화정책이라고 하긴 어렵고 관광산업을 띄우기 위해 문화를 동원하는 정책이다. ‘한류사업’ 말고도 다른 산업의 성장촉진제 역할로 문화를 이용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수익’을 문화가 성숙해지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부수적인 효과로 봐야지, 그게 주가 되면 이도저도 아니게 된다. ‘수익 창출’만 바라보면 깊이도, 다양성도 없어지고 오래가지도 못한다. 돈 안된다고 생각하면 바로 쳐내버릴 것이 아닌가.

◇정책이나 법이 모든 문제의 답은 아니다

▶뉴스1=예술가들에 대한 착취나 불공정관행이 일반인들이 겪고 있는 갑질이나 착취보다 더 심한 것인가.

▶장=4대 보험 문제나 기본적인 안전망을 얘기할 때 예술인들이 일반인들에 비해 더 보호받지 못하는 면이 있는 것은 맞다. ‘예술인들더러 하고 싶은 걸 하는데 무슨 불만이냐’고 하지만 국민이 보장받는 것은 예술인도 공정하게 받아야 한다고 본다. 일반인들도 취업하기 위해, 시험에 붙기 위해 고시반을 다니며 어렵게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처럼 어떤 성취까지 가기 전까지 어려운 것은 비슷하다. 하지만 예술인들은 그 성취를 위한 과정이 끝이 없다.

또 예술인들 자체도 사회 전체를 바라보는 눈을 갖고 그 안에서 같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을 필요가 있다. 타인에 대한 상상력 때문에 예술이 가치있는 것인데 스스로 너무 고립된 시각을 갖지 않았으면 한다.

▶뉴스1=’로이 엔터테인먼트’나 ‘아버지의 전쟁’ 등 예술인들의 불공정피해에 발벗고 나서는 이유는.

▶손=이 분야에서 대부분은 억울한 일을 당해도 "소리는 금방 사라지고 저 사람의 화는 오래 남아있겠지" 하는 두려움에 문제점을 고발하지 못한다. 작가 초년 때 겁 없는 이가 나 대신 내 목소리를 내주었으면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는데, 그 역할을 우리가 했으면 좋겠다.

▶권=문제를 제기하면 ‘관심받기 위해 그런다’ ‘뭘 몰라서 그런다’ 이런 반응이 많다.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 행동하기 보다 작업의 소재 정도로 (자신의 불만을 작품에) 활용하는 작가도 많다. 바깥 세상에는 관심이 많은데, 예술계 안에서는 한없이 보수적인 사람도 있다. 각자의 선택이겠지만,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예술계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면서도 (퇴출되지 않고) 잘 살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들어나가고 싶다.

▶장=이제까지는 문제를 제기하는 이가 도리어 업계에서 퇴출되는 것이 현실이었다. 시위할 때 인간띠를 만들 듯이 힘을 모아 문화예술계 사람들이 서로 안전망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정책이나 법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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