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로 가는 길, 전력(戰力)에 앞서 전력(全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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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뜨리고 성남FC를 쓰러뜨린 내셔널리그의 목포시청. (대한축구협회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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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을 다한 목포시청이 전력을 아끼려던 성남FC의 덜미를 잡았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News1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대부분의 사람들이 객관적인 전력(戰力)이 앞선 팀의 우세를 점쳤다. 하지만 결과는 전력(全力)을 다한 팀의 승리였다. 축구의 매력은, 스포츠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9일 오후 탄천종합운동장. 대한민국 FA컵 역사에 또 하나의 ‘이변’으로 기록될 결과가 나왔다. 8강에 오른 클럽들 중 유일한 비 K리그 팀인 목포시청(내셔널리그)이 1부리그 7회 우승에 빛나는 명가 성남FC를 3-0으로 완파하고 4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비록 지금은 2부리그인 챌린지로 내려와 있으나 성남은 ‘명문’이라는 수식이 아깝지 않은 팀이다. FA컵에서도 강했다. 지난 2014년 우승을 비롯해 정상에 2번 올랐고 준우승도 2번이다.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렸다. 전력을 다해 준비한 다윗의 돌팔매가 전력을 좀 아끼려했던 골리앗의 머리를 세 번 명중시킨 결과다.

90분 경기였지만 승부는 전반 45분에 갈렸다. 경기 초반부터 이상한 조짐이 엿보였는데, 목포시청이 전반 2분 만에 얻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면서 리드를 잡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러다 말겠지 싶었다.

불의의 일격을 당했으나 성남은 자신들의 의도대로 경기를 풀었고 주도권을 잡은 채 경기를 풀어나갔다. 마치 1골을 내준 것이 화가 난 듯 파상공세를 펼쳤고 성남이 충분히 뒤집을 것 같던 흐름이었다. 하지만 목포시청의 수비는 생각보다 단단했고, 성남 입장에서는 골운도 따르지 않으면서 묘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내내 막으며 기회를 살피던 목포시청은 전반 24분 전인환의 크로스를 이인규가 헤딩골로 연결, 추가득점에 성공시켰다. 성남 선수들도 팬들도 어안이 벙벙했다. 2골차로 벌어졌어도 경기는 성남 페이스였다. 계속 두드리던 쪽은 성남이고 목포시청은 열심히 수비했다. 전광판을 보지 못한 채 경기장에 들어선 팬이 있다면 성남의 일방적인 경기라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런데 3번째 골도 목포시청이 취했다. 목포시청은 전반 42분 코너킥 상황에서 김영욱의 헤딩골로 또 한 골을 뽑아내며 무려 3-0까지 앞서 나갔다. 사실상 이것으로 끝이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성남은 베스트 라인업을 가동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이날 성남은 최전방 원톱 김동기를 비롯해 오장은, 김태윤, 이학민, 이창훈 등 올 시즌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던 이들을 대거 선발 명단에 넣었다. 박경훈 감독 입장에서는 일부 주전들의 체력을 비축하고 스쿼드 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새로운 선수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복안이었으나 원치 않는 결과가 나왔다.

‘후회 없이 다 쏟아보자’고 전력을 다하던 목포시청의 집중력은 눈앞의 상대를 가볍게 여기고 전력을 아낀 성남에 3번의 비수를 꽂았다. 후반 들어 성남이 김동찬과 박성호 등 핵심 공격수들을 투입해 부랴부랴 반격에 나왔지만 조급함이 앞서 정교함이 떨어졌고 신바람에 더운 줄도 모르던 목포시청은 끝까지 전력을 다해 이변을 완성했다.

전력(全力)을 다하면 전력(戰力)이 앞선 팀을 꺾을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경기에서도 증명이 됐다. 비록 완성이 되진 않았으나 광주FC와 수원삼성의 또 다른 8강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왔다.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 경기에서 수원삼성 서정원 감독은 염기훈과 산토스, 김민우 등 주축 일부를 벤치에 앉힌 채 광주를 맞았다. 다가오는 주말(12일) 라이벌 FC서울과의 ‘슈퍼매치’가 신경 쓰였던 탓이다. K리그 클래식 최하위(12)를 달리고 있는 광주가 상대이기에, 어느 정도 전력을 비축하고 다음도 도모하자는 포석이었는데 혼쭐이 났다.

이날 수원은 전반 12분 광주 조주영에게 일격을 당하는 등 전반전 내내 끌려갔다. 서정원 감독은 후반 들어 염기훈과 김민우를 투입해 분위기를 바꿨고 후반 35분 아껴둔 산토스까지 투입하면서 추락을 막았다. 산토스가 후반 41분 동점골을 만들었고 결국 연장 후반 역전골을 만들어내면서 어렵사리 4강 티켓을 따냈다. 자칫 잘못했으면 다 놓칠 뻔했다.

아무리 전력(戰力)이 앞선다고 해도 안일한 마음에 가진 전력(全力)을 다하지 않으면 승리를 거머쥘 수 없다는 것을 FA컵 8강이 가르쳐주었다. 부족하다 싶은 팀도 혼신의 힘을 다하면 주위의 선입견을 비웃을 수 있다. 그게 스포츠의, 축구의 매력이다. 매사 마찬가지다. 원하는 것을 취하고 싶으면, 일단 쏟아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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