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무비텔] “또 남배우…”, 남초 극장가 집어삼킬 ‘장산범’ 여성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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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성수기다운 흥행 돌풍이다. 올 여름 극장가에 불이 제대로 붙었다. 영화 ‘택시운전사’와 ‘청년경찰’이 각각 800만, 200만을 돌파하며 거친 흥행세를 뽐내고 있는 가운데, 연일 외화에 밀리던 한국 영화의 자존심이 살아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이 속에서도 여성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올해 첫 천만 관객을 예견하고 있는 ‘택시운전사’는 믿고 보는 송강호, 유해진 조합에 충무로 대세 류준열의 열연이 돋보이지만 여성의 활약은 미비하다. 박스오피스 2위를 지키고 있는 ‘청년경찰’은 오롯이 강하늘, 박서준 두 남성 배우의 파워로 이끌어가는 투톱 버디무비다. 더불어 ‘청년경찰’ 은 극중 단순소모적인 여성 묘사를 두고 심심치 않게 잡음이 흘러나오는 상황.

영화 ‘덕혜옹주’ ‘아가씨’ ‘굿바이 싱글’ 등 여성 배우들이 반짝이던 2016년의 극장가가 새로이 ‘여배우풀’을 확장시키는 듯 했으나, 또 다시 여성 배우 기근 현상이 벌어지며 원위치로 돌아온 셈이다. 이렇듯 여전히 남배우의 저력이 압도적인 상황에, 단비와 같은 작품이 등장했다. 독보적인 스릴러 퀸 염정아가 나선 영화 ‘장산범’이 그 주인공.

‘장산범’은 목소리를 흉내 내 사람을 홀린다는 ‘장산범’을 둘러싸고 한 가족에게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숨바꼭질’ 이후 4년 만에 스릴러로 다시 모습을 비춘 허정 감독이 이번에는 모성애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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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범’을 이끌어가는 힘의 9할은 단연 염정아의 처절한 모성애다. ‘장화, 홍련’ 이후 14년 만에 스릴러 장르로 돌아온 그녀는 다면적인 캐릭터의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며 관객들의 이입을 돕는다. 극중 염정아는 도시를 떠나 장산에 내려간 뒤, 미스터리한 일에 휘말린 여자 희연 역으로 분해 아이를 잃고 애처로운 오열을 펼쳐내는 것은 물론, 다정한 모습과 혼란스러운 감정을 여과 없이 뿜어낸다.

허정 감독은 “‘장화, 홍련’과 ‘카트’ 때의 느낌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염정아 선배님은 어떻게 보면 되게 무섭고 예민한데 어떻게 보면 슬픈 감정들을 설득하게 만드는 탁월한 표현력일 지니셨다”며 염정아를 캐스팅 해야만 했던 이유를 단호하게 밝혔다.

그 뿐만이 아니다. ‘천재 아역 배우’라는 수식어가 부족할 만큼 놀라운 활약을 펼쳐낸 신린아가 가세한다. 신린아는 극중 낯선 여자아이로 등장하지만 그녀의 위치는 단순히 그 곳에서 머물지 않는다. 기묘한 눈빛과 표정으로 극도의 긴장감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하염없이 울고 웃으며 커다란 간극을 자유롭게 오가는 신린아는 극의 무게와 색을 단숨에 자신의 것으로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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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생, 어린 나이의 신린아이지만 연기 열정 역시 여느 기성 배우에 뒤지지 않았다. 허정 감독은 “신린아와 시나리오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말귀가 잘 통한다’고 느꼈다. 본인도 연기에 대한 욕심이 강하다. 촬영하면서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더라. 겁도 없고, 오히려 관객들에게 겁을 주고 싶어 하더라”고 말했다.

앞서 염정아 역시 신린아를 두고 “아역 배우가 아닌 여배우다”고 밝히기도. 이에 대해 염정아는 “연기할 때는 전혀 애처럼 굴지 않고 자기 몫을 뭘 해야 할지 정확히 알고 정확히 해낸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적인 질문도 안 한다. 자기가 알아서 잘 하고, 고개 한 번 눈 한 번 깜빡거리면 알아들었다는 뜻이다”고 밝히며 놀라워했다.

오랜 세월과 함께 쌓아온 깊은 내공의 소유자 염정아, 그리고 신선함과 기본기의 조화를 훌륭히 이뤄낸 신린아까지. ‘장산범’의 중심을 단단히 옭아맨 두 여성 배우의 호흡이 극장가에 어떠한 반향을 이끌어낼지 기대를 모은다.


/9009055_star@fnnews.com fn스타 이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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