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랙 위도우’(감독 케이트 쇼트랜드)의 주인공 나타샤 로마노프는 ‘헐크’와 같은 초월적 히어로도, ‘아이언맨’과 같이 슈트의 힘을 빌리는 히어로도 아닌 인간 히어로입니다. 인간 히어로로서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의 화려하고 다양한 액션을 보여줍니다.
작품 속에서, 위도우들은 레드룸에서 훈련을 받으면서 자유의지를 박탈당합니다. 자유의지가 없는 위도우들이 상해, 살인, 방화 등의 범죄를 저지를 때, 이를 시킨 드레이코프 장군은 상해죄, 살인죄, 방화죄 등의 교사범이 될까요? 아니면 간접정범이 될까요?
교사범은 타인에게 범죄를 교사하여 범죄실행의 결의를 생기게 하고 이 결의에 의하여 범죄를 실행하게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범죄를 직접 실행한 사람을 직접정범이라고 하고, 단독으로 실행하면 단독정범, 수인이 공동으로 범죄를 실행하면 공동정범이라고 합니다.
교사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교사자의 교사행위와 정범의 범죄 실행행위가 있어야 합니다. 교사행위란 범죄를 범할 의사가 없는 사람에게 범죄실행의 결의를 가지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피교사자가 이미 범죄를 결의하고 있을 때는 원칙적으로 그 범죄에 대한 교사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교사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범의 범죄행위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교사범은 교사를 받고 그 범죄를 실행한 정범과 동일한 형으로 처벌받습니다. 교사받은 사람이 범죄의 실행을 승낙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교사자와 피교사자는 그 범죄의 예비, 음모에 준하여 처벌합니다.
간접정범은 어느 행위로 인하여 처벌되지 아니하는 사람 또는 과실범으로 처벌되는 사람을 교사 또는 방조하여 범죄행위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경우를 말합니다. 즉, 간접정범은 자신이 범죄를 직접 실행하지 않고 타인의 의사를 지배하여 간접적으로 범죄를 실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어느 행위로 처벌되지 않는 사람’은 예를 들면, 어떤 사람에게 자기 자신에 상해를 가하게 하면, 자기 자신에게 상해를 가한다고 하더라도 상해죄는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행위로 처벌되지 않는 사람에 해당하므로 이를 시킨 사람은 상해죄의 간접정범이 됩니다(또 다른 예, 선물인 것처럼 포장해서 마약을 운반하게 하는 경우 – 마약인 줄 모르고 운반하였기 때문에 마약을 운반한 사람은 처벌되지 않습니다)
‘과실범으로 처벌되는 사람’은 예를 들면, 사냥꾼에게 사람인데 노루라고 의도적으로 잘못 알려줘서 사살하게 하면 사냥꾼은 과실치사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과실범인 과실치사죄로 처벌되는 사냥꾼을 이용하여 사람을 살해한 사람은 살인죄의 간접정범이 됩니다.
간접정범은 교사 또는 방조의 예에 의하여 처벌받습니다. 즉, 이용행위가 교사에 해당하면 정범과 동일한 형으로 처벌받고, 방조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정범의 형보다 감경합니다. 범죄를 실행한 정범인데 공범인 교사나 방조처럼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레드룸에서 훈련받으면서 자유의지가 박탈된 위도우들은 붉은 해독제에 노출되기 전까지는 자유의지가 없습니다. 자유의지가 없는 상태의 위도우들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위도우들에게는 그 범죄에 대한 고의 등이 없기 때문에 처벌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처럼 상해, 살인, 방화 등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처벌되지 아니하는 위도우들의 의사를 지배하여 여러 가지 범죄를 저지른 드레이코프 장군은 위도우들이 저지른 범죄의 교사범이 아닌 간접정범이 될 것입니다. 교사범, 간접정범은 범죄의 종류가 아니라 범죄실행 형태에 따른 분류입니다.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