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일만의 핀치히터] 김경문의 뚝심, 이나바의 섬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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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12109520051.jpg일본 야구 국가 대표팀 이나바 아츠노리 감독(49)은 지난달 초 아이치현 아마시의 한 사찰을 찾았다. 2008 베이징올림픽 일본 대표팀 호시노 센이치 감독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호시노 저팬(베이징올림픽 일본 프로야구 대표팀의 별칭)은 준결승서 김경문 코리아에 무릎을 꿇었다. 당시 이나바는 5번 타자 외야수로 출장했다. 이나바는 일본의 스포츠지 닛간스포츠와의 인터뷰서 “나를 대표선수로 불러주었고 성장할 기회를 제공했다”며 스승의 영전에 금메달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이나바는 대표팀 사령탑이 되어 준결승서 다시 한국을 만난다. 한국 사령탑은 13년 전과 마찬가지로 김경문 감독(63)이다. 4일 오후 7시 결승 진출을 놓고 맞붙는 양 감독의 야구 색깔은 현저히 다르다.

김경문 야구는 뚝심야구다. 한번 믿으면 끝까지 믿는다. 베이징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서 23타수 3안타(0.130)에 그친 이승엽에게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결국 좌타자 이승엽은 왼손 투수 이와세 히토키를 상대로 8회 말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터트렸다.

김경문 감독은 평소 조근조근 말한다.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다. 그러나 오래 지켜본 지인들은 그의 내면에 녹아 있는 뜨거움을 곧 알게 된다. 그는 아니다 싶으면 감독직도 과감히 내던진다. 두산에서 한 번, NC에서 또 한 번 자진사퇴했다.

많은 감독들이 스스로 물러났지만 내막을 알고 보면 대부분 구단의 강요가 있었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은 두 번 모두 스스로 물러났다. 오히려 대표팀 감독은 반강제로 맡았다.

201909051934248843.jpg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서 한국 대표팀 감독 자리는 독이 든 성배로 여겨졌다. 당시엔 전담 감독이 아니라 현역 감독 가운데 성적 위주로 감독을 선임했다. 관례에 따르면 김성근 당시 SK 감독에게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2006년 아시안게임서 이른바 도하참사를 겪은지 2년밖에 지나지 않아 누구나 대표팀을 꺼려했다. 도하에서 한국야구는 한 수 아래로 여겨온 대만과 아마추어로 구성된 일본에 패해 참담한 지경이었다. 결국 그 독배는 김경문 감독이 마셨다.

이나바 감독의 선임 과정에는 약간의 구설수가 있었다. 대표팀 강화위원장 야마나카씨가 이나바의 호세이(法政)대학 시절 은사였기 때문. 이나바는 현역시절 뛰어난 선수였지만 결정적으로 감독 경험이 없었다.

이나바는 섬세한 성격이다. 세밀한 부분까지 촘촘하게 들여다본다. 현미경 야구를 추구한다. 반면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이나바는 학창시절 곧잘 울었고, 집단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대표팀 감독을 맡아 대타를 기용하면서 빠진 선수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감독이 경기 중 좀처럼 하지 않는 말이다. 2019년 11월 한국과의 프리미어12 결승서는 1회 선발 야마구치가 3점을 허용하자 교체를 결정하지 못하고 연신 투수 코치만 쳐다본 적도 있었다.

야구에서 전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감독들의 지략 싸움이다. 선발투수 기용과 타순, 대타, 투수 교체에 이르기까지 감독의 할 일은 다양하다. 4일 오후 7시 벌어질 올림픽 야구 한일전은 김경문과 이바나의 대결이기도 하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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