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뮤직텔] 신혜성·윤아·잔나비, 평양냉면처럼 빠져드는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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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존박이 그렇게 사랑한다고 외치고 다니던 그 평양냉면. 그 사랑에는 이유가 있다. 평양냉면은 말간 국물에 톡톡 끊기는 면으로 처음 접할 때는 다소 낯설 수 있다. 양념의 맛이 고루 묻어난 함흥냉면과는 전혀 다른 맛이기 때문이다.

평양냉면의 포인트 중 하나는 국물이다. 투명한 국물을 두고 일부 사람들은 ‘밍밍하다’고 말하지만, 평양냉면 마니아들은 그 ‘밍밍함’ 속 밸런스를 찾는다. 심심한 듯 하지만 풍부한 육수의 깊이와 적절히 배어있는 간은 특유의 풍미를 이뤄 사람들을 중독에 빠뜨린다. 한 번 맛들이면 헤어 나오기가 힘든 마성의 음식이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처음 들었을 때 자극적으로 느껴져 이끌리는 노래가 있는가 하면, 처음에는 밋밋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결코 그렇지 않은, 그래서 나도 모르게 듣게 되는 노래도 있다. 최근 발매된 곡들 중에서는 신혜성, 윤아, 잔나비의 노래가 그렇다.

신혜성의 ‘그 자리에’는 빗방울이 떨어지는 듯한 맑은 나일론 기타 선율과 신혜성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곡이다. 애절하고 짙은 감성이 느껴졌던 그의 전작들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청아한 매력을 담고 있는 이 노래는 평양냉면의 국물과 꼭 닮아있다. 심플한 사운드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도 꽉 차있다.

노래뿐만 아니다. ‘그 자리에’가 수록되어 있는 스페셜 미니앨범 ‘세레니티(Serenity)’의 전곡이 그렇다. 맑음, 청명, 평온 등을 뜻하는 앨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수록곡들은 발라드의 풍미는 유지하되 한층 산뜻하다. 덕분에 이 앨범은 전곡재생을 해도 부담스럽지 않다. 한 입 먹자마자 다시 또 한 입을 찾게 되고, 결국 한 그릇 원샷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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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의 ‘바람이 불면’은 이보다 조금 더 풍성한 느낌이 있다. SM스테이션 시즌2의 일환으로 공개된 이 노래는 윤아 특유의 맑은 느낌이 강조된 곡이다. 도입부부터 흘러나오는 기타 소리는 어쿠스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윤아가 지난 봄 ‘덕수궁 돌담길의 봄’에서 보여줬던 목소리에는 맑음에 달콤함이 더해졌다면, ‘바람이 불면’에서는 수채화 물감처럼 은은하게 물드는 매력이 돋보인다. 물감이 떨어진 자리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파장들을 떠올리게 하는 ‘바람이 불면’은 윤아의 이미지와 겹쳐 시너지가 극대화되고, 그로부터 연상되는 그림은 평양냉면의 깨끗하고 정갈한 비주얼과 닮아있다.

밴드 잔나비가 네이버 히든트랙 넘버V-1월의 주인공으로 선정돼 발매하게 된 ‘쉬(She)’는 조금 다른 결이다. ‘쉬’는 어떻게 보면 유려한 멜로디 라인과 드라마틱한 구성이 특징인 곡이다. 붉은 빛이 도는 재킷 이미지처럼 화려하기 때문에 얼핏 보면 무엇이 평양냉면과 닮았나 싶다.

하지만 후렴구를 지나며 불러일으키는 포근함과 따뜻함은 평양냉면의 국물이 입안을 휘감는 느낌과 비슷하다. 또 잔나비 특유의 투박한 편곡은 평양냉면의 소박한 느낌과 툭툭 끊기는 매력이 있는 면발 같다. 처음엔 낯설 수도 있지만 나도 모르게 스며들 듯 다가오는 ‘쉬’는 중독성 강한 평양냉면 같은 음악이 분명하다.

/lshsh324_star@fnnews.com 이소희 기자 사진=각 소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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