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신인왕은 누구라고? [성일만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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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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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인상 깊었다. 도무지 시계를 알 수 없었던 프로야구 신인왕 판도가 어쩌면 이 날 2파전으로 좁아진 느낌이다. 롯데 투수 최준용(20)은 진작부터 몸을 풀고 있었다. 3-4로 뒤진 7회 말 3점을 뽑아 역전시키자 롯데 벤치는 기다렸다는 듯 그를 마운드에 올렸다. 투수에 대한 무한 신뢰가 느껴졌다.

지난 8월 26일 KIA전 이후 15경기(이날 포함 16)째 무실점. 서튼 감독의 신임이 두터울 수밖에 없었다. 또 하나의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이번엔 부산과 가장 멀리 떨어진 서울 고척돔. LG는 키움의 뒤를 0-2로 바짝 추격하고 있었다. 3회 초 선두타자는 9번 이영빈(19). 더 큰 점수 차로 벌어지기 전에 따라붙으려면 안타가 절실했다.

2위 LG와 3위 삼성의 승차는 불과 반 게임. 매 경기가 살얼음판이었다. 키움 선발 김선기의 초구는 볼. 통상 다음 공은 스트라이크 존으로 예상됐다. 고졸 신인 9번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고 싶은 투수는 없다.

다음 공은 예외 없이 스트라이크로 내리 꽂혔다. 하지만 포수의 미트에 채 닿기 전에 먼저 타자의 배트와 만났다. 타구는 쭉쭉 뻗어나가 우익수를 넘어 텅 빈 외야 스탠드에 뚝 떨어졌다. 비거리 120m. 이 한 방은 잠자는 LG 타선을 깨웠다.

올 시즌 신인왕 판도는 초반부터 요동을 쳤다. 당초 눈길은 장재영(키움) 이의리(KIA) 이승현(삼성) 김진욱(롯데) 네 명의 투수에게로 쏠렸다. 이의리의 초반은 화려했고, 이승현의 데뷔전도 눈부셨다. 장재영과 김진욱은 기대에 조금 못 미쳤다.

이후 안재석(두산) 문보경(LG) 추재현(롯데) 등 타자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유격수 안재석은 신인 같지 않았다. 침착하면서 화려한 수비는 1차 지명의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 주었다. 문보경의 펀치력도 상당했다.

6월 6개의 홈런을 몰아칠 때만 해도 신인왕은 새 주인을 찾아가나 싶었다. 그러나 이후 문보경은 10월 3일까지 단 한 개의 홈런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이의리의 부상과 더불어 신인왕의 주인공은 다시 안개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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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리는 지난 달 22일 불의의 사고로 발목을 다쳤다. 그 때까지 성적은 4승 5패 평균자책점 3.61. 93개의 탈삼진은 덤이었다. 도쿄올림픽에서의 활약과 미래 국가대표팀 에이스라는 기대감은 신인왕 후보를 더욱 빛나게 했다. 그러나 부상이 이의리의 이름을 장외로 밀어냈다. 이순철(1985년) 이후 36년 만에 신인왕 배출을 꿈꾸던 KIA 팬들의 아쉬움은 컸다.

애당초 거론되는 후보 4인방은 사실상 모두 탈락했다. 이 장면서 튀어나온 투수가 최준용이다. 8월까지만 해도 최준용은 그리 두드러지지 않았다. 롯데 역시 1992년 염종석 이후 오랫동안 신인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3일 NC전 첫 번째 상대는 6번 정진기. 결과는 헛스윙 삼진. 결과보다 내용이 더 눈길을 사로잡았다. 5개의 투구 모두 직구였다. 시원시원한 투구였다. 149㎞의 직구로 시작해 149㎞ 직구로 마감했다. 초구 2개 볼이 들어가자 3루수 한동희가 “붙어라”는 사인을 보냈다.

두 개의 스트라이크 다음 공 역시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다. 정진기의 배트는 허공을 갈랐다. 최준용은 17홀드를 기록했다. 8월 초 5.00까지 올랐던 평균자책점은 2.27로 낮아졌다. 신인왕으로 불리기에 손색없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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