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친구 아니가”…부산 두 친구, 같은 꿈을 꾸다 [성일만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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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61751167149.jpg타격 천재 장효조는 36살에 은퇴했다. 1990년 34살의 장효조(당시 롯데)는 낯선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타율 0.275. 어휴! 이듬해 0.347(2위)로 반등했다. 출루율(0.452)은 1위였다. 통산 6번째이자 생애 마지막 1위. 이듬해 가을 그는 다시 참담한 심정이었다. 4년 전 삼성에서 롯데로 이적됐을 때 맞본 그 느낌이었다. 타율 0.265. 여느 타자에겐 평범한 타율이지만 ‘타격 천재’에겐 슬픔이었다. 그는 은퇴를 결정했다. 주변의 만류가 있었다.

36살에 은퇴는 너무 이르지 않나. 장효조가 그토록 좋아했던 선배 장훈은 41살까지 현역으로 뛰었다. 조금만 더. 그러나 장효조는 자신을 용납하지 않았다. 장훈은 40살에 3000안타를 달성했다.

장효조에겐 목표가 없었다. 1992년 그는 통산 1000안타를 넘겼다. 2000안타까진 너무 멀었다. 마침 롯데가 8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 우승이 됐지만. 떠날 때가 됐다. 장효조가 3할을 못치면 은퇴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었다.

이대호(롯데)와 추신수(SSG)는 만 39살이다. 이대호는 5일 KIA와의 홈경기서 한·미·일 통산 2700안타를 달성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친 2004개 안타와 일본 622개, 메이저리그 74개를 합해 이뤄놓은 거대한 산이다.

같은 날 추신수는 LG와의 잠실경기서 시즌 20번째 홈런을 쏘아올렸다. 호타준족의 상징인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하는 순간이었다. 불혹의 나이에 가혹할 정도의 자기관리가 아니고선 불가능하다. 마침 이날 미국에서 귀국한 양현종(전 텍사스 레인저스)은 "신수형 덕에 텍사스에서 편하게 지냈다. 프로다운 자기 관리가 텍사스 선수들에게 귀감이 됐다. 덩달아 (나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며 추신수를 언급했다.

이대호는 1일 KT전서 통산 2000안타 고지에 올랐다. 역대 14번째다. 6년간의 해외 생활이 없었더라면 3000안타를 노려볼 만하다. 일본 프로야구에도 3000안타 고지까지 올라본 타자는 장훈뿐이다. 재능과 노력이 병행해야 가능한 높이다.

한해 200안타를 치는 선수는 10년에 한번 나온다. 20년 동안 3000안타를 기록하는 선수는 100년에 한 번 꼴이다. 해외 진출을 하면 경력 중단으로 인정돼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스즈키 이치로는 미·일 통산 4367개 안타를 때려냈다. 그러나 일본 프로야구기록은 1278개다.

이대호는 2004년 이후 13년 연속 세 자리 수 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 매년 두 자리 수 홈런을 때려냈다. 올해도 5일 현재 17개의 아치를 그려냈다. 2018년(37개)을 기준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일발필도의 날카로움을 지녔다.

추신수는 LG 선발 이민호의 빠른 공(142.4㎞)를 때려 홈런을 터트렸다. 이민호의 직구는 스피드건에 나타난 수치 이상의 위력을 지녔다. 홈플레이트를 차고 들어오는 기세가 무섭다. 그 압박을 이겨낼 만큼 추신수의 배트 스피드가 살아있다. 비거리 126m.

추신수와 이대호는 개인 목표를 말하지 않는다. 또 한번의 20-20이나 통산 3000안타보다 우승을 더 간절히 원하고 있다. SSG는 5일 현재 6위다. 5위 키움과는 1.5경기 차. 8위 롯데는 3경기 차다. 두 부산 친구가 꾸는 동상이몽이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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