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두산’ 김태형의 승부수, 김응용이 보인다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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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와일드카드 팀 가운데 최초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두산은 9일 적지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서 삼성에 6-4로 역전승했다. 키움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LG와 다툰 준플레이오프까지 거침이 없다.

아리엘 미란다와 워커 로켓 두 외국인 투수는 휴업 중이다. 이영하는 준플레이오프서 소진됐다. 제대로 가동할 수 있는 투수는 몇 안 된다. 장기로 치면 차포에 마상까지 떼고 싸운 셈이다. 그런데도 이긴다. 이쯤 되면 감독의 리더십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김태형 두산 감독(54·사진)은 2015년 팀을 맡아 6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치렀다. 누구도 해내지 못한 위업이다. 두산의 전력이 압도적이진 않다. 이번 가을 야구는 특히 그렇다. 상대 팀 감독이 초보(키움 홍원기, LG 류지현)이거나 준초보(삼성 허삼영)이어서도 아니다.

그렇다고 대단한 수를 가진 장수는 아니다. 김태형 감독의 장기는 과단성이다. 결단할 대목에서 주저하지 않는다. 단호함은 과거 한국시리즈를 쥐락펴락했던 전설의 한 야구감독을 떠오르게 한다. 2021년 플레이오프 1차전과 1987년 한국시리즈 3차전은 묘하게 닮았다.

김태형 감독은 3-2로 앞선 5회 말 1사 만루서 홍건희를 마운드에 올렸다. 남다른 스피드를 지녔지만 커맨드(포구 위치)는 뛰어나지 않다. 만루에선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카드다. 폭투가 나오면 바로 동점이다.

상대는 좌타자 오재일. 타격 기복이 심한 편이다. 워낙 장타력이 뛰어나, 특히 라이온즈파크에선 위험한 타자다. 3-2 풀카운트. 6구째 파울. 이때까지 홍건희는 모두 직구만 던졌다. 다음 공도 뻔했다. 변화구를 던질 여유가 없었다.

역시나 직구. 2루수와 유격수, 1루수를 연결하는 병살타였다. 홍건희는 3이닝을 던졌다. 한 템포 빠른 선발 투수 교체, 불펜 투수의 멀티이닝 소화. 어디서 많이 본 투수 운용이었다. 누굴까.

1987년 한국시리즈서 해태(KIA)와 삼성이 맞붙었다. 삼성 이만수가 1회 2점 홈런을 터트렸다. 9일 1차전서도 삼성이 2점을 먼저 뽑았다. 해태 투수는 신동수. 김응용 감독은 바로 투수를 바꿨다.

이제 1회인데. 문희수가 등판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문희수는 9회 차동철에게 마운드를 넘겨주기 전까지 길게 던졌다. 해태가 4-2로 이겨 시리즈의 분위기를 가져갔다. 김응용 감독의 과단성이 돋보였다.

김태형이나 김응용 감독 모두 수가 뛰어나진 않다. 둘 다 감에 의존한다. 이거다 싶으면 밀어붙인다. 김태형 감독 스스로 "상황에 맞춰서 준비하는 체질은 아니다"고 말한다. 그때 그때 물 흐르듯 대처한다는 의미로 들렸다. 김응용 감독 역시 귀가 번쩍 열리는 이론을 말한 적 없다. 그와 자주 비교되는 김성근 감독은 메모라도 할 만큼 내용이 풍부하다.

김태형 감독은 한 성깔 한다. 그 점도 김응용 감독과 많이 닮았다. 더그아웃에 앉아 있으면 무게감이 느껴진다. 김태형 감독의 차기작에 관심이 쏠린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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