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이터널스’의 긴급피난

0

202111191336579286.jpg

영화 ‘이터널스’(감독 클로이 자오)는 수 천년 전부터 인류를 지켜온 불멸의 히어로들이 소멸된 것으로 알았던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적 ‘데비안츠’을 물리치기 위해서 다시 힘을 합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히어로 영화에서 대부분의 히어로들은 위기 속의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자동차나 건물 등을 부숩니다. 작품 속의 세르시(젬마 찬)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데비안츠의 공격으로 뒤집히는 버스를 꽃잎으로 바꿔버립니다.

세르시가 물질 변환 능력으로 버스를 꽃잎으로 바꿔버리는 것은 타인의 재물인 버스를 손괴한 것으로서 재물손괴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자동차를 꽃잎으로 바꿔버린 세르시의 행위가 재물손괴죄로 처벌된다면 누구도 위급한 상황에 있는 사람을 구하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영화 속 히어로들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한 영웅적 행위가 범죄행위가 되어 버립니다.

202111191337161139.jpg

세르시의 행위는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에는 해당하지만 긴급피난으로 평가되어 위법성이 소멸되어 재물손괴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즉, 어떤 행위가 범죄로 성립되기 위해서는 법에 규정된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성 조각 사유, 책임조각 사유가 없어야 합니다.

긴급피난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를 말합니다. 즉, 긴급피난은 정당방위, 자구행위, 피해자의 승낙, 정당행위 등과 더불어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의 위법성을 소멸시키는 위법성 조각 사유 중의 하나입니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갑자기 나무로 내려치는 공격을 할 때 옆의 사람의 우산을 들어 막기는 하였으나 그 우산이 부서진 경우, 그 우산은 타인의 재물이기 때문에 타인의 재물을 손괴한 것이 되어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나 위법성을 소멸시키는 긴급피난으로 평가되어 재물손괴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긴급피난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보호되는 이익이 침해되는 이익보다 본질적으로 우월해야 합니다. 즉 생명, 신체는 자유, 명예보다 우월한 가치여서 생명 보호를 위한 자유 침해의 경우 긴급피난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202111191337372656.jpg

예를 들면,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의 자살을 막기 위해서 자살 기도하는 사람을 감금하는 것은 감금죄의 구성요건에는 해당하나 보호되는 법익인 생명이 침해되는 법익인 자유보다 커서 긴급피난으로 인정되어 감금죄가 성립하지 않을 것입니다.

세르시가 버스를 꽃잎으로 바꾼 구조행위로 보호되는 이익은 위기에 처한 사람들의 생명이고, 침해되는 이익은 버스라는 타인의 재산입니다. 세르시의 구조행위로 보호되는 생명이 침해되는 재산권보다 본질적으로 우월하여 세르시의 행위는 긴급피난에 해당합니다.

그렇지만 사람의 생명은 절대적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양적, 질적 교량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등산 중에 추락하여 자신의 밧줄에 매달린 동료의 줄을 끊지 않으면 자신도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줄을 끊어 동료는 죽고 자신만 목숨을 구한 경우는 살인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합니다.

위와 같이 줄을 끊는 행위는 자신의 생명이 동료의 생명보다 우월하다고 할 수 없어 긴급피난으로 볼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행위는 적법행위 기대가능성이 없는 것으로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어 살인죄가 성립하지 않을 것입니다.

히어로 영화들에서 히어로들이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악당을 공격하는 것은 정당방위가 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의 재물인 버스나 건물을 부수는 것은 긴급피난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즉, 악당의 공격으로부터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히어로의 행위들은 정당방위, 긴급피난 등에 해당되어 대부분 범죄가 되지 않습니다.

202111191338099523.jpg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Facebook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