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킹스맨:퍼스트 에이전트’의 유기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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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스맨:퍼스트 에이전트’(감독 매튜 본)는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eth man)’라는 대사로 유명한 ‘킹스맨 시리즈’ 3번째 작품입니다. 원작은 만화가 마크 밀러와 데이브 기번스의 작품인 ‘시크릿 서비스((The Secret Service)’라고 합니다.

작품 속에서, 포로수용소에 구호품을 전달하러 간 옥스퍼드 공작(랄프 파인즈 분)의 아내 에밀리는 마차 안에 홀로 있는 어린 콘래드를 살피러 가려다가 총을 맞고 사망합니다. 에밀리가 총격 속에서 마차 안의 어린 아들을 구하러 가지 않았다면 요즘 뉴스에서 아내를 고속도로에 두고 가서 문제가 되는 유기죄는 성립하지 않을까요?

유기죄는 노유, 질병 기타 사정으로 인해 부조를 요하는 자를 보호할 법률상, 계약상 의무있는 사람이 유기하는 때에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유기죄는 유기되는 사람의 생명, 신체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노유, 질병 기타 사정으로 인해 부조를 요하는 자’(요부조자)의 의미는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는 자기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험을 스스로 극복할 수 없는 사람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노약자, 부상자, 분만 중의 부녀 등처럼 타인의 도움없이 생명, 신체에 대한 위험을 스스로 극복할 수 없는 사람이 요부조자입니다. 영화 속 어린 아들 콘래드도 요부조자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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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부조자를 보호할 법률상, 계약상 의무있는 자(보호의무자)에게 보호의무는 요부조자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험을 보호해야 할 의무입니다. 옥스퍼드 공작 부부는 당연히 어린 아들 콘래드의 민법(제913조)상 보호의무자입니다.

보호의무의 발생 근거는 법률과 계약에 한정될 뿐 사무관리, 관습, 조리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강간치상의 범행으로 피해자가 실신 상태에 있더라도 가해자가 피해자를 구조하지 않고 방치하였더라도 가해자에게 피해자를 보호할 법률상, 계약상 의무가 없기 때문에 강간치상죄는 성립하지만 유기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또한, 영하의 날씨에 우연히 같이 길을 가다가 다른 사람이 개울에 빠졌음에도 가까운 민가에 알리거나 구조요청도 하지 않았더라도 우연히 동행한 사람에게는 법률상, 계약상 보호의무가 없으므로 유기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유기라는 것은 요부조자를 보호없는 상태에 두는 것을 말합니다. 즉, 요부조자를 보호받는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보호없는 상태로 옮기는 것뿐만 아니라 요부조자를 종래의 상태에 두고 그대로 떠나거나 생존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는 것도 유기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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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수혈이 필요한 미성년자 딸을 둔 부모가 종교상의 이유로 수혈을 막아 사망하게 한 경우, 식사도 거르면서 며칠간 술만 마셔 만취한 손님을 주점에 방치하여 저체온증으로 사망하게 한 경우에는 유기치사죄가 성립합니다.

옥스퍼드 공작 부부는 어린 콘래드의 보호의무자로서 콘래드를 마차 안에 그대로 두고 떠났다면 유기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옥스퍼드 부부는 콘래드를 마차에서 잠깐 기다리게 한 후, 옆에서 사람을 만나던 중에 총격을 받는 상황에서 마차에 고립된 콘래드를 살피러 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유기라고 볼 수 없으므로 유기죄는 성립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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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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