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원 FA 포수 LG 우승시킬까 [성일만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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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301422311642.jpg허도환(38)이 FA 신청을 했을 때 그를 주목하는 구단은 없었다. 우선 포수로서 나이가 많았다. 총알 같은 송구를 하거나 투수 리드가 뛰어나지도 않다. 오히려 그 반대일지 모른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만35세를 넘긴 첫 FA여서 C등급을 받았다.

보상 선수 없이 보상금만 지급하면 된다. 1억1250만원의 보상금은 초대형 FA 계약금에 비하면 초라하다. 시쳇말로 거저주워 오는 셈이다. 그런데도 허도환을 탐내는 구단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100억원 얘기가 들려왔다. 허도환에겐 꿈같은 숫자였다. 박건우(NC)가 100억원 테이프를 끊자 김현수(LG·115억원), 김재환(두산·115억원)이 잇달아 신흥 갑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나성범(KIA)은 한술 더 떠 150억원을 찍었다. 모두들 입이 벌어졌다. 그럴수록 허도환의 입은 더 굳게 다물어졌다. 이제 남은 FA는 박병호, 황재균, 정훈, 허도환 등 4명 뿐.

지난해 12월 27일 황재균이 KT와 4년 60억원에 계약했다. 지난 2년간 KT에서 한솥밥을 먹던 후배다. 이틀 후 박병호가 KT와 30억원에 합의했다. 넥센(키움) 시절 4년이나 같은 팀에서 뛴 동료였다.

2011년 프로 무대에 복귀하던 해 마침 박병호가 LG에서 넥센으로 이적해왔다. 그와는 금세 체급이 달라졌다. LG 시절 박병호는 허도환과 고만고만했다. 넥센의 박병호는 슈퍼스타로 깜짝 변신했다.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선수가 돼 버렸다.

허도환은 지난해 KT의 첫 우승에 나름 공을 세웠다. 주전 포수는 장성우였지만 백업으로 뒷받침했다. 한 명의 포수로는 제대로 시즌을 치를 수 없다. 워낙 체력 부담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원 소속팀 KT는 허도환에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갈 때 없으면 다시 돌아오겠지. 그런 마음인가. 섭섭한 생각마저 들었다. 첫 FA, 사실상 마지막이기도 하지만, 신청이 이렇게 무산되나.

허도환은 별난 선수다. 2007년 두산에 입단했으나 딱 한 경기만 뛰고 방출됐다. 신고선수로 넥센의 문을 두들겼다. 이후 여기저기 옮겨 다녔다. 유니폼만 다섯차례 바꿔 입었다. 이번에 FA 계약을 하면 여섯번째다.

그런 선수를 ‘저니맨(journey man)’이라 부른다. 이곳저곳 떠돌이라는 의미다. 그 안에는 별 볼일 없는 선수라는 따끔한 질책이 담겨 있다. 한편으론 말썽쟁이라는 이중의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허도환에겐 어쩌면 이 두 가지가 다 통용된다. 그는 화려하지도, 다른 선수들과 찰떡 같이 어울리지도 못했다. 하지만 2018년 SK(SSG), 2021년 KT 우승에 빼놓을 수 없는 감초 노릇을 했다.

그런 공로를 인정해서일까. LG는 새해를 하루 앞둔 12월 30일 허도환을 불렀다. 2년 총액 4억원 계약. 이번 겨울 전체 FA 계약 가운데 가장 적은 금액이었다. 그러나 박해민의 보상선수로 김재성(삼성)을 내준 LG에겐 금쪽같은 베테랑 포수다. 허도환이 LG를 우승으로 이끌면 통신 3사(SK, KT, LG) 우승 반지를 모두 갖게 된다. 물론 최초의 일이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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