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계의 무기력이 ‘블랙리스트’ 재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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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재발방지 및 공정한 문화예술정책 수립을 위한 시각예술 분야 현장토론회가 13일 오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교육동에서 개최됐다. 왼쪽부터 배인석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위원(민예총 사무총장), 이윤주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전문위원(변호사), 홍태림 평론가(크리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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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블랙리스트 재발방지 및 공정한 문화예술정책 수립 토론회’

홍태림 미술평론가 "미술계 체질 개선위한 조직적 노력 절실"

(서울=뉴스1) 김아미 기자 = "한국 미술계는 개인과 단체를 불문하고 블랙리스트 사태 앞에서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제 미술계도 이같은 수동성과 무기력을 벗어던지고 다른 예술 분야와 함께 국가 중심의 문화예술 정책을 재고해야 함은 물론, 블랙리스트 사태의 재발을 막는 일에도 힘을 써야 합니다."

13일 오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교육동에서 개최된 ‘블랙리스트 재발방지 및 공정한 문화예술 정책 수립을 위한 분야별 현장토론회’에서 시각예술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미술평론가 홍태림씨(크리틱-칼 발행인)가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미술계가 지금부터라도 체질 개선을 위해 몸부림치지 않는다면 또다시 블랙리스트 사태가 재발할 때 무기력하게 권력의 탄압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미술계의 권리와 긍지는 미술계가 스스로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배인석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위원(민예총 사무총장)의 사회로 이윤주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전문위원(변호사), 홍태림 미술평론가가 각각 발제하고, 노형석 한겨레신문 기자와 박경훈 제주문화재단 이사장이 지정토론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홍 씨는 미술계의 ‘파편화’ 현상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12월12일 문화연대, 예술인소셜유니온 등 12개 문화예술 단체가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 앞에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당시 참여했던 미술인은 3~4명이 전부였다"며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해 미술인들이 얼마나 무관심한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술계가 이번 블랙리스트 사태 앞에서 백지상태가 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상식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조직된 분노와 제도비평이 대부분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비평이 사라진 자리에는 여성, 인종, 국가, 반전, 반제국주의, 반독재를 비롯한 무한경쟁과 인정투쟁만 가득 채워졌다"며 "미술계 내부에 산적한 문제들을 상식과 원칙을 통해 해결해 나가기 위한 제도비평의 활성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지정토론에 참석한 박경훈 이사장 역시 이같은 논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박 이사장은 "미술계 인사들이 블랙리스트에 별로 없었던 이유는 미술계 내에 자기검열이 뿌리 깊이 박혀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술에 있어서 ‘좌파적 도상’은 애초부터 시장에서 팔리지가 않는다"며 "갤러리, 기획자 등 사전 검열을 하는 치밀한 ‘적폐’들이 이미 공고화돼 있기 때문에 미술계는 블랙리스트에 올라가는 것 이상으로 실질적인 블랙리스트가 작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10여 명 정도가 참석해 블랙리스트 사태 등에 관련한 미술계의 저조한 관심을 그대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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