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BIFF 리뷰]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마더!’가 도달한 파격의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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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품고 있는 상상력과 표현의 무한함은 어디까지일까. 영화 ‘블랙스완’ ‘노아’ ‘레퀴엠’ 등을 통해 전세계를 기립하게 했던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그보다 더한 파국으로 돌아왔다.

13일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된 ‘마더!’가 국내 언론시사회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마더!’가 주는 인상은, 충격을 넘어서 괴랄에 가깝다. 흔히 차용되는 소재와 서사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생경한, 동시에 참혹한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표현력은 가히 놀라울 정도다. 관습을 완벽히 비껴간 ‘마더!’이지만 과도한 불편함이 영화 전체를 감싼다. 보는 이를 절벽으로 내모는 수준이다. 극명한 호불호가 따라올 수밖에 없다.

한적한 공간에 지어진 전원주택에서 한 부부의 삶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마더(제니퍼 로렌스 분)는 집 안의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모두 새롭게 고치며 남편(하비에르 바르뎀 분)과의 행복한 애정을 꿈꾼다. 시인이 직업인 남편은 언제나 아내에게 다정하고 따스한 사랑을 보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떠오르지 않는 영감 탓에, 남모를 불안감을 안고 있다.

언제나처럼 조용했던 일상을 이어가던 부부에게 낯선 남자(에드 해리스 분)가 찾아온다. 마더는 난생 처음 만나는 그 남자를 달갑지 않아 하지만 남편은 넓은 아량으로 환대하며 무한한 관심을 쏟는다. 낯선 남자는 무례하기 짝이 없다. 적정선을 지키는 것 같아 보이나, 제 집인 양 구는 사소한 행위 하나하나는 마더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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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코 방 한 칸까지 내어준 남편은 그에게서 새로운 영감을 얻으며 관용만을 베풀 뿐이다. 뒤이어 그의 아내(미셀 파이퍼 분)까지 들이닥치고 그들은 집안을 쏘다니며 생활하기에 이른다. 마더가 꿈꾸며 설계한 낙원이 무너져가고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마더는 임신을 하게 되고 남편은 경탄할 만한 시를 탄생시키는 데에 성공한다.

하지만 그의 시에 깊은 감명을 받은 수많은 인파들이 집으로 몰려와 그를 추앙하고, 눈물을 흘린다. 마더는 제발 내쫓으라 요구하지만, 남편은 행복한 미소로 그들 모두를 껴안을 뿐이다. 신격화 된 그는 꼭 성경 속 메시아(성서에서 구세주를 가리키는 말)인 듯하다. 덤덤한 스텝으로 차근차근 균열을 만들어내던 영화는, 중반부로 흘러 마침내 걷잡을 수 없는 아비규환으로 치닫는다. 지옥의 나락이었다.

초반의 ‘마더!’는 집을 배경으로 삼아 일상생활을 비추는 단순한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다. 음악을 완전히 지우고 기묘한 사운드로만 공기를 채웠기에 숨 막히는 긴장감을 흩뿌린다. 더불어 클로즈업샷과 핸드헬드 촬영기법을 이용해 제니퍼 로렌스의 미세한 표정을 잡아내며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 덕에 관객과 마더의 심리적 거리는 무척 가까우며 마치 관객이 그녀가 된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그러나 이야기가 거대한 폭주를 시작하면서 시공간은 완전히 뒤틀린다. 자극적인 사안과 연출이 지속되고 극은 결국 다른 차원의 판타지로 이동한다. 그 순간부터 세밀한 공포와 긴장감 보다는, 이미지와 상징이 주가 되어 다소 위협적인 감정으로 범벅된다.

“이 세상은 살기엔 너무 가혹한 시대”라고 밝힌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전작들에 이어 영화 속 인물들을 활용해 세상의 뿌리를 건든다. 도구로는 ‘성서’가 선택됐다. 남녀의 탄생, 욕망을 짓이기지 못하고 선악과를 먹은 아담과 하와, 카인과 아벨, 동방 박사 등 성경 속 창세기가 이 영화의 메타포 그 자체다. 공식화된 플롯을 부수고 단 몇 개의 시퀀스로 인간의 내면에서 지구의 근간으로 확장시킨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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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마더는 곧 ‘대자연’이며 그를 고통에 몰아넣는 불청객들은 ‘망가진 인류’다. 무분별한 환경오염, 홀로코스트, 테러, 살인, 전쟁 등을 일삼는 광기 어린 군상들로 인해 마더는 악에 받쳐 소리를 지르기도 하며 살고자 허덕이지만 불가능하다. 결국 마더를 보호할 힘을 가진 건 그의 남편뿐이다. 그녀를 살려내는 동시에 파괴하는 남편은 ‘창조주’이자 ‘조물주’, 신(神)이다. 결국 마지막에 집약되는 주제는 간단하다. 인간의 이기성으로 인해 무참히 짓밟히는 대자연, 이를 알면서도 외면하고 욕망을 실현하고자 하는 악의 근성 등을 이야기한다.

타이틀롤인 제니퍼 로렌스는 경이로운 연기력을 펼친다. 영화는 내내 제니퍼 로렌스의 시점으로 인물들을 좇고 있기 때문에 이를 훌륭히 소화해내는 것이 관건이었을 터. 제니퍼 로렌스는 비슷한 상황 설정에도 모두 다른 표정으로 다채로운 감정을 표현해내며 끊임없이 변주를 꾀한다. 그 덕에 그녀의 심리는 고스란히 관객에게 도달한다. 한결 같은 톤 안에서도 충격적인 결말을 단번에 이해시켜야 하는 역할의 하비에르 바르뎀 역시 폭발적인 위용으로 이견 없는 연기를 펼쳤다.

추상적이고 은유의 사용이 난무했던 초반에서, 거침없고 직관적으로 변모하는 그 지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관객들의 양상은 크게 나뉠 것으로 전망된다. ‘마더!’는 오는 19일 국내 개봉 예정이다.

/9009055_star@fnnews.com 부산=fn스타 이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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