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섭의 부활’이 가장 반가운 사람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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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11759213444.jpg결승전의 기는 여느 경기와 다르다. 결승전을 앞둔 양측 더그아웃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폭발 직전이다. 차마 말을 걸기가 민망할 정도다. 덕수고와 서울고가 제71회 청룡기 야구선수권대회 결승서 맞붙었다.

경기를 앞두고 두 선수가 주목을 받았다. 서울고 강백호(KT)와 덕수고 양창섭(삼성). 당시 둘 다 2학년이었다. 대개 3학년에게 쏠리게 마련인 관심도가 후배들에게 쏟아졌다. 둘 중 누가 웃을 것인가.

강백호는 투·타를 겸한 이른바 ‘이도류’ 선수였다. 양창섭은 2학년이면서 이미 고교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었다. 서울고는 1985년 이후 이 대회 우승이 없었다. 반면 덕수고는 유난히 청룡기와 인연이 깊었다.

서울고가 단 한번 우승한 반면 덕수고는 당시 5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2012년부터 내리 3년 우승하기도. 2015년 한 해를 건너 뛴 후 다시 가장 높은 곳을 겨냥하고 있었다. 서울의 남과 북을 양분해 온 강력한 우승 후보들이 결승서 만났다.

양창섭이 덕수고 선발로 나왔다. 결승 무대 2년생의 선발은 흔치 않다. 에이스를 후반에 내기 위한 전략도 아니었다. 양창섭은 덕수고 에이스였다. 양창섭은 7-2로 앞선 무사 1, 2루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뒤에 나온 투수가 주자들을 모두 불러들이는 바람에 실점은 늘어났다. 내용은 도무지 2학년 투수 같지 않았다. 140㎞ 중반의 빠른 공은 그렇다 치고. 마운드에서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이나 위기 관리 능력은 이른바 초고교급이었다.

완급조절은 물론 타자와의 수 싸움에서 능수능란함이 돋보였다. 스카우트들의 수근대는 소리가 들렸다. 쟤는 당장 프로가도 되겠다. 양창섭은 그해(2016년) 덕수고에 청룡기와 황금사자기를 안겨주었다. 청룡기 우수투수상에 이어 황금사자기 MVP. 3학년인 이듬해 황금사자기서 MVP 2연패를 달성했다.

양창섭의 프로 데뷔도 인상적이었다. 2018년 3월 28일 KIA를 상대로 선발 등판했다. 고졸 신인이 선발로 나서면 다리가 후들거리기 마련이다. 마운드의 양창섭은 경력 10년차 투수처럼 느껴졌다.

6이닝 4피안타 무실점. 볼넷을 하나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전혀 긴장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투수가 긴장하면 커맨드에 문제를 일으키기 마련이다. 양창섭은 7월까지 5승2패를 기록했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내)만 네 차례.

8월(1패, 4.63)과 9월(1승3패, 5.31) 좋지 않았다. 2018시즌 토탈은 7승6패 평균자책점 5.05. 신인치곤 썩 괜찮은 결과였다. 강백호(0.290, 29홈런)만 아니었더라면 유력한 신인왕 후보였다.

2019년에 대한 기대는 컸다. 하지만 팔꿈치 이상으로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사실상 3년을 공백기로 날려 보냈다. 옛 제자를 지켜봐 온 정윤진 덕수고 감독은 마음이 아프다.

양창섭의 재기를 누구보다 바란 이유이기도 하다. 양창섭은 올해 삼성의 유력한 5선발 후보다. 14일 KIA와의 시범경기서 6이닝 1실점으로 1차 검증을 통과했다. 정 감독은 양창섭의 선발 진입을 확신한다.

"아주 스마트한 투수다. 마운드에서 싸움 요령을 터득하고 있다. 구종이 다양하고 내구성이 뛰어나 최적의 선발 요건을 갖추었다. 10승 이상을 올릴 수 있는 자원이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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