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D-100]女 아이스하키 머리 감독, 평창서 뿌리고자 하는 희망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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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새러 머리 감독. //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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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는 새러 머리 감독,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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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IIHF 아이스하키 여자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2 그룹A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 여자아이스하키대표팀 새러 머리 감독이 지난 8일 강원도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폐회식에서 헹가래를 받고 있다. 2017.4.9/뉴스1 © News1 고재교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객관적인 전력으로 봤을 때 올림픽에서 1승을 거두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 부임 이후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국제아이스하키연맹 랭킹 22위)가 급격하게 성장했다고 하지만 국내에 단 1개의 팀도 없는 열악한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2014년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새러 머리 감독(29·캐나다)은 말 그대로 ‘맨 땅에 헤딩’을 해야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100일을 앞둔 머리 감독은 "처음 왔을 때와 하나부터 열까지 비교할 수가 없다"고 했다. 제대로 된 훈련 시스템 조차 없었던 한국은 조금씩 체계가 생겼고, 이젠 어느 정도 기틀이 잡혔다.

미국 미네소타에서 20세 이하 팀을 지도하던 머리 감독은 백지선 감독의 제의로 지난 2014년 한국에 왔다. 그는 "(처음 제안을 받고)너무 들떴다. 새로운 도전에 크게 고민하진 않았다"고 돌아봤다.

머리 감독은 북미 아이스하키계의 거장 앤디 머리의 딸이다. 앤디 머리는 NHL 세인트루이스 블루스와 로스앤젤레스 킹스 감독을 역임했던 명 지도자다. 그는 어려울 때마다 아버지와 수시로 대화를 나눈다. 그에게 부친의 존재는 큰 힘이 된다.

머리 감독은 서른도 되지 않은 젊은 지도자지만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는 그가 지휘봉을 잡은 뒤 차근차근 발전했다.

‘태극낭자’들은 올해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비록 메달을 따진 못했지만(4위) 사상 처음으로 중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고, 강릉에서 열린 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2 그룹A(4부리그)에서 5연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사실 가장 큰 어려움은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는 안 된다"는 편견과의 싸움이었다. 한국에서 여전히 아이스하키는 소위 ‘관심 외’ 종목으로 꼽힌다. 특히 남자에 비해 여자 아이스하키는 더욱 모든 면에서 열악하다. 영화 ‘국가대표2’로도 알려졌지만 여자부의 경우 실업 팀이 없어서 선수들이 온전히 훈련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머리 감독은 "어린 선수들은 학업과 병행하느라 (집중하기)어려웠다. 시설 등을 떠나 (실전)경기를 할 수 없는 것이 가장 아쉬웠다"고 했다.

머리 감독은 문화가 다른 한국에서의 생활도 어느 정도 적응을 마쳤다. 혼자 타지에서의 생활이 쉽지 않았지만 어학원에 등록해 꾸준히 한국어 공부도 했다. 그래도 캐나다에서 고교 생활을 해 영어에 능통한 조수지에 박은정, 임진경과 같은 한국계 귀화 선수들이 많아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은 없다.

이제 평창 올림픽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2월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에는 총 8개 팀이 참가하는데 한국은 B조에서 스웨덴(세계랭킹 5위), 스위스(6위), 일본(7위)과 같은 조에 속해 있다.

객관적 전력으로만 봤을 때는 1승을 거두기도 쉽지 않지만, 장기 합숙 훈련 및 홈 어드밴티지 등을 앞세워 이변을 노리고 있다.

"목표는 금메달"이라고 했던 백지선 감독과 마찬가지로 머리 감독 또한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사실 머리 감독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후회를 남기지 않고 경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목표를 다시 재조정했다.

머리 감독은 "평창 대회에서 예선을 통과해 상급 디비전으로 올라가고 싶다"고 했다.

여자 아이스하키는 2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르는데, A조는 상위 랭킹 4개국(미국, 캐나다, 핀란드, 러시아)가 B조는 스웨덴, 스위스, 일본, 한국이 속했다.

A조 1~2위는 준결승에 직행하고, A조 3위-B조 1위, A조 4위-B조 2위가 준결승 진출을 놓고 단판 플레이오프(6강전)를 치른다. 강한 조에 속한 A조 팀들을 위한 여자 아이스하키만의 독특한 방식이다. 머리 감독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우리에게도 기회는 올 것"이라고 했다.

신구 조화를 앞세운 여자 아이스하키는 내일의 기적을 꿈꾸며 현재 태릉선수촌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여자 아이스하키 간판이자 주전 골리인 신소정(27)은 "쉽지 않겠지만 꼭 한번 애국가를 울려 퍼지게 하겠다"고 했다. 아이스하키에선 승리 팀의 국가를 경기 후 틀어준다.

한국은 박종아(21), 김희원(16) 등 ‘젊은 피’와 대표팀 간판 신소정, 한수진을 비롯한 박은정, 임진경, 박윤정, 랜디 희수 그리핀 등 한국계 귀화 선수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머리 감독은 "(신)소정은 팀 내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라며 "김희원, 엄수연 등 어린 선수들의 성장세도 보인다. 한번 부딪혀 보겠다"고 했다.

사실 평창 동계올림픽은 단순 결과를 떠나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의 중요한 터닝포인트로 꼽힌다. 아직 아이스하키 불모지인 한국에 평창 올림픽이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 되어야 한다.

여자 대표팀은 올림픽 이후에도 저변 확대 및 붐업을 목표로 장기적인 목표를 수립했다.

머리 감독은 "평창 동계올림픽은 마지막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올림픽을 통해 희망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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