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중경삼림’의 절도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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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경삼림’(감독 왕가위)는 실연의 상처를 입은 두 명의 경찰과 새로운 시작을 앞둔 두 여자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내용의 로맨스입니다. 1994년에 개봉했던 홍콩 영화로 세 번째 재개봉임에도 첫 주에 신작들을 제치고 예매율 1위를 기록하였다고 합니다.

작품 속에서, 마약 중개상(임청하 분)은 인도사람들의 옷과 신발에 마약을 숨겨서 운반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마약이 든 양복을 입고 구두를 신은 인도사람들이 중간에 도망갑니다. 이와같이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마약을 가지고 달아나면 절도죄가 성립할까요?

절도죄는 타인의 재물을 절취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즉, 타인소유-타인점유의 재물을 훔치면 절도죄가 성립하나, 타인소유-자기점유의 재물은 가져가면 횡령죄가 성립합니다. 자기소유-타인점유의 재물을 훔치는 경우는 절도죄가 아니라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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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단독점유뿐만 아니라 공동점유도 점유의 타인성이 인정되어 타인점유로 봅니다. 타인소유 뿐만 아니라 공동소유도 역시, 소유의 타인성이 인정되어 타인소유로 봅니다. 즉, 공동소유-공동점유의 재물을 훔칠 때도 절도죄가 성립합니다.

재물은 일정한 공간을 차지하는 유체물로서 관리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채권 등의 권리는 유체물이 아니어서 절도죄의 대상인 재물은 아니지만 이러한 권리가 화체된 어음, 상품권, 예금통장 등은 절도죄의 대상인 재물이 됩니다.

해, 달, 별 등은 유체물이지만 관리할 수 없으므로, 정보, 사상 등도 물리적인 관리가 불가능하므로 절도죄의 대상인 재물이 아닙니다. 당연히, 사람의 마음도 재물이 아니므로 사람의 마음을 훔친다고 하더라도 절도죄가 성립할 수는 없습니다.

재물은 소유자가 소유권의 대상으로 할 수 있는 주관적 가치나 소극적 가치만 있으면 족하고, 경제적 교환가치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발행자가 회수하여 세 조각으로 찢어버린 약속어음, 애인의 사진 등도 재물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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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불법소지무기, 위조 통화와 같이 법률에 의해서 소유나 소지가 금지되어 있는 금제품은 재산죄의 대상인 재물이 될 수 없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법원은 금제품이라고 할지라도 몰수되기 전까지는 그 소지자의 점유를 보호해야 한다고 하면서 재물성을 인정합니다.

타인의 재물이라고 하더라도 소유자가 소유권을 포기한 경우에는 타인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훔치더라도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소유권을 포기하면서 뿌린 돈을 주워가더라도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현금수송차량에서 흘린 돈이나 다른 사람이 잃어버린 돈을 주워가면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인도사람들이 마약이 들어 있는 양복입고 구두를 신은 채로 도주한 것은 마약 중개상의 마약인 타인의 재물을 자신들이 입고 있는 양복과 신고 있는 구두에 보관하고 있어 자기점유이므로 마약이 타인 소유-자기점유의 재물에 해당하여 횡령죄가 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마약 중개상은 마약이 든 양복입고 구두를 신은 인도사람들을 관리하면서 함께 이동 중이었습니다. 마약 중개상이 마약을 인도사람들을 통해서 관리하면서 점유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인도사람들이 가지고 달아난 마약을 타인소유-타인점유의 재물로 본다면 절도죄가 성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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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사진=디스테이션 제공, 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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