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출발선에 선 신태용호, 노 저을 힘을 얻다

0
201711150929172200.jpg

14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대 세르비아 축구대표팀 평가전 경기 후반전에서 구자철이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뒤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2017.11.1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울산=뉴스1) 임성일 기자 =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10월 유럽에서 열리는 두 차례 평가전을 앞두고 "솔직히 말하면, 10월 평가전을 앞둔 분위기가 이럴 줄은 몰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과 선수들에게 주어진 제1 과제였던 월드컵 본선진출에 성공한 뒤 첫 평가전이었다. 벼랑 끝에서 탈출,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나는 희망찬 첫 걸음을 생각했는데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2경기를 졸전 끝에 모두 0-0으로 끝내면서 경기력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고, 맞물려 ‘히딩크 논란’이 터지며 신태용호를 흔들었다. 그런 와중 러시아와 모로코에게 각각 2-4, 1-3으로 대패했으니 땅을 뚫어버릴 기세로 추락했다.

때문에 11월 국내에서 열리는 A매치 2연전은 ‘배수진’의 각오로 임해야할 경기였다. 타이틀은 평가전이나 신태용 감독과 선수들에게는 토너먼트 마지막 경기 같은 무대였다. 만약 또 내용과 결과가 좋지 못했다면 이후는 보장할 수 없었다. 그래서 10일 콜롬비아, 14일 세르비아전은 너무도 중요했는데, 다행히 좋은 결실을 맺었다.

대표팀은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전에서 2-1로 이겼다. 얻은 것이 많았던 승리다. 신태용호 출범 후 2무2패에 그치던 대표팀이 4전5기만에 승전고를 울렸다. 내용도 흡족했다. 선수들은 실종됐다던 투지를 되찾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냥 뛰기만 한 것도 아니다. 짧은 소집기간에도 완성도 높은 조직력을 선보이며 남미의 개인기를 무력화시켰다.

신태용 감독은 예상치 못한 4-4-2 전형을 꺼내들면서 손흥민을 중앙으로 이동시켰고, 선수들은 달라진 포메이션에 잘 적응하며 손흥민이 멀티골을 터뜨리는 것을 도왔다. 후반 세트피스로 1골을 내준 것은 옥에 티지만, 외려 적절한 자극이 됐다.

덕분에 분위기를 바꾼 대표팀은, 어렵사리 되살린 사기를 이어가야하는 세르비아전에 나섰다. 콜롬비아전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면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겠으나 만약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팬들의 실망감이 가중될 수도 있는 분수령이었는데, 고비를 넘었다.

대표팀은 14일 오후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서 1-1로 비겼다. 결과만 접한 팬들은 "유럽과도 비겼구나" 만족할지 모르겠으나 실제 내용은 무승부도 아까울 정도다. 후반 막판 벼락같던 손흥민의 연속 슈팅이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지만 않았어도 충분히 역전승이 가능했다.

‘무승부가 아쉽다’라고 말할 정도로 대표팀의 경기력은 달라졌다. 불과 1달 전만해도 기대도 희망도 없었던 팀에 생기가 돌고 있다. 이전까지는 무늬만 ‘호’였지 전혀 하나 된 호흡을 보여주지 못했다. 각자 비난을 피하기 바빴다. 그런데 이제는 팀을 보고 함께 노 저을 힘을 갖춘 느낌이다.

신태용 감독은 "담담하게 여기려 마음은 먹었으나 11월 2연전을 앞두고 부담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다행히 어려움을 극복했다. 나에게도, 선수들에게도 큰 자신감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소득을 전했다. 캡틴 기성용은 "결국 우리에게 달렸다. 11월에 좋은 결과 얻으면 선수들의 자신감이 생길 것이고 자신감이 생기면 팬들도 우리를 다시 신뢰해줄 것이다. 좋은 경기를 하다보면 좋은 소리를 들을 것"이라 전망했는데 좋은 소리가 들리고 있다.

1승1무라는 결과보다 값진 것은 팬들에게 ‘희망’을 되찾아줬다는 것이다. 그와 함께 신태용호가 러시아 월드컵을 온전히 준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제 시작이다. 출발도 할 수 없을 것 같던 1달 전을 생각하면, 비로소 배에 힘을 줄 수 있는 판이 깔렸다.

Facebook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