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차이나 타운’의 신체포기각서-대물변제

0

201505111021069570.jpg

중국 송나라 때부터 시작해 청나라 말기에 본격적으로 전 세계에 퍼진 한족이 다른 나라로 이주하면서 형성한 일정한 지역을 차이나타운이라고 합니다. 유태인 다음으로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 상인들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 차이나타운이 형성돼 있는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차이나타운은 인천광역시에 있습니다.

영화 ‘차이나타운’ 역시 인천광역시의 차이나타운을 배경으로 비정하고 냉혹한 세상살이의 순환 과정을 여성의 대립구도로 그린 범죄 드라마입니다. 이 작품의 독특한 점은 여성 중심의 느와르라는 점입니다.

이민자 출신으로 차이나타운의 대모로 군림하고 있는 엄마(김혜수 분)는 인신매매, 사채업 등 돈이 되는 일은 무엇이든 합니다. 사채업자인 엄마는 돈을 빌려주면서 돈을 갚지 못할 경우 대신 장기를 제공한다는 신체포기각서 등을 작성하는데 이러한 계약은 효력이 있을까요?

201505111021070662.jpg

신체포기각서를 소재로 한 대표적인 문학작품은 세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일 것입니다. ‘베니스의 상인’에서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은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돈을 갚지 못할 경우, 대신해서 심장에 가장 가까운 부위의 1파운드 살을 떼어간다는 약정을 합니다. 재판장 포오샤는 샤일록에게 돈을 갚지 못한 안토니오의 피 없는 살만 1파운드를 떼어가라고 판결을 내립니다.

사채업자가 돈을 빌려주면서 돈을 갚지 못할 경우 대신 장기를 적출할 수 있다는 신체포기각서는 대물변제(채무자가 부담하고 있는 본래의 채무 대신 다른 물품 등으로 대신 제공하여 본래의 채무를 소멸시키는 것) 약정의 일종입니다. 이와 같은 계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입니다.

201505111021071598.jpg

샤일록과 같은 사채업자가 돈을 갚지 못한 악성 채무자에게 신체포기각서를 근거로 살과 같은 장기를 요구한다면, 실제 재판에서는 포오샤처럼 피 한 방울 없이 살만 1파운드 떼어가라는 터무니없는 판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효인 계약에 의한 청구이므로 샤일록과 같은 사채업자의 청구는 바로 기각될 것입니다.

석현(박보검 분)의 아버지가 사채업자 엄마에게 돈을 빌리면서 신체포기각서를 작성했다 하더라도 이러한 계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해 무효입니다. 석현은 아버지가 사망하더라도 무효인 계약을 상속받지 않으므로 아버지가 작성한 신체포기각서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물론 아버지의 채무는 자녀들에게 상속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사망한 경우 자녀들은 부모의 적극재산(예 동산, 부동산, 채권 등) 뿐만 아니라 소극재산(예 – 채무)도 상속받습니다.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경우 자녀들은 상속을 포기하는 것이 유리할 것입니다.

201505111021072534.jpg

‘차이나타운’에서 엄마에게는 일영(김고은 분)이 과거의 모습이고, 일영에게는 엄마가 미래의 모습입니다. 대립되는 여성의 성장, 소멸을 통한 순환 구조는 발버둥 처도 벗어날 수 없는 반복되는 인간의 굴레를 떠오르게 해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fn스타 fnstar@fnnews.com 조정원 기자

Facebook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