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리뷰] ‘반드시 잡는다’의 묘미, 늦깎이 히어로들의 고군분투

0

201711221011221848.jpg


‘관객들의 니즈’를 이유로 남성 중심 영화에 편중되어 있는 현 영화계 흐름 탓에 여성 배우들을 비롯한 여성 제작자 등이 몸살을 앓고 있는 건 이미 만연한 현실이다. 작품을 고르는 기회부터 불평등한 위치에 놓여있는 건 비단 그들뿐만이 아니다. 대중적인 인기와 팬덤형 인기를 함께 누리고 있는 젊은 남배우들은 자연스레 화제성과 티켓파워가 따라오니 다소 비옥한 환경을 느낄 수 있지만 중‧노년 남성들 배우들은 예외다.

중년 여성 배우들이 ‘누군가의 어머니’에 머무르는 것처럼 높은 연령층의 남성 배우들 역시 주인공의 아버지, 극의 감초 노릇 등 조연급의 포지션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 이러한 가운데, 영화 ‘반드시 잡는다’는 위와 같은 흥행 공식에 굴하지 않고 삶의 내공과 경험이 진득하게 묻어난 중년의 배우들을 당당히 스릴러 장르의 주인공으로 내세워 스크린에 의미 있는 꽃을 피워냈다.

아리동에서만 한평생을 살아온 동네 터줏대감 심덕수(백윤식 분)는 뛰어난 열쇠공이자 자수성가한 ‘건물주’다. 동네 구석구석 모든 걸 꿰뚫으면서 주민들의 선망을 받을 것 같지만 완벽히 그 반대다. 팍팍한 성격으로 주민들에게 오지랖을 일삼기도 하고 매일 세입자에게 월세를 독촉해 민심을 완전히 잃은 영감일 뿐이다. 하지만 속정이 깊어 직접적인 행동은 취하지 않는다.

201711221011235223.jpg

그래도 평화만큼은 가시지 않았던 아리동에 30년 전 발생했던 연쇄살인사건과 유사한 죽음들이 발생하게 되고 기어코 심덕수의 세입자에게도 비극이 찾아온다. ‘츤데레적’ 면모로 그들을 보살피던 심덕수는 마음이 복잡하던 와중, 위 사건을 직감해 별안간 찾아온 전직 형사 박평달(성동일 분)에 의해 예기치 못한 범인 검거에 휘말린다. 어딘가 어수룩하기도 한 두 사람이지만 아리동에서 유일하게 열렬한 추격 의지를 보이며 사건의 기승전결을 착실히 밟아간다. 위험한 상황에 닥쳐도 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아리동의 늦깎이 히어로가 탄생한 것이다.

앞서 쫀쫀한 긴장감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밀한 호흡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킨 영화 ‘끝까지 간다’를 제작했던 제작사의 두 번째 프로젝트답게 ‘반드시 잡는다’ 역시 숨 쉴 틈 없이 서사를 내달리며 질주한다. 여기에 김홍선 감독은 하나의 변주를 더 꾀했다. 중년 배우로만 선보일 수 있는 ‘느림의 미학’을 재치 있게 삽입한 것이다. 흔히 보아온 현란하고 화려한 액션과는 거리가 멀다. 느릿한 몸짓으로 변모한 영감들의 액션이지만 그 나름대로의 맛이 깊고, 사이사이의 공백은 오롯이 배우의 표정과 음악으로 채운다. 특히 70대 노인 백윤식과 학생 캐릭터의 계단 추격 장면은 우습고도 애달프다.

그간 결코 평범하지 않은, 독보적인 캐릭터성을 지닌 인물을 연기한 백윤식은 힘을 조금 빼고 일상에서 볼 법한 ‘꼰대 영감’으로 돌아왔다. 밋밋하고 평범할 수 있는 노인 연기에서도 백윤식은 자신만의 대사 처리와 톤을 구축하며 유일무이한 브랜드를 새롭게 탄생시켰다. 성동일의 활약 역시 대단하다. 자신의 최대 강점인 ‘언어유희 코미디’를 아낌없이 발휘하는가 하면, 백윤식의 말 하나하나를 받아치며 여유 있는 콤비 플레이를 펼친다. 촬영 당시의 고군분투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두 사람의 빗속 액션씬은 어느 영화보다도 장엄하고 처절하다.

201711221011238236.jpg

천호진은 자신의 존재감으로 ‘반드시 잡는다’를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인하고 부드러운 연기를 오가며 국민 배우로 불리는 그는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새로운 눈빛을 하고 대중 앞에 다시 한 번 나섰다. 이외에도 배종옥, 조달환, 김혜인 등의 배우들도 유려하게 캐릭터를 소화해 영화적 재미를 더한다.
잔인한 범인의 악행, 이를 쫓는 정의의 사도들, 미스터리한 흔적들 등 ‘반드시 잡는다’ 역시 명백하게 추적 스릴러의 얼개를 하고 있지만 조금 더 서사와 문제의식에 깊이를 더했다. 독거노인, 여성 범죄의 취약성, 삶을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퍽퍽한 삶 등을 넌지시 내포하며 경각심까지 함께 전달할 수 있는 기회까지 거머쥐었다. 장르와 이야기,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던 김홍선 감독의 의미 있는 욕심이다. 오는 29일 개봉 예정.

/9009055_star@fnnews.com fn스타 이예은 기자 사진 NEW

Facebook Comments